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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밖 여운/교양

[김대식]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책 날개에 소개된 저자 김대식 교수의 약력은 화려하다. 독일 막스 플랑크뇌과학 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KAIST 교수다. 이러한 저자의 약력과 책제목의 결합이 주는 긍정적 편견만으로도 책에 대한 신뢰는 읽기 전부터 쌓인다. 아직 덜 알려진 새로운 지식과 깊이 있는 통찰을 기대하게 된다. 더욱이 바로 몇달 되지 않은 저자의 전작 <빅퀘스천>을 희망 도서 목록에만 올려두고 읽지 못했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컸다. 


예상과는 달리, 굳이 카테고리를 분류하자면 과학서적이라기 보다는 넓은 지식을 기반으로 한 산문집에 더 가깝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다채로운 인문학적 역사와 신화, 철학, 철학자, 미래과학, 영화, 소설 등의 방대한 지식을 통합하고 집중하여 각 글마다 독자적인 주제를 만들었다. 과학을 어렵게 여기는 독자라면 걱정마시라 무늬만 뇌과학책이라 할 수 있는,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공백과 그림과 글뭉치들이 잘 어우러져 언제 어디서고 쉽게 펼칠 수 있는 트랜디한 '과학책'이다. 소설과 수필을 주로 읽었거나, 인문과학쪽 독서량이 많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세계의 다양한 지식을 하나의 주제로 모아서 완성한 한편 한편의 글모음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익숙한 것들을 다룬다는 점, 수많은 알려진 정보와 인문학적 지식들이 모여서 이룬 생각의 흐름이 제기하는 시대적 물음에 스스로 깊이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뇌는 변하지 않는 것들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는 알고리즘'으로 필요없는 정보들을 제거한다는 뇌지식과 함께 개구리가 모든 물체를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만 구별한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최근 인터넷을 후꾼 달구었던 드레스 색깔 논란을 끌어와 서로 다르게 보이는 세상을 같다고 착각하는 인간에 대한 놀라운 성찰로 시작한다. 


같은 드레스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 신기한게 아니라 서로 다르게 보이는 세상을 같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신기할 뿐이다 P31


 '행복'과 '행복한 순간'의 차이에 대한 저자의 통찰도 인상적이었다. 명품백을 살때의 기쁨, 대기업에 입사할 때 자부심과 같은 것들은 행복한 순간들이지 행복해 자체는 아니며, 인간의 행복은 영원할 수 없기에 다시 자라나 사라진다는 말은 누구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사라지지 않는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라는 그의 질문은 다 읽은 책을 덮고 나서도 아직 공허하다. 


대답없는 공허한 메마리로 되돌아오는 질문은 계속된다. '나약한 동물로 시작해 신이 되어 가는 우리 인간.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많이 아직도 우리만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일까(P186)'. '우리의 뇌는 단지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어 할 뿐이다(P205)'  공감과 뇌에 대한 상세한 뇌과학적 해명 없이 굳이 뇌라는 말을 붙일 이유가 없어 보인다. 뇌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공감하고 싶어하는 대부분의 사회적 인간인 우리들이 하는 다른 모든 행동에도 뇌가 라는 주어가 붙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저항을 해본다. 사회적 뇌와 거울 뉴런과 인간의 사회적 모든 기능의 가설과 진실 사이에는 여전히 갈 길이 먼 귀납적 추론이 존재하고 있음을 상기해볼 때 뇌과학자에게 거는 기대를 비껴간다.  


내 경우, '인문학에 열광하는 학생, 주부,CEO,  그리고 국회의원의 냉철한 논리와 과학적 접근이 빠진 인문학은 개개인의 막연한 믿음과 편견을 우아하게 포장해 주는 인문학 코스프레에 불과하다'는 또다른 버전의 유체이탈화법으로 느껴졌다. 책의 제목이 뇌과학책이고 책을 쓴 저자의 배경이 화려한 과학적 성취를 가졌다고 해서 '냉철한 논리와 과학적 접근이 빠진 인문학' 서적들과의 차등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