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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밖 여운/교양

사소한 문구의 선택을 도와주는 카탈로그

[도서]궁극의 문구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저/김보화 역
벤치워머스 | 201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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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이 나오면 좋겠다. 일본판이라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이 많다. 그림의 떡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은 사소한 것들일수록 생활과 밀착되어 있다. 하지만 사소하다는 이유로 자주 그것에 대해 무지하다. 일본은 문구 덕후들을 위한 대회를 여는 모양인데, 저자는 <전국 문구왕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 후 <궁극의 문구 카탈로그를 자비출판했다. 한국판 제목은 궁극의 문구지만, 이로서 원제는 카탈로그이고, 책의 내용 역시 일체의 다른 잡설 없이 문구왕이 선택한 문구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다. 사실 다른 모든 물건이 그렇지만, 뭘 하나 사려고 해도 물건에 대한 지식이 많이 필요한 사회다. 수십만원짜리 가전제품이나 전자제품을 사려면 하루이틀은 공부를 해야 한다.  책을 읽고 나니 일이천원짜리 펜 하나, 테이프 하나를 사는 데도 공부가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흔히 쓰는 투명 테이프만 하더라도 셀룰러 테이프와 PP 재질로 된 것이 다르기 때문에 나중에 끈적임이 덜한 제품을 사려면 폴리프로필렌 제품으로 사야 끈적이지 않게 오래 보관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걸 누가 가르쳐 주겠으며 누가 아나.   그리고 1~2천원하는 테이프를 사면서 무슨 원재료가 무엇으로 되어 있는지 어떻게 일일히 확인하나. 이 책을 보면 된다. 펜과 각종 문구용품들 중에서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골라서 나열하고 사진 대신 그림을 그려 보여주고 설명한다. 카탈로그다. 카탈로그인데 제품 생산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만든 것이다.

문구점을 들럴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지만, 문구류는 참 싸다. 칼이나 지우개 같은 것들은 한번 사면 잊어버리기 전까지는 거의 다시 사게 되지 않을만큼 오래쓰게 되지만, 그 가격은 주방용품이라든가 혹은 먹을 것들에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심지어 비싸다는 일본 제품들도 그렇다. 그렇지만, 펜류는 마음에 드는 걸 발견하기 어렵다. 설사 발견했다 하더라도, 자주 다스씩 대량으로 구매해두기 때문에, 있는 걸 다 써야 새로운 걸 사지 하는 마음으로 나중에 사려고 했다가 어떤 제품인지 잊어버려 같은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또 제품 종류가 너무나도 많이 있어 일일히 다 써보고 구입할 수도 없기도 하다. 내 경우 그 좋다는 제트스트림과 별로 궁합이 잘 안맞는 거 같다. 자주 떨어뜨여서 그런지, 아니면 쓰다 안쓰다 해서 그런건지 잉크가 뻔히 많이 나오는데도 안나와서 마구 눌러 종이까지 찢어지도록 짜증을 부리다가 그래도 안나와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근 몇년 전에 완전 좋은 펜을 발견했는데 사쿠라의 젤리롤이라는 펜이다. 주로 A4 용지에 뭔가 메모하거나 기록하기 위해 휘갈겨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내 용도에는 첫째도 술술 잘나와야 하고, 둘째도 술술 잘나와야 하고, 셋째도 술술 잘나와야한다.  이 책에 보면  펜의 그립감과 밀착감 두께 등등 정말로 많은 요소들이 펜의 기능과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지만, 내게는 휘갈겨 쓰더라도 조금이라도  끊어지는 부분 없이 술술 잘나와야 한다. 그립감은 두꺼운 것보다는 얇은 게 좋다. 어쨌든 나왔다 안나왔다 하는 볼펜은 생각만 해도 짜증난다. 

