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아리] 어쩌다 이런 가족 - 내 딸의 xx 동영상 유출을 막아라!
소설 내용은 사실 위와 관계가 없다. 사실 매우 명확한 주제를 전달하는 이 소설의 주제도 위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 혜윤, 혜란, 미옥, 용훈은 한 가족이다. 진환, 진욱은 각각 두 딸의 남친이다. 용훈은 성공한 기업의 회장이고, 미옥은 성공한 갤러리 주인이고, 혜윤은 성공한 집안의 성공한 딸이다. 혜란은 별로 스스로 성공할 필요가 전혀 없는 악의적인 철부지 둘째인데, 성격은 못돼 처먹었고, 얼굴 하나는 끝내주게 예쁘다. 할머니까지 대가족이 늘 아웅다웅하면서 자란 나는 가족끼리는 늘 그렇게 아웅다웅하면서 지내는 건줄만 알았었다. 부러울 거 없는 부와 성공을 가진 집안에서 각자 자신의 할 일들을 알아서 착착 하는 집안이라면 그리 할 말이 많지 않을 거 같고, 그래서 별로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살아도, 그게 딱히 불행을 뜻하는 이상징후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모범생이고 착하고 똑똑하고 배려심 깊은 첫째 혜윤은 집안의 이런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으로 인해 집안이 온통 뒤집어지고 그동안 조용하고 말없던 가족이 한바탕 싸우면서 사람사는 훈훈한 온기를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사랑하는 행위가 동영상으로 유출되면 여자만 피해자가 된다. 사랑하는 것이 어째서 손가락질 당할 이유이며, 그런 동영상을 보면서 은밀히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대중이면서, 한 사람을 끝도 없이 추락시키기 위해 동영상 배포라는 게 작금의 사회에서도 유효하다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혜윤은 어느날 조용한 가족에게 파문을 던진다. 동영상이 유출되었다는 거다. 사건의 발단은 여기부터다. 그런데 몇페이지 안넘어가서 동영상 유출은 자작극임이 밝혀지고, 그로 인해 가족은 혼란을 겪는데, 몇가지 이해되지 않는 사건들이 있다. 혜윤이 애초 동영상을 촬영한 이유가 그 지긋지긋한 침묵과 고요한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걸 백번 양보해서 이해한다고 쳐도, 그녀를 사랑한다는 진욱의 행동은 완전히 이해불가다. 계속 혜윤이가 하라는 대로, 혜란이가 하라는 대로 생각도 없이 끌려다니더니, 나중에 스스로에게 가한 그 충격적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다.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결말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서로 말하지 않으면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싸우더라도 서로 많은 말을 하면서 살자라는 게 주제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말로 입는 상처보다는 침묵이 그어놓은 벽이 서로를 서로에게서 보호해주는 것일 경우다. 노력해도 안되는 사람들은 헤어져야 한다. 그런데 그 헤어짐이 말처럼 간단한 게 아니라, 용돈을 주고 먹여 살리고 부를 상속해줄 가족을 떼어놓을 수 없다. 그러니, 그렇게 필요보다 증오가 큰 서로를 무관심으로 견디면서 살아가는 거다. 하지만 최소한 다시 한 번 시도해볼 수는 있다. 막장 콩가루인채로 그대로 사는 게 섹스 동영상이 유출되는 거보다 더 견디기 힘들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