소설의 첫장을 넘겼을 때 생각난 것은, 2년쯤 전에 SBS에 방송한 한 다큐프로그램이었다. 2009년 사상 유례없는 대침체를 겪은 미국인들이 집에서 쫓겨나고, 살 곳이 없어 차 속에서 돌아다니면서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방영했다. 바바로 오코너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조지나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도 같다. 생계를 책임지던 아버지의 가출로 월세를 못내 쫓겨나고 갈 곳이 없어진 조지나의 가족은 작은 차에 필수품들을 싣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패스트푸드점의 화장실에서 씻고, 차에서 먹고, 차에서 잔다. 한 군데에 계속 주차를 해두면 쫓겨날까봐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야 한다. 목욕도 못하고 옷도 제대로 빨아입지 못하고 머리는 떡이 되어 냄새를 풍기며 학교에 가야 하는 여자 아이, 학교에서 내준 과제 제출물에는 햄버거 소스가 묻어있고, 책도 없는 차에서 쪼그려서 작성한 과제물은 엉망이다. 친한 친구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무슨 일인지를 캐묻지만 사정을 알게 되자 멀리하고 다른 아이랑 어울린다. 아이들끼리하는 TV 이야기에는 끼어들 수가 없다. 아이는 집이 필요하다. 갑작스레 두 아이의 생계와 집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엄마는 열심히 일을 하지만 언제 집을 구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 언제나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지어진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조지나는 궁리한다. 갑자기 위기에 처했을 때 13살쯤 된 꼬마 아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울거나 화내거나 우울해하거나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삐뚤어지거나 어쨌든 전과 같을 수는 없다. 급작스레 변환 환경에는 아이든 어른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적응해야 한다. 조지나는 이 모든 행위를 조금씩 하지만 과감하게 해결 방법을 떠올린다. 낮에 본 광고 전단지 '저를 보셨나요? 제 이름은 미스티에요. 사례금 500불'. 아이는 생각한다. 사례금 500불, 사례금 500불만 있으면 보증금을 치르고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침대에서 잘 수 있는 것이다. 개를 훔치자. 그리고 사례금 500불이 붙은 전단지가 마을 곳곳에 걸리기를 기다리자. 그러면 500불을 받고 개를 넘겨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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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밖 여운/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