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다다오]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이 책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자신의 건축적 이념과 사상, 그리고 자신의 건축물에 대한 철학을 직접 자신의 언어로 쓴 자서전 겸 건축 회고집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가가 되기 위해 처음으로 작업했던 스미야시 나가야를 비롯한 많은 그의 작품들이 건축 전공이 아니어도 이해할 수 있는, 일반 언어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스스로 학습능력이 부족했다는 사람의 글쓰기가 놀랍다. 환경친화적인, 유기적인, 자연적인 이런 숱하고 뻔한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실제로 형체가 있고,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고 그 안에서 걷고, 앉고, 살 수 있는 공간을 가르고 합치는 거대한 물체로 바꾸어놓는 그의 건축가로서의 능력 뿐만 아니라, 그러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언어로 쉽게 전달하는 능력이 그렇다. 그의 성공은 어쩌면 이런 작은 것에 기반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상을 구체화시켜 상대에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능력. 체계적 배움의 과정 없이도 커다란 성취를 향하게 만든 기반이었을.
안도 다다오는 서장에서,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을 위해 먼저 사회에 진출한 우리는 그 의욕에 부흥하여 기회와 자리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사회의 재산으로 보호하고 키워 나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명한 건축가로서가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바른 인생관. 정작 본인은 독학으로 천신만고의 고생 끝에 세계적인 건축가로서의 명성을 쌓아왔지만, 사무실을 25명 이상 키우지 않고, 건축학과 학생들의 실무 교육을 위해 일정 부분 자신과 사무실을 헌신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새로 들어온 젊은 스태프들이 건축이 무엇인지를 배우려면 두루 관여해 볼 수 있는 규모의 주택 작업부터 시작하게 하기 위하여 사무실 운영에 불리한 줄 알면서도 한 해에 한 두 건이라도 주택 작업을 계속해 왔다.
나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경제적 성공 등을 커다란 성취로 치장하여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지라는 둥 각종 매체와 출판을 통해 청년들을 가르치려 드는 기성 세대들에게는 큰 박수를 보내는 편이 아니다. 안도 다다오의 메시지도 막판에는 대략 젊은이여 꿈을 가지고 부딪쳐라 에 도달한다. 그러나 그의 메시지는 허황되지 않고 우직하고 진심이 담겨있다. 그의 성취는 그가 발주도 없이 덤벼들어 시작한 수많은 가상 프로젝트와 개념도를 통해, 일부는 실현되고 일부는 아직도 그의 머리속과 사무실을 채우고 있는 그의 열정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건축 뿐만 아니라 그의 생이 감명깊었던 것은 가령 그런 것들이었다. 일이 없는 1년동안 동네 빈터 같은 사이트를 직접 선정해서 무턱대고 혼자서 설계를 하고 개념도까지 그려 건축주를 만나고, 설득하고 괴롭히며 건축주의 이익과 반하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한 채 건물을 지을 생각도 없없던 땅주인에게 프로젝트를 따내는 것 같은 그야말로 치열한 열정이었다. 그는 일감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먼저 일을 해서, 그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사람들을 만났고, 그러면서 자신을 노출시켜갔다.
학벌과 인맥이 중시되는 엘리트 사회인 건축가로서의 삶을 혈혈단신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부딪쳐라! 그러면 깨질 것이다." 식의 뚝심. 그리 많이 부딪치고 깨지면서도 비굴해지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건축주를 설득하는 태도와 같은 정말 기본적인 것들이다. 아무 영혼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리 녹녹치 않은 길을 저벅저벅 걸어갔다.
성공한 듯이 보이지만 그의 사무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수백명의 직원과 지사들을 거느리고 세계 곳곳에 대형 빌딩을 설계하는 그런 성공이 아니다. 그의 성공은 고작 25명의 직원과, 작은 사무실,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캠프 정신, 사회에 첫발을 디딘 새내기 건축가들의 경험을 위해 한 해 1~2건은 주택을 설계하는 배려, 이미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이후에도,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발주되지 않을,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은 프로젝트의 개념도를 그리고 사이트를 탐험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러 다니는 모습이다.
일란성 쌍둥이의 동생으로 태어나, 대를 잇기 위해 외가로 보내지고 외할머니 밑에서 컸으며 고등학교부터 프로복서의 꿈을 가지고 활동하다가 한계를 인식하고는 공업 고등학교에서 배운 도면 설계 기술을 가지고 인테리어 설계 일을 시작하면서 점차 건축가로서의 꿈을 실현해 간다. 그는 자신이 독학으로 이룬 성취를 신화적 스토리로 미화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공부를 하지 않은 탓에 학습능력도 딸려서 대학진학을 포기하였다는 그는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하는 점부터 혼자 판단해야 했고, 건축학과의 강의를 들어보거나, 건축학과의 강의 교재를 잔뜩 사다가 읽지만, 책의 절반 정도만 이해했을 뿐이었다고 회상한다. 장님 코끼리 더듬듯 시작한 독학의 나날 중, 헌책방에서 만난 르코르뷔지에 작품집은 그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이를 계기로 1964년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서구 건축을 체험하는 7개월에 걸친 장기 여행길에 나선다.
