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다리외세크] 가시내 - 아이들은 섹스 놀이가 끝나면 어른이 될까
가시내, 여자아이를 말하는 것 같다. 사춘기 여자 아이들. 그 아이들의 성을 다룬 소설이다. 소설 속에는 배경 묘사가 없다. 인물에 대한 설명도 없다. 시간과 공간이 목적을 상실한채 우주 바깥쪽에서 유영할 뿐이다.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는 난해한 소설이라 하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머리속으로 배경이 명료하게 그려지는 시점이 생기는데, 이 소설은 끝내 그 지점을 통과하지 못한다. 이제 초경을 막 시작한 솔랑주와 친구들은 오로지 성(sex)만 보인다. 그들의 대화는 성에서 시작해서 성으로 끝난다. 그들이 하는 행동 역시 성적 호기심으로 시작된 일관되고 탈선적인 행위가 다다.
온갖 성적인 행위와 성기를 뜻하는 금기어들이 지면 가득 채워져 있지만, 완전히 발가벗은 사람들로 우굴대는 목욕탕에서는 성적인 흥분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은밀한 19금의 성애 소설과는 달리 외설적이라는 느낌마저 달아난다. 그들이 다루는 성이 너무 미숙하고, 사랑을 매개로 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혹은 나는 '사랑'이라는 달콤한 감정을 싣지 않은 섹스는 '성애'가 아닌 동물적 행동으로 이해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그럴까?)
그렇다. 이 시대, 이 공간에서 막 가슴이 나오고, 초경을 시작한 여자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인 성에 접근하고 알아가는 경험하는 과정은 우리가 어릴 적, 억압되고 숨겨졌던 은밀한 유혹과는 다른 정반대쪽 세상 풍경이다.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그 나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체의 변화에 주목하고 집착한다. 그들은 섹스라는, 경계 넘어의 새로운 세계로 맘껏 도약하고 싶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아픔을 준다는 사실은 훗날에야 깨닫게 된다(깨달았을까? 누군가가 실제로 죽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