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넘어졌다. 나이 들어 넘어지면 금이 가거나 뼈가 부러지기 쉽다는데, 운동도 전혀 안하고 앉은뱅이처럼 살아가는 내가, 테이블과 옆사람 무릎을 풀쩍 넘어 내딛인 곳이 한계단 높이 낮은 카페 콘크리트 바닥이었다. 각자 스맛폰에 열중하거나 떠들던 사람들은 엄청난 소리가 나서, 유리가 깨진줄 알았다는데, 나는 바닥에 누워있었다. 평지인줄 알고 디뎠는데 허공이었으니 한쪽으로 기울면서 쓰러져서 왼쪽 허리 밑 골반뼈 무릎뼈, 발뼈가 모두 부러진 것 처럼 충격이 가해져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는데, 가까스로 도움을 받아 자리에 앉아 한참 쉬었더니 통증이 사라졌는데, 다음날 부웠다. 뼈가 부러진 모양이라 생각하고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다행히 뼈는 금도 안간 모양이었다. 뭐 인대가 어쩌구 저쩌구했단다. 아플 때는 아픈 것보다 뼈가 부러졌을까봐, 불편한 깁스를 하고 쩔뚝거리며 다닐 생각에 온갖 걱정을 다했었는데, 일단 인대야 어떻든 뼈가 괜찮다니 안심이었다.
이렇게 마침 뼈가 부러졌는 줄 알았던 날 펼쳐본 이 책의 첫장은 뼈에 골절이 생겼을 때 신체의 변화에 대해 쓰여있었다. 뼈가 부러지고 회복하는 생리학적 과정은 이렇다. 뼈가 부러지면 골절 부위의 골세포는 다른 골세포와 연결이 끊기면서 저절로 죽는다. 죽은 뼈의 세포는 파골세포라는 특정 세포가 들어와서 먹어 치우기 시작해서 보름 정도에 걸쳐 다 먹는다. 죽은 골세포를 다 먹은 파골세포는 그자리에서 저절로 죽어 사라지고, 죽은 세포가 없어진 빈 공간에는 조골 세포가 채워진다. 조골세포는 줄기세포에서 생겨난 뼈 만드는 세포로, 뼈가 만들어질 자리에 뼈와 비슷한 성분인 유골을 분비하면서 지나가고, 이렇게 쌓인 유골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딱딱해져서 뼈로 변한다. 뼈가 굳으면 조골세포는 그 뼈 속에 갇혀서 뼈의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이것이 뼈의 재형성 과정인데, 이러한 재형성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끊임없는 사용으로 알게 모르게 뼈에 잔금이 갔을 때에도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최근 들어 과학 서적을 나름 열심히 찾아 읽었지만 뼈를 주제로 한 책은 처음이고, 많이 들어보지도 못했다. 뼈에 관련된 책이니 저자는 의학자나 과학저널리스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빈약한 상상력 뒤로 법의인류학자라는 타이틀이 있었다. 진주현 박사는 현재 하와이에서 살며 미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에서 실종된 미군 유해의 발굴 분석을 한다. 막상 읽어보니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책이었다. 뼈에 대해 이렇게 많은 이야기거리가 있을 수 있다니 말이다. 인체의 뼈, 동물의 뼈, 죽은 지 얼마 안되는 생명이었던 것들의 뼈,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본 오랜 선조격 동물들의 뼈(특히 공룡) 등 다양한 종류의 뼈를 모두 포괄한다.
뼈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말을 할 수 없는 어린 아이의 갈비뼈가 가진 상흔은 일종의 지문처럼 뼈에 그대로 각인되어 그 아이가 부모에게 학대받고 있는지 아닌지를 말해주고, 가야의 무덤에서 발견한 선조들의 뼈를 통해 모유 수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 해골만 보고도 아시아인과 백인들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참고로 동아시아인들이 골반이 작고 아기의 머리는 커서 출산시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과학적으로는 증명되지 않은 사실이며, 동양의 아기가 머리가 크다는 설은 과학적 근거와 반대된다고 한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아마도 얼굴이 옆으로 더 넓으냐 뒤로 더 깊으냐에 따라 크기가 달라보이는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골반 문제만 해도, 서양의 여성들이 골반이 더 크기 때문에 막말로 '애를 몇명이고 쑥쑥 잘 낳아 기른다'고 하는데 그 사실 역시 저자가 많은 연구 결과를 검토해봤으나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임신부가 고꾸라지지 안는 이유도 여성의 척추뼈와 남성의 척추뼈의 구조가 달라서이며 만일 남성이 임신을 해 배가 남산만해진다면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고꾸라지게 될 터이다. 여성의 밑쪽 세 개의 요추는 남성에 비해 심하게 비틀어져 있어서 임신시 배가 나왔을 때, 척추를 에스자 모양으로 유지시켜 뒤쪽으로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게 조절한다. 근육처럼, 뼈 역시 쓰면 쓸수록 강해지는 울프의 법칙에 지배를 받는다. '뼈 입장에서는 쓰지도 않는 뼈를 튼튼하게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p124)'이다. '나무 막대기처럼 가벼우면서도 모쇠만큼 단단한' 뼈의 놀라운 강도는 뼈의 70프로를 차지하는 수산화 인회석이라 불리는 인회석 덕분이라고 한다. 실제로 실험에 의하면 얼만 조각만한 다리뼈의 일부는 4천 킬로미터의 하중을 견뎌냈다고 한다. 또한 이 미네랄 무기질 덕분에 공룡처럼 수천만년 전에 지구상에 살았던 동물의 뼈가 그대로 발견된다.
