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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밖 여운/교양

착한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도서]니체의 인간학

나카지마 요시미치 저/이지수 역/이진우 감수
다산3.0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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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철학자들의 철학도 그렇지만, 니체의 철학을 간단하게 혹은 쉽게 설명하려고 시도한다면 그것이 바로 곧장 니체의 철학을 왜곡하게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니체를 설명하는 방식은 좀 자극적이다. 띠지를 바로 옮겨오면 "착한 사람만큼 나쁜 사람은 없다"라는 것인데, 띠지라는 것이 원래 좀 역설적인 표현이나 과장을 통해 자극적으로 홍보를 해서 많이 읽히게 하는 면이 있기에 흠 무슨 소리인가, 착한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고 나쁜 사람은 좋은 사람의 반대말인데, 착한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니, 그러면 좋은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는 모순을 주장하겠다는 건가? 어쨌든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했다. 분노를 일으키기에도 충분했다. 


저자는 착한 사람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정의대린다. 착한사람은 1. 약자이며, 2. 안전을 추구하고, 3. 거짓말을 하고, 4. 무리를 짓고, 5. 동정하고, 6. 원한을 품는다 는 것이다. 이렇게 정의내린  착한 사람들에 대해 일방적인 방식으로 일반화한다. 약자들을 일반화하고, 안전을 추구하는 자들을 일반화하고, 거짓말하는 사람들과 무리를 짓고 동정하고 원한을 품는 모든 사람들을 저자 자신이 본대로, 혹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근거 없이 일반화한다. 그러면서 이 일반화의 범주 속에 니체를 포함시킨다.  현실의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사나운 외침과는 정반대로 온화하고 조심스러우며 행실이 발랐고, 여자처럼 상냥했었다 것이다. 


니체의 저서에서 발췌해온 온갖 인용문을 제외하면, 어떤 근거있는 데이터나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없이 그냥 자신의 생각으로 착한 자들이라고 정의한 사람들의 유형을 일반화하고 그들의 행동과 심리를 일반화하고 있는데 나는 그의 책에 거의 동감되는 것이 없었다.  먼저 착한 사람은 약자들이라면서 약자를 정의하는데, 이렇다. 


약자란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자각하고 있지만 그에 대해 자책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의 약함을 온몸으로 정당화하는 사람이다(p32)


약한 걸 왜 자책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어지는 그의 설명을 보면 약자는 자신의 무능함을, 자신의 무지를, 자신의 서투름을....(똑같은 반복어구 중략), 자신의 인간적 매력의 결핍을 비하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을 뿐더러 이대로도 괜찮아 라고 정색하는 것은 물론 그러니까 나는 옳아 라고 으스대기까지 한다 (p33). 그러면 약자란 무능하고, 무지하고, 서투른 사람이라는 뜻인데, 그게 맞다고 쳐도 그걸 왜 비하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건지 말의 뜻을 이해할 수가 없다. 약자들은 약하기 때문에 옳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가 발끈한 곳은 이부분이 아니다. 


니체에게 약자들은 성직자들에 의해 약하다는 이유로 추앙받아온 기독교 신자들이었는데, 그들은 근대에 이르러 민주주의나 기본적 인권을 근거로 약함을 더욱 안주하게 되었고, 20세기 후반부터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차별 반대운동과 함께 더욱 가속화되었다는 것이다. 즉 장애인이나 소수민족, 성적 소수자 등 피차별자의 인권을 핑계삼아 약자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면서, 그러한 피차별자의 인권을 소리 높여 옹호하는 사람들이 펼치는 약자 옹호 사상을 가장 악질적인 사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건 무슨 극강의 수구들도 이런 논리를 펴지는 않을 것 같은데 소위 말하는 철학책이라는 것이 이런 주장을 하고 있으니 역설적인 내용을 말하려는가보다 라고 생각을 했지만, 또 그것도 아닌것 같다. 


이러한 기괴한 논리는 계속되는데 때로 어떤 것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하고 수긍하는 것도 있지만, 다른 것은 니체를 모방한 톤이라고 하기엔 너무 멀리 간 내용들이 많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불평만 늘어놓는 데다 판에 박힌 상투적인 말만 내뱉는 것이 착한 사람의 특징이라고 말하는데, 그 두 가지는 다른 범주로 나누어야지 왜 착한 사람 =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 착한 사람 = 상투적인 사람 이라고 하는 건가 싶은데, 그가 말하는 신형 약자는 인터넷에서 열렬하게 타인을 공격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그들은 범죄를 저지를 용기도 없는 비열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내가 일본에서 살아본 것도 아니고, 독자들이 일본 사회를 이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본 경험을 근거로 했을 때에 그러니까 일본 사람들이라는 특수성을 생각해볼 때, 이러한 저자의 지적이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닐수도 있다. 일본 사람들은 매우 예의바르고 겉으로는 상냥한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성급한 일반화가 이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그 판에 박힌 예의바름과 고요함이 좋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남에게도 상처주지 않는다는 생각은 때로 약함과 착함의 근원적인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차를 아무데나 세워놓고 남에게 피해를 주어도 뻔뻔하게 '용감'하고 '강'한 아저씨들과 몰려다니며 시끄럽게 소리지르듯 깔깔거리는 '강'한 아줌마 부대들도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