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에서 조사한 재미있는 설문 결과가 있다.조사 내용은 진부한데, 결과가 재미있다. 아래 그림은 그 설문 결과를 토대로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을 연령별로 나타낸 표다.위에는 남자, 밑에는 여자. 이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대한민국의 인간은 거의 죽을 때까지 평생을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하고 후회하며 산다는 거다. 남자는 50대까지 공부좀 할걸, 여자는 40대까지 공부좀할 걸 하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는 거다.
맞다. 공부는 신분 상승의 계단이다. 좋은 학력은 그 사람의 인격마저 달라보이게 만든다. 그게 현실이다. 그러나, 그게 다일까? 돈, 명예, 사회적 위치 그런 물질적이고 사회적인 요구만이 공부의 목적일까?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부모들도 그걸 안다. 다만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방법으로 공부하기를 설득/위협하는 방법이 니가 거지가 될라고 그러냐고 하소연하는 거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 우리아들이 중학교때 나름 감동 먹었던 스터디코드에서조차도 공부를 안하면 후에 어떤 힘든 인생을 살게 될지를 정신이 번쩍 들도록 실례를 들어 얘기한다. 그러나 정말? 살아보면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 좀 더 잘하기를 원하니까 그렇게 협박하는 거다.
흔하디 흔한 자기계발서를 나름대로 평가하는 기준이 몇 가지 있다. 가령 이런 책들은 매우 나쁜 책들이다. 1. 뻔하고 진부한 얘기들, 자신의 다른 많은 책에서, 혹은 다른 사람의 다른 많은 책에서 이미 수없이 많이 했던 얘기를 적당히 짜집기 해서 새 이름으로 내는 책들. 2. 자신의 성취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여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환경 같은 특수성에 대한 결과를 일반화시켜 모든 사람들에게 통할 것처럼 얘기하는 책들. 3. 진정성이 없이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위해 책의 지면을 쓰는 책들(훌륭한 사람들의 생을 좀 더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보고 쓴 전기나, 평전 같은 걸 읽는 게 더 유익하다). 4. 얕은 지식을 이용해 이론을 왜곡 해석하고 독자의 눈을 속이는 책들 5. 무슨 종교처럼 주술적 행위를 하라고 늘어놓는 책들
적어도 위의 내용에 해당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자기계발서 중 독보적이고, 또한 진정성이 있다. 저자는 공부의 목적에 대해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다. 거지가 되려고 공부를 그렇게 안하니 타입의 잔소리가 아니다. 무엇이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도록 만든다. 이 부분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이를 어떻게 대했나를 생각해보니 언어 학대에 해당하지 않았을까 라는 나름의 성찰과 반성까지 하게 된다. 저자는 타고난 우등생이 아니었다. 자신은 잉여짓만 골라하고 중2때 초등학교 저학년의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는 완전 포기자였으며, 어떻게 그런 생활에서 빠져나왔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피차 공부 안하는 학생 입장에서 서술한다.
첫 장은 <늦었나, 늦지 않았나>로 시작한다. 늘 늦은 것 같다. 시골 깡촌에서 모든 시험은 답안지 번호만 졸졸 외워 동그라미 치면 100점을 맞을 수 있도록 문제까지 다 가르쳐주는데도 불구하고 그것도 안하고 학교를 다닌 망나니가 중3 다돼서 공부좀 할 까 한다면 그건 늦은걸까? 늦은거다. 당연히 늦은거다. 곱셈도 되지 않는데 미적분을 어떻게 할 건가. 알파벳만 달랑 알고 아는 단어라고는 아마도 스튜던트 정도 밖에는 없을 학생이 어떻게 고등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는 건가. 늦었다. 아주 몹시 늦었기에, 아버지를 졸라 초등학교 문제집을 3학년때 정도부터 잔뜩 사서 껴안고 들어와 그 부분부터 공부한다.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영어, 한 문단에 10개씩 모르는 단어가 나오는 국어, 초3 것도 풀지 못하는 수학실력. 게다가 도와줄 사람도 없는 깡촌이라는 배경. 그 모든 것을 헤집고 나간 과정을 그대로 적었다. 그리고 그 때의 죽을 것 같은 마음도 함께.
공부의 목적은 그걸로 어떤 직업을 갖는 것이 아닌, 어떤 사람이 되는가를 아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은 학급 내 라이벌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이 진정한 경쟁이다. 나는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러므로 나의 한계는 내가 정해놓은 한계이다. 그 한계를 극복하는 것, 그것이 자신과의 경쟁이고, 그 경쟁을 통해서 이기는 것만이 진정으로 이기는 것이다. 심플하다. 그러나 이런 얘기들을 아이들에게 해주는 부모들은 별로 없다. 반에서 1등을 하는 아이의 부모는 전교 1등과 비교할 것이고 전교 1등을 하는 부모는 다시 전국권으로 확장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부모가 함께 읽어야 할 책이다.
이렇게 어떤 편법이나 지나가면 없어질 자극적 호소 없이 우직하고 진실성 있는 목소리로 공부에 대한 멘토링이 이어진다. 그러니까 어떤 마음가짐이 공부할 마음을 생기게하느냐의 문제인데, 이런 책은 억지로라도 읽히면 아이들에게 자극이 될 뿐만 아니라 공부를 시키는 어른들과에게도 필요하고, 또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지내는 성인들에게도 되돌아볼 기회를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