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해라 말아라 하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서 갖게 된다면 한 마디로 말해서 그 사람의 전 인생은 로또를 잡은 것과 같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좋으니까 다른 궁리 안하고 성실하게 그 일을 하겠고, 그러니 당연히 효율이 높아지고,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그 일에 능력이 있다는 걸 말해주기도 하는 것이므로 조직 안에서 혹은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는 쉬울까.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고, 입고 싶은 것만 입고, 좋은 사람만 골라 만나고 그런 모든 호불호를 자기가 선택할 수 있지만, 어느 시대든 그렇겠지만 특히 이 시대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건 경우에 따라 주변의 가족들의 희생이 요구되거나, 스스로가 다른 욕망을 버리는 것의 대가 위에서만 가능한 경우도 많다. 무슨 일을 하게 되건 상관 없이 전망있는 대기업과 안정성이 보장되는 공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인 청년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고 말하는 것은 마리 앙뜨와네트가 하지도 않은 말인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면 되지 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비바람불고 눈보라치는 취업전선에서 찬밥 더운밥 가리기 쉬운 이 때에 청년들에게 메아리치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라, 꿈을 간직해라'라는 구호는 때로 가혹하다. 편의점 알바와 택배배달을 평생 직장으로 삼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책상 머리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일이 답답한 사람들에게 그런 종류의 알바는 자신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입맛에 따라 사회 구조가 시시각각 재편성되는 현 우리 사회는 쉽게 공급이 채워지는 서비스 업종의 인력이 되어 평생 먹고 사는 일을 보장받을 수 없으니 문제다.
간단하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어려운 일은 사회의 수요가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가 제시하는 해답은 삶은 양자택일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의 구체적인 속성을 파악하여 무수한 직업군의 스펙트럼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100이라는 최대값을 얻을 수는 없으므로 나의 욕구를 조금이라도 만족시켜주는 직업을 찾아 일하고, 기회가 올 때마다 그것을 잡아 차츰차츰 좋아하는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차를 좋아하는 것과 기차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다르다. 구체적으로 기차의 무엇을 좋아하느냐, 기차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느냐, 기차의 구조와 성능 등 모든 기차의 속성을 이해하는 걸 좋아하느냐, 혹은 단순히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는 것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기차를 좋아하는 사람의 직업은 선택의 방향이 달라진다.
그러면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창업을 하는 일에 대해 기무라 모토요시는 한마디로 어리석다고 일축한다. 돈은 고객에게 오므로 고객이 원하는 걸 해야 한다. 혼다 신이치는 직업을 선택하려는 분야에 대해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만나 충분히 그 일에 대해 듣기를 권한다. 또한 원하는 일을 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현실에 직접 부딪히며 작은 실패를 자주 경험한다. 허미니아 아이바라는 내면만 응시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해봐야 하며, 진정한 가능성은 경험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경험자에게 인정받고 그와 교류하다보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카자미 요시미치는 하기 싫은 일을 하나씩 지워나갔고, 그 끝에 남은 단 한가지 일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걸 발견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자신이 추구하는 것과 다르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에 대해 혼다 아리아케는 지금 다니는 회사와 하는 일에 대한 밸런스 시트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장점과 단점을 10개 이상 적은 후, 단점들에 대해 1. 본질적인 문제인지 2. 일회성 문제인지를 평가하는 축을 만들고 3.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지 3. 없는 문제인지를 평가하는 축을 만들어 1+3인 경우 즉 본질적이고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만을 골라내고 나머지는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만두고 싶은 이유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인지, 그만두고 싶은 핑계에 불과한 것인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중간 중간 그림과 명언들이 넉넉한 공간 내에 놓여있고, 배치도 여유롭다. 전에는 글자가 적은 책들에 대해 지면을 낭비하고 책값만 올리려는 수작이라고 옹졸하게 생각했었는데, 최근에는 생각을 바꾸었다. 자기계발서들을 읽을 때는 열심히 들이 파서 뭔가 대단한 것을 얻자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며 성찰하고 조금은 나를 업그레이드한다는 명목으로 읽게 되므로 여백이 주는 효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책을 읽을 여유도 갖기 어렵고, 또 빽빽한 글씨들을 싫어하는 청년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편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