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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밖 여운/교양

기쁨과 슬픔을 결정하는 음식들

[도서]감정의 식탁

게리 웬크 저/김윤경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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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섭취하는 식품은 직간접적으로 뇌에 영향을 미치고,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향신료, 동식물의 각 부위, 약물, 커피, 차 니코틴, 초콜릿 등의 모든 음식을 먹어왔고, 그것의 효능을 경험해 왔다. 여기서는 이러한 음식물 중 단시간에 많은 양을 섭취했을 때, 뇌의 기능에 변화를 주는 화학물질을 포함한 경우가 있다. 커피, 당분, 헤로인, 알코올, 니코틴, 마리아나, 일부 향신료 및 향정신성 식물과 버섯이다. 이러한 음식은 뇌의 작용점에 도달할 때까지 충분한 양을 섭취하지 않으면 그 효과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육두구의 경우 엑스터시로 전환되는 화학물질을 가지고 있으나 식생활에서는 아주 조금씩만 사용하기 때문에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한통을 한꺼번에 다 복용했을 경우 환각증세를 겪는다. 


미토콘드리아의 동력 장치는 세포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세포들을 활발하게 손상시킨다. 음식의 대사 과정은 지방과 당분 단백질 속 탄소 결합을 깨트려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세포들에게 탄소 원자 찌꺼기를 남겨놓았고,  탄소 찌꺼기는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로 배출된다. 피 속의 헤모글로빈은 개개의 세포들이 호흡에 필요한 세포를 얻지만, 이렇게 숨을 쉬면서 늙어가는 동안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조직을 손상시키는 활성산소 분자를 만들어낸다. 활성산소는 노화와 함께 자연적 항산화 체계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몸속 세포들을 파괴한다. 폴리페놀은 과일과 채소에서 발견되는 천연 항산화 물질이다. 사과와 차 앙파에서 발견되는 케르세틴, 포도껍질에서 레스베라트롤 등이 있다. 우르솔산은 장기적으로 건강을 지켜줄 중요한 영양소중 하나로 과일(사과 껍질, 크랜베리, 프룬 등)에서 발견되는데,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고 뇌기능을 향상시키며 비만이 뇌에 끼치는 악영향을 억제한다. 


계피는 벤조산나트륩의 천연 공급원으로, 대사과정에서 벤조산나트륨으로 바뀌어 뇌 속 벤조산나트륨 수치를 높인다. 벤조산나트륨은 뇌 속 신생 신경 세포의 탄생을 자극하고 기존 신경 세포의 생존을 촉진하는 신경영양인자 화합물질의 수치를 크게 올린다. 지난 10년간의 수많은 연구에서 벤조산나트륨은 뇌의 퇴행성질환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춰주고,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수치를 내리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25퍼센트까지 낮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저자의 연구에 의하면 강황에서 추출되는 쿠르쿠민은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강력한 항산화 및 항염증 성분을 함유한다. 찻잎과 커피, 코코아, 콩, 포도 등 우리가 늘상 섭취하는 여러가지 음식에서 나오는 플라보노이드는 학습과 기억에 필요한 특정 단백질 및 효소와 직접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기억이 더 잘 형성되도록 돕고, 신생 신경세포의 탄생을 유도한다. 성년 초기 여성이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 초콜렛 음료를 마시면 뇌의 혈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복잡한 과제의 수행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플라보노이드 위주의 식단이 고령자의 학습능력과 정신 기능 감퇴를 예방한다는 건 아니다. 그런 사례는 입증되지 않았다.


아세틸콜린

아세틸콜린은 자연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신경전달 화학물질로,  사람의 뇌에는 대뇌피질, 해마 등 수많은 경로에서 아세틸콜린이 작용하여 학습과 기억을 가능하게 하고 주의력과 기분상태를 통제한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는 해마와 대뇌피질에 뻗어있는 아세틸콜린성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간다. 식단에서 얻어지는 콜린과 당분의 대사작용으로 미토콘드리아에서 나오는 아세틸기를 결합해 아세틸콜린 싱경세포가 아세틸콜린을 합성하지만, 신체 내에서 콜린이 부족해서 아세틸콜린이 덜 합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콜린 보충제를 먹는다고 해서 알츠하이머를 예방,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부분적으로 아세틸콜린을 배활성화하는 효소(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를 억제하는 물질을 부분적으로 알츠하이머 증상의 완화에 사용한다. 보툴리눔독소는 신경말단에서 아세틸콜린이 분비되는 것을 억제하는데, 이 독소는 혈액뇌장벽을 통과하지는 못하지만 미주신경이 횡경막에 아세틸콜린을 분비해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게 하여 호흡을 멈추게 만든다. 


