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밖 여운/교양

[김희곤] 스페인은 가우디다

guiness 2014. 9. 24. 15:23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무엇을 기억할까. 1992년 올림픽. FC 바르셀로나, 세르반테스의 돈키오테와 피카소,  한 때 세계를 손에 쥐었던 화려한 영광 뒤에 패전과 연이은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 스러져가던 스페인에 세르반테스와 피카소와 말고도 위대한 인물이 있었다. 19세기 급격한 산업화가 도시에 몰고온 혁명적 변화를 시민들의 삶의 공간 속에 예술로 새겨넣은  가우디다.


바르셀로나의 관광산업은 가우디로 시작하고 가우디로 끝난다. 도시 곳곳에 가우디의 흔적이 있다. 가우디의 정신, 가우디의 영혼, 가우디의 천재성, 가우디가 서거한지 100년이 다가오고 있지만, 가우디의 공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스페인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다른 안내서와 여행 책자는 필요 없다. 특히나 바르셀로나를 여행할 계획이 라면 굳이 다른 여행서를 읽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다른 많은 볼거리가 있더라도 그 곳에서 시간과 일정이 허락하는 가장 긴 시간 동안 머물고 느끼고 체험하고 싶은 공간은 가우디가 설계한, 아직도 진행중이거나 혹은 미완으로 종지부를 찍은 가우디의 창조 공간이 될 가능성이 많다. 책의 제목 스페인은 가우디다. 참 적절하다. 바르셀로나에 가서, 바글거리는 그룹의 가이드를 따라 다니며 설명을 듣느라 놓쳐버릴 소중한 공간 체험의 기회를 만끽하기 위해, 가우디를 읽고 공부하고 가는 게 좋다. 


이 책은, 가우디에 바치는 찬사와 가우디에 대한 숭배로 가득한 건축가 김희곤님의 작품이다. 전작으로 스페인은 건축이다 라는 책을 썼다. 가우디의 생애와 가우디 건축의 정신, 그리고 가우디 건축에 대한 칭송과 애찬에 가까운 설명을 자세하고 풍부한 사진과 곁들이고 있다. 


132년간이나 계속해서 지어지고 있는 건물이 있다. 설계했던 건축가가 세상을 떠난지 100년이 가까이되도록 숱한 역사의 질곡을 겪으며 일시정지와 계속을 반복하며 언제까지고 현재진행형으로 지어지고 있는 건물, 우리에겐 그냥 가우디 성당으로 알려진 건축물, 사그리다 파밀리아(성가족성당)다.  누구든 바르셀로나 에 가게 되면 첫번째로 보게 될 건축물이며, 그 복잡하고 경이로운 건물의 형태에 맥이 풀리듯 압도당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공간이다. 가우디는 독실한 신앙심으로 다른 모든 일을 제쳐두고 만년을 오로지 성당을 건축하는 데에만 온힘을 기울였다. 건축비로 받은 모든 자신의 재산을 성당의 건축비에 털어넣었고, 직접 사람들을 만나며 건축비 모금을 하러 다녔으며, 나중에는 아예 침실을 거처를 그곳 지하로 옮겼다.



위대한 예술가에게 평생을 신뢰하고 일을 맡겨줄 재정적 후원자를 갖는다는 것은 위대한 예술을 지속할 수 있는 지지기반이 된다. 많은 예술가들과는 달리, 가우디가 대학 때 출품한 작은 유리 전시장을 보고 그의 재능을 한 눈에 알아본 구엘은 가우디에게는 인생의 출발부터 건축비에 옭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재능을 싫컷 펼쳐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마치 커다란 보석 조각처럼 느껴지는 구엘의 궁전은 한마디로 화려함의 극치이다. 구엘을 위한 가우디의 초기작품이다. 대장장이 가족에게서 자란 가우디는 철을 자유자제로 다루어 건축물의 곳곳에 종이띠를 말아 놓은 것처럼 유려한 철제 장식을 수놓았고, 전통적인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의 아치와는 다른 가우디 고유의 포물선 아치를 개발하여 지지기반을 단단히함과 동시에 새롭고 신비로운 공간을 창조하였다.


성가족성당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가우디의 또다른 작품은 구엘공원이다.책을 보고 동영상을 찾아보니 오래전 바르셀로나 방문 당시, 구엘공원을 다녀오지 못한 게 한이다. 그는 인공적인 건축물을 만들면서 언제나 자연의 형상을 본땄고,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창조해내었다. 구웰이 주거단지를 위해 사들인 구웰공원의 부지는 대형 주택단지를 짓기 위해 밀어버리지 않았다. 등고선 그대로 길을 내고, 심어진 나무 그대로 베어내지 않고 기둥과 어우러지게 하였으며, 터를 닦으며 나오는 그곳의 재료를 그대로 건축물의 재료로 이용하였고, 무엇보다도 자연의 환경에 길과 모양을 맞추어나갔다. 그래서 어떤 것이 자연인지 어떤것이 인공물인지 분간이 무의미할만큼 그대로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었지만, 그 속에는 무한한 상항력으로 창조한 경이로운 세계가 기능적으로 동작했다. 신전의 옥상을 통해 스며든 물은 돌기둥 속에 파여진 구멍을 타고 내려와 저수조에 담겨 그대로 분수가 된다. 


