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밖 여운/교양

[박종하] 수학, 생각의 기술

guiness 2015. 5. 18. 14:15
수학, 생각의 기술 - 10점
박종하 지음/김영사
진리의 언어, 수학

생각의 매듭을 끊어서,복잡하게 서술된 문장을 기호로 나타내고, 그 기호들 사이의 규칙, 영원 불면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수학이라고 말해 본다. 수학이란 또 다른 많은 정의를 가질 수 있지만, 이 책을 읽은 후의 수학이란 것을 그렇게 정의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어떤 수식 혹은 수학적 기호가 나타내는 뜻만 안다면 그것이 어떤 사물이건 현상이건 혹은 어떤 사람이나 시대, 장소에 가리지 않고 불변하는 진리라는 점을 상기할 때, 수학은 인간이 바벨탑을 쌓은 벌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언어를 가지고 뿔뿔이 흩어져서 살게된 '형벌'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언어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나누고, 이해할 때 교류하는 감성, 문맥과 서사 같은 수많은 언어의 속성을 수학으로 표현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 역은 가능하다. 즉, 우리가 그 개념만 이해한다면, 어릴적 배운 '산수'에 가까운 어떤 임의의 수학을 언어로 바꾸는 방법은 우주의 별만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은 우리가 언어로 창조할 수 있는 수많은 다른 버전들의 감정, 서사, 표현, 이해 같은 것들 속에서 불변하는 진리만을 뽑아 내어 공통된 언어, 수식으로 표현하여 동일한 이해의 범위 내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즉, 수학은 생각이다. 어떤 복잡한 생각을 할 때, 논리적으로 그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 수학을 통해 확인하면 '뇌의 게으름'과 '뇌의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들 선호 사상이 있었던 우리나라의 모든 가족이 딸을 낳았을 때는 계속 더 자식을 낳고 이미 아들을 얻은 가족은 더이상 출산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여자가 줄어들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것이 옳을까? 

첫째 ●●●●●●●●○○○○○○○○  확률은 반반. 아들을 낳은 가족 8, 딸을 낳은 가족 8
둘째                   ●●●●○○○○   딸을 낳은 가족 8만 자식을 낳았다. 이 때에도 확률은 반반
셋째                             ●●○○
넷째                                  ●○
다섯째                                  ◐ 

이렇게 따져보니, 어떻게 하든 남녀는 동일한 숫자의 비율로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는 멍청하게도, (요즘은 딸을 더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낳은 친구들이 산아제한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아들만 많아지면 나중에 울아들이 장가도 못가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여아를 선택적으로 낙태하지만 않는다면 인구비율이 달라질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아들 세대는 여자 아이가 훨씬 모자란다. 가뜩이나 낙조의 시대에 태어나 경쟁이 치열한데 거기다가 치열한 암컷 경쟁까지..  불쌍한 놈들.

이 책은 수학을 통해 사고의 방식을 연습하는 법을 알려준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부딪치는 사소한 수많은 문제들. 이것들이 순수 언어로 표현되었을 때, 효율을 중시하는 우리의 뇌가 착각과 왜곡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전에, 순수하고 변함없는 진리를 확인시켜주는 수학적 언어를 연결시켜주는 고리를 제공한다. 수학이 위대한 건 직관보다 더 바른 답에 가까이 가기 때문이다. 위대한 철학가들도 철학적 진리를 향한 방법으로 수학을 이용한 경우가 많았고, 에셔와 같이 위대한 에술가들 역시 수학과 예술을 동일 선상에 두었다. 엄청난 기억력과 빠른 두뇌회전을 이용한 직관적 선택으로 투자자들의 이익을 결정하는 투자회사에서 젊은 인간 트레이너들 대신 수학적 이론과 과학적 분석법을 이용해 설계된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거래하여 세계 최고의 수익률(연평균 38.4%)을 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대표 펀드 메달리온 펀드는 수학적 사고가 인간의 직관보다 더 정확함을 보여준다. 이 회사의 사원은 금융, 경제, 경영 전공자들이 아닌, 수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 컴퓨터 공학자들이라고 하는 이 회사의 대표펀드 메달리온 펀드는 1988~1999년까지 누적 수익률이 무려 2천5백%얐디고 하니, 젠장할 돈은 다 거기서 긁어모으고 있었던 거다. 

생각의 출발은 어디일까. 수학적 사고방식의 출발점은 정의, 공리, 공준이라는 개념이다. 정의는 규정이나 약속이고, 공리는 수학이 존재하기 위해 증명하거나 의심할 수 없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요소다. 출발한 생각을 확인하는 것은 정확하고 확실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수학적 확인 과정은 효율을 위해 패턴대로 처리하는 우리 뇌의 사고를 보충해서 실수와 착각으로부터 벗어난 정확한 사고를, 숨겨진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폴리페놀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비타민 C를 발견한 얼베르트 센트죄르지의 경우, 바나나는 시간이 지나면 색깔이 변하는데, 오렌지는 색깔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 질문을 통해 식물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이 산소와 반응하면 갈변현상이 일어나고, 이것을 막아주는 비타민 C를 발견한다. 그의 발견으로 겉이 상했을 때 색이 변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비타민 C의 함유량을 알 수 있다(p79)

이렇게 우리의 생각은 질문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으로 더욱 심화된다.  의심할 수 없는 생각의 기초를 쌓고, 그 토대 위에 합리적인 생각을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사고 과정이다(23). 설명할 수 없어도 마음 속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 그것이 공리일까. 그 공리는 옳은 것일까. 그 공리는 세상에 불변하는 진리일까. 유리수가 전부인 줄 알았던 피타고라스의 세계에 그 제자가 발견한 √2 는, 자신이 생각하던 세상을 무너뜨리는 존재였다. 결국 제자를 죽이고 √2의 존재를 비밀로 함으로써, 언젠가 드러날 진실의 모습에 역사적으로 영원히 빛날 스스로의 이름을 구정물을 칠한 그의 선택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우리는 항상 자신이 가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옳은가, 이것이 불변하는 진리인가를 생각하는 데 있어 수학적 사고라는 생각의 틀은 특히 도움이 된다. 이 책은 퀴즈 형식의 문제 풀기 방법을 통해, 일상을 수학적으로 해석하고, 답을 찾는 방법을 훈련시킴으로써, 생각의 푝을 키워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