작은 컨테이너 박스를 연상시키는 그의 첫번째 데뷔작 스미요시 나가야는 그의 건축의 출발점이자 귀결점이다. 또한 그의 건축적 가치관과 이상을 실현시키는 궁극의 테마인 도시의 게릴라 주택이다. 모두가 동경하는 하얗고 밝은 교외형 주택을 겉치례로 느낀 그는 좁으면 좁은 대로 도시에 터를 잡고 살려고 분투하는 개인을 위한 가정집을 투쟁하는 게릴라의 아지트라 칭하였고 비좁은 대지에 풍부한 변화와 깊이가 있는 주거 공간을 만들 수 있는가를 평생을 통한 그의 건축적 가치의 화두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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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대지이기 때문에 냉혹함과 따뜻함을 두루 가진 자연의 변화를 최대한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시하고 무난한 편리함을 희생시켰다. 그 좁은 대지에 1/3을 차지하는 중앙 정원을 만들고, 이 중정이라는 자연적 공백이야말로 좁은 집안에 무한한 소우주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었다(p88). 그는 회고를 통해, 극한에 가까운 여러 조건이 본인에게 가르쳐 준 것들은 풍부하다고 고백하며 좁은 면적과 저비용 탓에 모든 문제를 한계치까지 파고들어서 사고해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건물 안에서 느끼는 자연을 '빛'으로 좁히고, 그 빛의 다양한 포섭 방식을 고안하여 각 공간의 특징을 만들어 나간다는 그의 이상을 장식을 일체 배제한 콘크리트 박스 속에서 시도했다. 또한 남향을 고집하기 보다는 주택이 들어서기 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자연을 존중하고 살리는 쪽을 중시했다.
도시 상업 건축에 대한 그의 철학은 이렇다. 그는 흐르는 풍성한 역사적 시간 1세기 이상 묵은 건물이 당연하다는 듯이 사용되고, 그 안에서 과거와 현재가 혼연 일체로 겹쳐지는 유럽의 역사 도시에서 그가 느낀 것을 실현하고자 했다. 경제효과를 얻기 위해 도시 공간을 침식해 가는 시장원리에 저항하고 반세기 이상 지속될만한 풍경을 남기고 싶다는 공공의 의사를 표현한 상업 건축 오모테산도힐즈, 건물 속에 또 하나의 거리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로, 벽 넘어 존재한 공간에 골목처럼 종종 불규칙하게 꺾어져서 건물 안에 정체나 고임의 공간을 만들고 계단을 오르면 벽 틈새로 고배 앞바다가 내다 보이게 만든 로즈가든, 냇물이 건물 안으로 들어올 것 같은 긴장감 있는 관계를 건물과 냇물 사이에 창조해낸 TIMES 사옥 등이 도시 건축의 대표작이다. 특히, 갇힌 영역 속에 자연을 빛과 바람이라는 추상화된 형태로 끌어들이는 방향을 추구해온 그가 TIMES 건축에서는 역으로 자연 속에 건축을 들여보내는 발상을 실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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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편, 장식을 배제하고 소재의 느낌을 순수하게 표현한다는 초기 모더니즘의 기본 원리를 일본적 건축의 감성으로 보고 이를 그 나름의 노출 콘트리트 재질을 이용하여 실현하였다. 벽이 잘라 놓은 공간 분할과 비춰드는 빛으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알몸뚱이 건축, 그 이미지를 실현할 벽에는 강력함보다는 섬세함이 거침 보다는 부드러움이 요구되었고, 이러한 일본인의 감성에 부응할 수 있는 안도 타다오 스타일의 매끄럽고 세련된 콘크리트를 만들어냈다.
작년 미국 여행때 지구 반대편에서 보았던 그의 작품이 얼마전 제주도에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책에서는 제주도 피닉스 아일랜드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Fortworth 현대 미술관에 대한 짧은 언급은 있었다. 안도 다다오의 위상은 멀고 먼 지구 반대편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 건물은 책의 글로벌 시대라는 챕터에서 아주 약간 다루지만, 그 곳 현대 미술관은 이 미술관이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라는 사실에 매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포트워스 현대 미술관 옆에는 안도 타다오가 영향을 받은 건축가의 건물인 킴벨 아트 뮤지엄이 나란히 있다. 미술관에는 안도 타다오의 드로윙이 특별 전시되어 있었다. 미술관은 세계적 미술관 답게 미술책에 나오는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공간과 공간을 오가며 느끼는 건물의 에너지가 참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콘크리트 소재인데 거칠지 않고 매끄러운 느낌이라, 고급스러웠다.
마치 물 위에 떠있는 건물 같은 느낌이 든다. 반대편 건물은 미술관 내 카페인데,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한가하게 아주 오래도록 앉아 시간과 건물을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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