스페인의 근대 건축 양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그라시아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 역시 가우디의 카사 바트요다. 재건축 바람이 불던 당시 남들과는 다른 주택을 갖고 싶었던 한 섬유업자의 의뢰를 받아 재건축한 카사바트요는 자신만의 건축기법과 아이디어로, 획일적이고 반듯하게 세워진 거리의 풍광을 카사바트요로 황홀하게 바꾸어 놓는다. 이로써 가우디는 당대 건축가들과는 점차 멀어져가고 자신만의 건축 세계에 빠지게 된다. 


호화로운 화려한 구엘궁전과 카사바트요와는 달리 카사밀라는 육중하고 웅장한 석조 건물이다.카사밀라다. 이 석조건물은 파도처럼 층층히 출령거리는 모양을 하고 있다.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껍데기 처럼 돌을 입힘으로써 건물 전체가 원만한 곡선으로 일관성을 이룬다.


가우디의 건축은 카사밀라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끝까지 완성된 것이 없다고 한다. 100여년 가까이 사람들이 살고 있기도 하고, 또 미완인 채로 그대로 기능하기도 한다. 


일반 교양서적으로서, 혹은 여행을 목전에 둔 참고소러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 한 가지 주제넘은 지적질을 한다면, 작가가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을 너무 많이 가우디에게 이입시키고 미사여구가 많아 집중이 방해되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가우디의 생각에 감정이입을 해서 전달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대자연에 펼친 생명력과 호기심이 그의 유일한 친구였다. 때로는 숲 속에서 발가벗은 채로 우두커니 서서 숲을 기고 달리는 날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모두 제각각 자신의 리듬과 질서와 형식에 맞추어 생명의 진리를 말없이 실천하고 있었다. 

가우디가 어떤 역사적 순간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다는 것을 전할 때는 어떤 것이 저자의 생각이고 어떤 것이 가우디의 생각인지를 밝힐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게 내 견해다.  만일 가우디가 남긴 자료를 통해 남겼다면 출처를 명확히 남겨야하고, 문맥상 그렇게 생각했을 거라는 추축이라면 자신의 생각임을 밝혀야 할 것 같다. 전기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므로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또한 건축 관련 다른 책들과  비교해봤을 때 예외적으로 유려하고 때로 가우디의 장식처럼 호화롭다고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것은 아마도 저자의 가우디에 대한 진정어린 찬사를 언어적으로 감성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기획 의도였다고 느껴지는데 간혹 내게는 공허한 메아리 혹은 관광 홍보 책자에 등장할만한 근사한 광고카피처럼 읽혀지기도 했다.  유려한 문장도 좋지만 편집부에서는 출간 전 비문과 오타를 세심하게 골라내었으면 한다. 아주 사소한 거지만 그것 때문에 독자들은 문장을 몇 번씩 다시 읽어야 할 때가 있으므로..


이런 찌질한 지적질을 뒤로 하고 책을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전체적으로는 매우 좋았다. 저자가 그토록 찬사를 아끼지 않은 가우디의 공간에 대해 함께 감동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공간과 예술에 대한 건축적 이해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특히, 가우디가 바르셀로나에 창조한 모든 공간을 친절한 설명과 함께 구석구석 포인트를 잘 짚어가며 설명하고 있어, 가우디에게 쉽게 접근하면서도 또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언어로 언급하고 있는 부분은 작게라도 사진을 함께 작은 구석까지도 실어 놓치지 않고 체험할 수 있었으며, 읽으면 읽을 수록 더욱 더 가우디에 대해 관심과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다. 책의 내용이 호기심을 더욱 강하게 부축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바르셀로나에 갈 계획을 세우게 되는 독자들이 많게 될 것 같다. 나는 EBS 다큐프라임으로 감상한다. 더운데 다니려면 다리아픈데 앉아서 자근자근 설명들으며 잘 안보이는 곳까지 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 일일히 링크따다 붙였다. ==> 가우디 동영상 감상(ebs 다큐프라임)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했던가, 물론 압도적인 건물, 세심한 조각상과 그 화려함에 누구라도 그 공간을 시각적으로 접하는 순간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되지만, 이해하게 된다면 조금 더 사랑하게 되고, 더 머물고 싶고, 더 경험하고 싶은 공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 혹은 가우디와 관련된 책자는 바르셀로나를 여행하기 전에 꼭 읽고 가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