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북 TEST BOOK - 미카엘 크로게루스 외 지음, 김세나 옮김/시공사 |
예전에 광고로 가득한 두꺼운 여성 잡지책 보면 질문에 답하면서 성격 테스트하는 코너가 많았었는데, 지금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아마도 MBTI 테스트나 Five 성격 유형 테스트 같은 전문적인 테스트 방식들이 많아지고, 이를 테스트하는 기관이나 상담소들이 제 역할을 하면서 그런 엉터리같은 테스트가 시시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쨌든 그런 테스트 코너가 있으면 친구들이랑 같이 해보고, 나는 이런 성격이니 너는 저런 성격이니 했었는데, 어느날 회사에 멘토링을 해주는 강사가 와서 한참동안 MBTI 테스트를 진행한 후, 이런 저런 유형으로 성격을 알아맞추고는 그림도 그리고 여러가지 도움이 되는 말들을 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런 저런 비슷한 테스트들을 접해봤는데, 이 책은 여러 종류의 테스트를 한 권에 모두 실어놓은 책이다. 회사에서야 자기계발 차원에서 인력을 좀 더 효율적이고 낭비 없이 하는 거겠지만, 개개인들도 이런 테스트 유형이 있으면 점치듯 해보고 답지를 보면 똑같다며 호들갑을 떨고 즐거워한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성격이나 기질 같은 것들이 표준과 얼마나 다른지 표준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끊임없이 알고 싶어 한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기 때문에 그걸 찾아가는 과정일까. 그렇다면 매번 주기도문을 외울 때마다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라고 외우면서 왜 이런 것들을 테스트하고 싶어하는 걸까. 이 책은 기질과 성격, 신체와 건강, 스킬과 커리어, 라이프스타일과 사회, 지식과 믿음에 대한 자신의 유형 등에 대한 각종 검사법을 총망라해서 64개의 테스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예전에 로르샤흐 테스트라는 게 관심있어서 알아봤더니, 테스트 기관의 테스트 방법과 해석 방법이 노출되면 한 마디로 그 테스트 방법을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회사들 혹은 심리기관들의 부가가치가 떨어지므로 디테일은 공개되어 있지 않다고 들었는데, 혹시나 힌트가 있을까 해서 뒤져보니, 너무 많은 테스트 방법이 총망라되어 있는 관계로, 모든 테스트들이 매우 약식으로 이루어져있어서 심도있게, 그러니까 제대로 테스트하고, 그 해석을 책에서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생각지도 않은 수많은 테스트 방법들에 궁금했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특징은 앞에서 얘기한 분류대로 각종 테스트 방법을 소개하면서, 실제 테스트 문제와 해석방법을 제시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부하기 싫어서 인생을 다시 살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싫다고 할 것이지만, 책에서 제시하는 테스트들은 공부 얼마나 했나를 테스트하는 것이 아닌 인생을 해석해주는 테스트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유용성은 우리가 부분적으로 알고 있는 여러 종류의 테스트들의 유래와 그것들의 학술적인 근거, 어떤 부분에서 인정받고 있는지 비판받고 있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그런 검사가 신뢰성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여기 소개된 64개의 테스트들은 대개는 심리학적으로 연구되고 학술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잡지책에 나와있는 점성술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어떤 면에서 유용하고 어떤 면에서 비판받고 있는지를 짦막하게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신뢰도 판단에 도움이 된다. 테스트의 종류는 정성적 테스트와 정량적 테스트가 있는데, 아이큐나 스포츠 테스트 처럼 정확하게 양을 잴 수 있는 테스트가 정량적 테스트이고, MBTI처럼 임의로 정해놓은 어떤 그룹에 속해있는지를 알 수 있는 종류가 정성적 테스트이다. 이런 테스트들의 분류는 정상과 비정상, 평균 이상과 평균 이하를 가른다 .모든 테스트의 종류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한챕터 한챕터 읽어나가면서 하나씩 테스트해도 되지만, 특별히 관심있는 부분만 골라서 읽거나 테스트해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인간은 나를 계속 알고 싶어한다. 왜 우리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알기를 원하는 걸까. 어떤 약점을 은폐하고 강점을 드러내고 싶은 은밀한 심리가 있을까. 어쨌든 나를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로 앞서도 계속 언급했던 MBTI가 많이 쓰이고, 요즘은 MBTI 검사 자격을 갖추고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상담하는 컨설턴트들도 많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성격 검사의 맹점은 모든 사람은 어느 한 쪽으로만 치우지지 않고 양면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데 성격 테스트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많이 무시되어 오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심리학에서 성격진단의 표준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은 빅 파이브 모델인데 이것 역시 너무 많은 질문으로 너무 적은 것을 테스트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테스트의 유형도 트렌드가 있는지, 예전에는 적성검사 혹은 심리 평가가 많았는데 이런 것들은 '숙청'됐고, 요즘은 기질이나 퍼포먼스 검사가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는 단지 행복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더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이것은 달성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실제보다 더 행복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몽테스키외(p45) 스포츠 섹션에도 재미있었던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황새다리 테스트 같은 것은 한쪽 발바닥을 다른 다리의 무픞에 대고 얼마동안 균형을 잡고 테스트할 수 있는가를 간단하게 테스트하는 방법으로 나는 3초미만이고(뭐가 자랑이라고) 평균은 20초에서 30초 사이다. 읽기 테스트도 있는데, 예전에 학교다닐 때 했던 방법이긴 하지만 다시 해봐도 그 턱. 문장이 주어지고 1분동안 몇줄 읽은 후 몇줄 읽었나로 분당 워드수를 구하고 제대로 읽었는지 문제에 답해서 틀리면 점수가 깍이는 건데, 내경우 딱 평균이다. 나는 얼마나 창의적인가는 어떤 물체가 주어지고 그것의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나열하라고 하거나 뭔지 모르는 그림의 일부를 보여주고 그림을 완성하라는 것 등으로 테스트한다. 나의 정치 성향은 어떠한가에 대한 테스트가 있었는데, 적당한 좌우로 좌파우파 상하로 자유파 보수파로 나뉘어진 그림에서 좌파에 극자유파로 내 정치성향이 드러났다. 나는 성차별적인가를 나타내는 한 테스트는 어떤 영화에 대해 그 영화에 이름이 나오는 여성이 한 명 넘는가, 영화 속 여성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가. 여성들이 남성들과 다른 무언가로 이야기를 나누는가 이 세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지 않는다면 성차별적인 감독으로 분류했고, 페드로 알모도바르라는 감독이 10점 만점에 10점, 스티븐 스필버그의 경우 2점에 가까운 여성차별주의로 나타났다. 내가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가(예를 들어 흑인과 백인에 대한 편견 같은 것)를 테스트해주는 부분이 조금 성에 안차서 http://implicit.harvard.edu 에 들어가서 테스트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편견이 절대로 없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내가 막상 테스트에서 보인 행동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달랐다. 이러한 테스트들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나와 테스트의 결과로서의 나를 비교해보고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인데. 물론 호기심에서 하는 것이지만 나를 이해한다는 것, 나를 이해하고 싶다는 것에 대한 우리들의 바람을 조금은 충족시켜주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