골다공증에 대한 설명도 골다공증에 대한 상식적 이해를 돕는다. 뼈는 조직이 촘촘한 치밀골과 조직이 엉성한 해면골의 두 종류로 되어 있는데, 해면골은 어깨와 팔이 만나는 부분이나 팔꿈치 무릎 같이 뼈와 뼈의 연결부분으로 일상생활에서 걷거나 뛰면서 생기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치밀골은 종아리와 팔 뼈와 같이 기다린 부분의 뼈의 겉부분으로 매우 딱딱하며, 웬만한 충격에는 끄덕없도록 강하다. 즉 긴 뼈대는 치밀골 그 긴 뼈대의 연결부위의 둥근 부분은 해면골이다. 해면골은 그물 모양으로 얼기설기 되어 있는데, 골다공증이 진행되면 해면골의 그물이 매우 성근 그물처럼 엉성해지는 것으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것처럼 뼈에 실제로 구멍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뼈가 가늘어 지면서 그 원래 있던 구멍이 점점 더 커지는 현상으로, 이렇게 뼈 속 구조가 성글면 당연히 뼈가 약해지고 그래서 엉덩방아나 넘어질 때 팔을 짚는 것 같은 작은 충격에도 부러지게 되는 것이다.
골다공증은 파골세포가 뼈를 먹어 없애버린 자리에 조골세포가 빠른 속도로 뼈를 다시 만들지 못하면서 시작된다. 따라서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이 가장 흔하게 발생되는 부위는 뼈와 뼈가 이어지는 해면골 부위, 손목 부위의 아래팦뼈, 골반과 허벅지뼈가 이어지는 부분, 척추뼈 등이다. 그리고 중년 여성에게 골다공증이 더 많이 생기는 이유는 폐경기를 거치면서 에스트로겐 분비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지배적인데, 에스트로겐이 파골세포의 분비를 억제하는 영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미 생긴 골다공증은 치료가 불가능하고, 파골세포의 생성을 억제한다고 추정되는 에스트로겐을 투여하거나, 부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해 뼈의 재형성을 촉진시키는 것이 방법이다.
몸속의 주요 필요 성분인 칼슘이 모자라면 몸은 뼈 속에 들어 있는 칼슘을 마치 적금을 깨서 생활비로 쓰듯 뼈에서 칼슘을 야곰야곰 가져다가 쓴다. 부갑상선 호르몬이 조골세포에 달라붙으면 파골세포는 부갑상선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뼈를 부수어 칼슘을 내놓는다. 따라서 부갑상선 호르몬이 과다하면 파골세포가 더욱 왕성하게 작용한다. 부갑상선 기능항진승 환자는 뼈의 양이 계속 줄어들 뿐만 아니라, 혈관이나 신장에 칼슘이 과도하게 쌓이면서 요로 결석과 신경계통의 장애를 가져온다고.
내용은 이쯤. 이 책의 가장 장단점을 꼽자면 비전공자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매우 쉽게 풀어쓴 점을 꼽는다. 다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술술 쉽게 이해하면서 읽어내려갈 수 있도록 서술한 점은 일반 독자를 위한 대중 과학서적을 쓰는 전공자들에게 모범을 보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간간히 섞인 저자의 경험은 지나치지 않으며, 주제를 비교적 자세히 다루는 것 같은데도 쉽게 읽히는 장점을 가진 것이다. 리뷰에 연급하지 못한 재미있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인류학에 있어서 유전자 및 동위원소 관련 내용도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