아세틸콜린은 서로 다른 두 단백질 수용체에 작용을 일으키는데, 90퍼센트가 무스카린성 아형, 10퍼센트는 니코틴성이다. 약물을 통해 이들 수용체를 차단/억제(길항제)하거나 촉진/자극(작용제)하여 뇌와 몸의 효과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남아메리카의 식물에서 발견되는 쿠라레(화살독에 이용)는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길항물질로, 횡경막에 위치한 니코틴성 수용체를 차단해 질식사를 일으킨다. 무스카린성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차단하는 아트로핀과 스코폴라는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손상시켜 혼동과 졸음을 유발시킨다. 햄릿의 왕을 죽게한 사리풀은  이 무스카린성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차단하는 스코폴라민 성분을 가지고 있으며 저자는 이 차단막이 부교감 신경계의 영향이 몸에 미치지 못하게 하여 뇌에 연속적으로 발생한 화학 신호 때문에 횡경막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 질식한 것으로 보았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야에서도 마녀의 독약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몰리를 먹으라는 충고를 듣는데,  이 몰리는 스노드롭의 추출물로 효소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를 억제하는 성분 갈란타민을 함유한다. 이렇게 아세틸콜린 수치를 높이면 호메로스의 시대에 스코폴라민과 비슷한 성분이 함유된 독성 식물의 해독작용이 되었을 것이라는 거다.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은 기쁨과 슬픔을 결정하는 화학물질이다. 

노르에피네프린성 신경세포는 뇌의 하반구에 있는 청반핵에 위치한다. 도파민성 신경세포는 중뇌를 시작으로 앞쪽의 기저핵과 전두엽에 분포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을 합성하려면 구리가 필요하지만 축적되는 구리의 농도는 필요한 양을 초과하고, 이것은 다시 뇌를 특정 위혐에 놓이게 한다. 도파민의 주요 경로중 하나는 철분을 축적해 멜라닌 색소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철분 역시 산화과정을 통해 신경 세포를 산소에 취약하게 한다. 뇌는  음식물에 함유된 아미노산 티로신으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생성한다.  티로신은 효소와 철분의 작용으로 L-도파로 전환되고 L-도파는 다시 도파민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철분이 부족하면 이 두 화학물질의 수치가 감소하여 가벼운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도파민은 다시 다른 효소의 도움으로 노르에피네프린으로 전환하는데, 이 때 비타민 C와 구리가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인도와 타이 등에서 자생하는 인도사목에서 발견되는 레세르핀은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 소포로 이동해 저장되는 것을 막는다. 소량 섭취하면 진정효과를 다량 섭취하면 우울증과 같은 기분변화를 일으킨다. 암페타민은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이 시냅스에 진속하게 분비되도록 유도하고 재흡수를 막는다. 이로 인해 도취감이 일어나고 피로감과 따분함이 줄지만, 암페타민이 뇌에서 빠져나가면 심한 피로와 우울증같은 반동 현상이 일어난다. 암페타민의 지용성을 높여 약물의 흡수를 빠르게 하여 더 큰 도취감과 중독성을 일으키는 약물(스피드)이 개발되었고, 이보다 더 지용성이 뛰어난 더 큰 도취와 환각을 일으키는 엑스터시가 만들어졌는데, 이것들은 암페타민과 유사하여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고 이들의 분비량을 늘린다. 


자연에는 암페타민 유사물질이 많이 이는데 아프리카산 식물인 카트는 가벼운 각성 효과를 덕기 위해 잎을 씹거나 잎을 달여낸 즙을 먹었다. 선인장 로포포라 윌리암시는 메스칼린으로 알려진 성분이 구조상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과 비슷하지만 뇌에 빠르게 흡수되는 지용성을 띄고 있고 거의 대사가 되지 않아 소변으로 배출하여 재활용하였다. 육두구 역시 많은 양을 섭취하면 도취감이 나타나기도 하나, 장기간에 걸쳐 다량 섭취하면 정신병 증상이 나타난다. 샤프란, 계피, 등과 같은 향신료도 화학적으로 향정신성 물질을 함유하나 수치가 매우 낮다. 


코카 나무에서 분리해낸 코카인은 시냅스에서 주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차단한다.  신경세포들의 효과를 강화하여 뇌에서 나트륨 이온 통로와 결합해 신경 세포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지 못하게 하고 통증 신호의 전도를 차단한다. 뇌에 작용하면 각성도가 높아지고, 허기가 줄고, 일상에서 느끼는 쾌감이 강렬해진다.  


반면 어떤 식품(약물)은 반대로 도파민 수용체의 기능을 차단한다. 왜 이런 것이 필요할까. 정신병 환자에게 일부 효과를 보이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도파민의 기능변화가 정신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도파민 수용체에 대한 길항작용이 뇌 어딘가에서 일어난 화학작용의 오류를 보상해주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의 앎은 불충분하고, 뇌를 향상시키는 물질은 없다. 

우리의 뇌는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수백만년 동안 복잡한 진화를 통해 정교하게 진화되어 왔다. 이 길고 긴 진화 과정의 진실은 물리 공식처럼 딱 들어맞는 법이 없으며 뇌지식은 대체로 불안전하다. 감정과 지각 인지 등의 다양한 측면에 존재하는 풀지 못한 의문들과 입증되지 못한 이론들은 숱하게 많은 사이비 과학과 엉터리 보조식품들을 만들어내곤 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그 어느 물질이라 하더라도, 단일 식품 혹은 보조제로서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노화를 늦추는 식품은 없다는 것이다. 노화에 따른 인지력 감퇴는 한두가지 원인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며, 그 많은 원인 만큼이나 치료 방법 역시 다양하지만, 특정 질병이나 외상이 아닌 한, 자연스런 노화에 대한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다만 뇌의 효율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려주는 흥분제들로 앞에서 책에서 소개한 각종 식품들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것들은 단지 흥분제일뿐 인지력 개선에도 IQ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며, 그러한 식품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