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양의 정보를 습득할 때는 글자만으로 채워진 텍스트 북을 읽는 것보다 정보를 잘 정리해서 그래프와 각종 시각적 효과를 일으키는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인포그래픽을 보는 훨씬 효율적이다. 텍스트는 감정이 들어간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좋은 도구이지만 두툼하게 쌓여있는 사실들을 나열하기에는 따분하기 그지없다. 따라서 인포그래픽스라고 하면 유엔이나 한국 통계청 같은 곳에서 조사한 온갖 통계 정보를 온갖 색상과 그림으로 표현하여 한 눈에 세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맥주 인포그래픽스다. 맥주에 대한 인포그래픽스라니, 마시는 술의 일종으로 생각해볼 때 맥주라면, 제조과정과 브랜드에 필요한 몇몇가지 사실 말고는 대개 술에 얽힌 이야기를 생각하게 된다. 당연히 텍스트로 짜여진 스토리텔링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맥주와 인포그래픽스라니, 우리가 마시는 맥주는 얼마나 많은 사실들이 있기에 인포그래픽스로 책 한권을 완성할 수 있는 걸까 ?
이렇게 생각하는 건 우리 한국 사람들이 마시는 맥주가 아주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리만큼 획일적으로 맛없는 맛을 내는 소수의 브랜드 맥주 뿐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최악을 자랑하는 아이템들이 종종 있는데 영국의 국격은 맛없는 음식이 결정하는 것처럼, 한국이라면 맛없는 맥주, 저 서구권의 관광객들이 마셔보고는 '말오줌 맛'나는 맥주라고 평하는 맹탕 맥주가 한국임을 말해준다. 오죽하면 북한 대동각 맥주보다도 맛없다고 할까. 그래도 요즘은 홈플이나 이마트 가면 세계 각국의 맥주가 아주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고, 간혹 직접 만든 생맥주를 판매하는 맥주집들도 볼 수가 있어서 조금 맥주맛의 안목이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폭탄주 재료로서는 크게 손색이 없는 듯 아직까지는, 딱히 무슨 맥주라고 지칭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을, 맛없는 맥주들이 주류를 이룬다.
술 중에서는 맥주를 좋아해서 이것 저것 사서 마셔보곤 하지만, 슈퍼마켓 매대에 놓인 해외 수입 맥주에 기재된 세계 각국의 글자들은 도통 읽을 수가 없으니 알고 있는 브랜드의 맥주 몇몇 개를 제외하고는 주사위 던지듯 무작위로 골라, 집에와서 하나씩 마셔보며 담에 이거 사자, 저거 사자 말만 해놓고, 그 다음번엔 또다시 무엇이 맛있었는지 잊어버리기가 보통인 내게, 맥주 주기율표라는 아이디어는 놀라왔다.
어떤 종류의 화학책이라고 하더라도, 그 책을 펼치면 맨 앞장에 주기율표가 나와있는 것처럼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표지 다음으로 만날 수 있는 장면은 이 주기율표다. 전세계 맥주를 유래에 따라 90개로 분류했으며, 이 분류에 쓰인 약자의 원이름은 실제르 해당 지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우리나라는 제외) 그 이름에 걸맞는 레서피가 통용되거나 혹은 법적인 규제를 받는 맥주의 이름이다. 가령 Ss는 스위트 스타우트로, 주기율표의 번호 대신 해당 맥주에 대한 인포그래픽스와 설명이 있는 페이지가 함께 기재된다. 색상은 유래 지역으로, 하늘색은 영국 아일랜드에서 유래한 에일, 주황색은 유럽대륙에서 유래한 에일, 연두색은 유럽대륙에서 유래한 라거, 붉은색은 미국에서 유래한 맥주를 지칭한다.
우리나라에서야 유통되는 대부분의 맥주가 라거 계통이라 에일이라고 하면 뭔가 굉장히 이국적으로 느껴지지만, 영국과 아일랜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예일 계통의 맥주가 유통된다. 라거와 에일의 근본적인 차이는 호모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에일에 쓰이는 세레비지에 효모는 알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에스테르를 부산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맥주에서 여러가지 과일향이 난다. 높은 온도에서 발효되며 거품이 많아 향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 반면 1400년대에 독일에서는 직설적이고 단순한 맛을 내는 라거 효모를 발견했는데, 에일을 만드는 곡물 효모와는 달리 낮은 온도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하면 발효하고, 더 낮은 온도에서 2차 발효해야 탄산의 톡 쏘는 맛을 만볼 수 있다. 이 라거를 만드는 효모는 최근 유전자 연구를 통해 남아메리카의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효모와 에일효모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서구가 '아메리카 발견'이라 부르는 아메리카 침략 시기가 시기상으로 조금 잘 안맞는 면이 있어서,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참조 : 브런치 비어스토리 https://brunch.co.kr/@beerstory/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