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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들의 사생활 - ![]() 윌리엄 제이콥 쿠피 지음, 남기철 옮김/이숲 |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만화와 소설의 소재로 수십번씩 다른 버전으로 수십세기를 흘러오며 회자되고 있는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가 백과사전처럼 나열된 책이다. 이 하나의 책으로 웬만한 역사 속 영웅들 특히 많은 나라를 정복하고 많은 땅을 차지했던 제왕들의 삶의 단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각 인물들의 짤막한 각 에피소드들 내 수백 수천년간 역사적인 이름을 남긴 제왕들에 대한 자조섞인 시선을 본다. 결국,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라는 것. 위대함 이란 단어 속에 감추어진 찌질함. 그걸 읽는 유쾌함이 있다. 이 책의 재미는 대략 그런 것이다. 결국 왕의 자리는 가족 간 누가 먼저 칼을 빼서 죽이느냐로 결정되었고, 수없는 살육으로 얻어진 국가 간 경계는 흔적도 없이 섞이어 왔고, 영웅과 제왕이
죽은 자리에선 다시 또 차지했던 땅과 후계자 자리를 두고 피바람이 불고 확장된 영토와 제국은 다시 또 분열되고 빼앗기는 것이 되풀이된다. 그게 인류의 역사였다. 그것들을 움직였던 인간의 욕망이 뒤편에 쭈그려있는 그 초라한 인간의 모습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에 의하면, 고대 이집트 왕국은 단순하게 '친동생이며 아내인' 것에 끝나지 않고, 어머니이자, 조카이자 아내이자 고모이기도 한 그렇게 시작과 끝도 알 수 없게 얽히고 섥혀 있는 근친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 대왕은 그저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사람을 죽이는 동성애자였으며 사실은 이탈리아 에스파냐 같은 나라에는 가보지도 못했고, 세계를 정복하지도 못했다. 33 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후 몇 년 만에 산산조각이 난 그의 제국에 남긴 그의 업적 이라고는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 외에는 유럽의 가지를 들여운 정도였다.
조국 잉글랜드와 결혼한 virgin queen elizabeth 1세에 대한 조소로 가득한 묘사는 그 유명한 왕가 스캔들의 끝판왕 헨리 8 세의 습관적인 결혼과 결혼 무효 소송, 이혼, 처형에 관련된 이야기만큼이나 흥미롭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로도 접할 수 없는 감춰진 취향과 적나라한 사생활이 드러난다. 이 책이 유용한 건 이들의 엉뚱하고도 비열한 습관과 행각들을 접하다 보면 실제 보편적인 평가에 기반한 그들의 역사적 행적들도 궁금해진다는 점인데, 이를 간과한 듯 각 장별마다 언급되는 인물들에 대해, 별첨의 형식으로 실제 객관적인 역사 교과서상의 내용들을 함께 싣고 있다는 점이다. 스캔들 뿐만 아니라 아니라 역사 공부도 된다는 말이다. 조금은.
윌 커피는 16년 동안 자료를 모으며 책을 써오다가 끝내 1949년 작고하기 전까지도 탈고하지 못하고 미완성이었던 채로 사망했다. 이숲에서 출판한 국내판 제왕들의 사생활은 그의 사후 출간된 The Decline and fall of ptactically everybody라는 제목의 원서 중 관련 제왕들의 사생활 이라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몇몇 학자 예술가 등을 제외하고 번역한 것으로, 그러니까 책의 집필 시기는 1930~1940년대라고 할 수 있다. 60~70 년이 넘는 지금까지 다시 번역되고 출간되는 것으로 그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군데 군데 들어 있는 삽화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글씨들 사이에 그림이 들어 있으면 웬지 모르게 편안하고, 좋다. 어릴 때 그림 많은 책을 좋아해서, 책을 고를 땐 그림이 많은 것을 우선 골랐던 기억이 있는데 오랜 만에 삽화가 있는 책을 보니, 너무 너무 좋았다. 책의 재질이 재생 용지를 사용해서 가볍고 빛의 반사가 없어 눈이 피로하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든다. 좌우 위아래 공간 도 다른 책들에 비해 약간 적은 편이어서 출판사의 마인드가 환경 친화적인 느낌이 들고 챕터별 주석과 구분되는 도움말을 info 표시와 함께 소개하고 있어 역사 상식이 부족한 사람에게까지 성실하게 정보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