 

 

 

처음 소개하는 펜은 펜텔 하이브리드 테크니카인데, 이것도 써본 것 같다. 하이브리드 잉크의 등장은 문구계의 한 획을 그은 획기적은 사건으로 유성과 수성 볼펜의 장점을 합친 현재의 '젤잉크'라는 정식 명칭이 생기기 전에 채택된 이름이었다고 한다. 필기감이 부드러우며 색이 선명하고 화사한 것이 특징이라고 하는데, 내 경우 이 볼편을 볼 때 가늘다는 생각이 나는 건, 아마도 내가 생각없이 고르다가 가는 펜을 사 놓고 가늘다고 불평하는 건지, 이 펜 자체가 국내에서는 0.3mm 만 나오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책에는 하이브리드 파인 0.6mm 0.4mm, 테크니카 시리즈는 0.3, 0.4, 0.5mm 로 다양하다. 부드러운 필기감과 손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고 저자는 설명하는데 내게는 살짝 펜두께가 두껍게 느껴진다. 

 

일반 풀은 종이를 접착할 때 습기 때문에 구불구불하게 만드는데, 수정테이프를 닮은 이 제품은 마른 상태에서 깔끔하게 붙일 수 있다고 한다. 

 

 

스프레이 접착제는 용도별로 번호가 달라서 구분하기 쉽다  [77]은 일반종이와 얇은 물체용으로 두께가 얇은 플라스틱 정도는 양면 도포로 붙일 수 있다. (..) 임시 고정용인 [55], 스티로폼 재질용인 [88], 강력 접착용인 [99]가 있는데 숫자가 커질수록 접착력이 강하다.
스프레이 풀이 작업을 깔끔하게 해주기는 하지만 분사된 풀이 풀풀 휘날리면 골치아프다. 스프레이 부스를 사용하라고 되어 있는데, 책에 있는을 보니 골판지로 된 박스를 대각선으로 잘라서 사용하면 될 듯하다. 스프레이 접착제의 생명은 노즐이므로 노즐 부분은 입으로 불어 남아있는 풀을 제거한다. 최근에는 교환 노즐이 두개 더 들어있다고.

 

 

잘못 분사되어 다른 물건에 묻은 접착제는 그 다음 페이지에 소개된 Mitsuwa 페이퍼 시멘트 솔벤트를 사용하면 깔끔하게 제거된다고 한다. 백화점 매장에서 가격표를 떼어낼 때 안정성과 성능이 뛰어난 이 제품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가끔 친정이나 시댁에 가서 별 생각없이 차를 대놓고 다음날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주차위반 노란 딱지가 유리창 정면 가운데 붙여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문제는 인터넷으로는 국내 판매처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진 이미지는 미국 아마존에서 일본산 수입품 파는 걸 캡쳐한 것이다. 인쇄물의 잉크가 녹지 않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쓰여져 있다. 대용량은 깔대기 모양의 디스펜서도 함께 구입해야 한다고 한다.
 
 

 

이 제품도 관심 목록이다. 스테이플러는  간단한 제본에도 철심이 들어가서 재활용에 불편한데 그 대용으로 종이에 구멍을 뚫어 그 종이의 틈새에 뚫린 종이가 맞물리면서 스스로 제본하게 하는 것으로, 스테이플러 알이 필요없다. 일반 용지 4장 정도의 용량밖에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미래의 문구가 가야할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것이라는 점은 동의한다. 구글링해보니 japanstore.co.jp라는 곳에서 판매중인데 한글화가 된 것으로 보아 해외 배송을 하는 것 같다.


<Plus 네지릿코 커터 부착형>이라는 제품도 흥미롭다. 가끔 식빵을 묶은 빵끈을 버리지 못하고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막상 쓰려고 보면 그게 없기 때문이다. 머리 묶는 고무줄을 이용해서 늘어진 전선이나 봉지들을 묶을 때 사용하면, 나중에 그것들이 서로 엉겨붙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해서, 철심 박힌  빵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절단기까지 달린 빵끈롤 제품이 있다. 그러나 역시 국내에선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아 찾아보니 빵끈만 파는데, 롤 상태로 팔거나 혹은 비용을 받고  원하는 크기로 대량 절단해주거나, 정해진 크기로 잘려진 것들만 판매한다. 전자제품이나 컴퓨터 주변 전선을 묶을 때, 물건을 매달때, 식물을 기를 때 줄기를 임시 고정할 수 있다. 잘려진 것들은 가격이 싸지 국내 사이트에서 적당한 크기로 잘려진 것들을 소량 구매해서 휴지 쓰듯 가져다가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