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서적을 계속 읽어야 하는 이유는 늘 읽고 나서 작심 3일만에 책에서 본 내용을 무효로 만들어 버리는 데 있다. 게다가 너무나모 많은 건강 정보가 넘쳐나고 있는 세상이어서 나처럼 귀가 팔랑팔랑대는 사람은 제대로 왜 무엇때문에 그것이 좋은지 저것이 나쁜지, 또 '나'라는 특수한 상태에는 어떤 말이 맞는 건지를 알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뭔가를 확신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업데이트해가야 한다. TV 종편에서 떼로 나와 떠드는 프로그램이나 혹은 누가누가 뭘 먹어 암이 나았고 뭔 병이 나았고 하는 정보들이 모든 음식들을 만병통치약화 되어,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도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나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친구들 사이에서는 저탄고지라는 다이어트가 유행한다. 살을 빼려면 탄수화물을 줄이고 오히려 지방을 많이 먹어야 효과적이라는 정보를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전해준 게 계기였던 모양인데, 이건 실제로 맞다. 이런 프로그램이 위험한 건, 개인의 건강 상태가 개별적으로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저탄고지가 특정 질병을 가지고 있거나 유전적으로 취약하거나 혹은 체질에 맞지 않은 사람들에게 혹은 건강한 사람들에게조차 후유증과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건데, 부작용이 우려되는 건 이제까지 만병의 근원이자 뱃살의 주범이라 알려진 고지방 식품을 먹으면서 느꼈던 그 몸에 대한 죄책감을 버리고 너도 나도 싫컷 기름이 잘잘 흐르는 삼겹살과 모짜렐라 치즈가 고무줄처럼 끊기지 않고 쫘악 늘어지는 피자를 맘껏 먹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탄수화물이 안좋다는 건 최근 읽은 몇몇 건강 및 다이어트 관련 서적과 과학서적에서조차 한결같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고, 그에 대한 근거는 차고 넘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데이비드 펄머터의 <그레인 브레인>에서 특히 최근 연구 동향을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내용이 상세해서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특히 지방과 콜레스테롤의 몸 안에서의 역할이 꽤나 근거있게 설명되어 있어 공중파에서 방송했다는 그 다큐멘터리가 어느 정도는 비슷한 정도로 설득력이 있었으리라 짐작되었다. 인간 몸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에 대해서 쓴 <10퍼센트 인간>에서도 빵과 같은 탄수화물 식품을 먹었을 때의 장의 미생물총 변화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인 근거들을 제공하고 있다. 제목이 내용을 말해주는 스티브 왕겐의 <밀가루만 끊어도 100가지 병을 막을 수 있다>에서도 글루틴 불내증과 탄수화물의 폐해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적고 있다.
주식이 쌀인 한국사람에게 탄수화물이 이토록 배척당한다면, 식생활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함을 의미하는 걸까. 이 책은 개별적으로 먼저 읽은 여러가지 건강 정보의 종합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정 성을 내세워 <남자의 밥상>이라고 하면 무슨 중년 남자들이 건강식이라고 찾아다니는 뱀이나 개구리같은 이상한 음식을 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그게 아니다. 저자분도 살짝 웃기려는 노력과 그야말로 중년 남자들의 '정력'을 타겟삼아 책을 드러낼까 하는 생각으로 제목을 이렇게 안티하게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상식적인 건강 정보이고, 이제까지 학교에서는 배우지 않았던, 오해하고 있었던 먹거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해준다. 앞에서 열거했던 책들과는 달리 너무 전문적인 내용을 쓰지는 않으면서도 꽤나 자세하게 먹어야 되는 이유, 먹지 말아야 되는 이유들을 신체의 구조와 작용을 설명하며 제시하고 있으므로 신뢰가 간다. 말도 굉장히 쉽고 재미있게 쓰여있다.
이북으로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으므로 건강에 관심있는 독자는 강추하므로,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래도 내용을 빼먹으면 섭할까봐 몇 가지만 소개한다. 효소가 중요한 건 알겠고, 그래서 건강식품으로 효소 제품이 많이 팔리는데 이것의 진실을 살펴보면, 왜 그걸 사먹을 필요가 없는지 알 수 있다. 효소는 생명 반응을 가능하게 하고, 화학반응을 가능하게 하는 '생명체'로 48도 이상 가열하면 죽는다. 그런데 이 효소는 동물성 식품에는 없고 푸른잎 채소와 과일에는 듬뿍 들어있다. 동물성 단백질은 분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와 효소를 소모한다. 따라서 육식을 많이 하면 소화효소가 부족해진다. 그러니 우엉, 연근같은 뿌리식품과 양파 마늘 및 녹황색 채소를 섭취하라.
정제된 탄수화물은 활성산소를 만들고 LDL을 산화시킨다. 산화된 LDL은 조폭(NF-KB)에게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받은 조폭은 몸전체를 휘젓고 다니며 염증을 만들고 내방지방을 키운다. PPAR은 지방세포의 핵 표면에 붙어 있는 수용체(스위치)로 핵 안의 DNA와 의사 소통을 하여 염증을 조절한다. 특히 오메가 3가 풍부한 식물성 섬유 영양소는 PPAR 스위치를 한꺼번에 켠다. 그 결과 인슐린 기능이 향상되고 조폭(?)을 통제하여 염증을 가라앉힌다. 그 결과 내장지방은 급격하게 말라죽는다. (잘은 모르겠지만 암튼 안좋다는 소리..)
생선에 들어있는 중금속의 양은 지구상의 모든 음식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생선에는 오메가 3보다 오메가 6가 훨씬 더 많이 들어있다. 신선한 생선이라도 아민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이것은 아질산과 결합하여 지구상 가장 강력한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으로 변한다. 햄, 소세지 같은 가공 육류에서도 니트로사민이 발견된다.
결론적으로는 건강해지려면 매우 건강해지고 날씬해지려면 너트류와, 신선한 채소 현미와 뿌리채소로 이루어진 맛없는 음식들을 먹고 살라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