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해가 저무는 곳에 가까와졌다. 쇼핑몰에서는 사은품으로 달력을 주기 시작했고 매년 이맘때쯤 애뉴얼 잡지처럼 발간되는 트렌드 20xx의 2015 버전이 나왔다. 김난도 교수가 주축이 되어 만드는 이 책은 두 파트로 되어 있다. 파트1은 지난 해 트렌드코리아에서 예측한 것들을 돌아보는 것이고 파트2는 내년을 예측하는 것이다. 파트1에서는 2014년에 예측한 항목별로 실제 트랜드가 어떻게 흘렀는지를 돌아보고, 파트2는 2014년까지의 미국을 위주로 한 세계적인 추세를 소개하며, 국내에 도입된 사례를 문화와 생활, 및 소비 트렌드 별로 2015에는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지를 예측한다.
개인적으로 2014년에 나는 책을 열심히 읽었고, 남편은 열심히 요리를 하느라 TV나 인터넷 SNS를 돌아보지 못했는데, 이 책의 파트 1을 통해 1년치 문화와 생활에 관한 신문과 잡지 중 중요한 것들만 쏙쏙 빼서 골라 한꺼번에 벼락치기로 공부한 셈이 되었다. 우선, 2014년의 10대 트렌드 상품의 키워드는 꽃보다 시리즈, 명량, 빙수전문점, 스냅백, 에어쿠션 화장품, 의리, 컬래버레이션 가요, 타요버스, 탄산수, 해외직구로 정리된다.
거리에 군모같은 모자들을 쓴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십대들이 즐겨쓰는 그 챙넓은 모자를 스냅백이라고 하는 거였다. 서울시가 아이들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타요버스를 공공노선에 각각 로기는 2016 라니는 2211 가니는 9401에 배정했을 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현상이 흥미로웠다. 조카가 타요버스 사달라고 해서 장난감 사준 적이 있는데, 작은 장난감만 가져도 그리 좋아하는 아이들이 실제 거리에서 굴러다니는 타요버스 를 보았을 때 얼마나 즐거웠을까. 타요버스를 타기 위해 차고지까지 찾아가는 사람들이 속출한 것은 물론 감격하여 울며 뽀뽀 세레를 퍼붓는 아이들도 있었다는 한 해의 트렌드는 흐뭇하게 웃음짓게 한다(역시 서울시는 시장을 잘뽑았어). 조카가 타요 버스를 타보았을까. 공공서비스 분야에 이렇게 신선한 서비스를 선보이다니 서울시 운영에 찬사를 보낸다.. 나머지 꽃보다 할배는 나도 즐겨보는 프로였고, 빙수전문점과 에어쿠션 화장품 트렌드 대열에도 이미 합류했고 아이유와 김창완의 콜래버레이션 가요는 오다가다 들었고, 해외직구는 캠핑광인 남편이 이미 뚫어놓아 하루가 멀다하고 경비실에 찾으러 다니니 이만하면 십대가 아니어도 2014의 트랜드에 밀리지는 않은 느낌이다.
2015년은 을미년 양의해라고 한다. 그래서 10대 소비트랜드 키워드 조합을 카운트쉽(Count sheep)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 스펠링의 맨 앞자를 선두로 해서 주요 키워드를 만들고 2015년의 트렌드를 다음과 같이 예측하였다.
Can't make up my mind 햄릿 증후군 - 넘쳐나는 신상품과 데이터 스모그에 의해 길을 잃고 소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컷는 말이다.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큐레이션 커머스와 다양한 형태의 배려형 서비스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Orchestra of all the sense 감각의 향연 - 공감각적인 모든 기능을 활용하는 트렌드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한다. UHD(초고화질) TV 등장, 1곡에 2천원 하는 고음질 음원 확대, 미각을 디지털화한 장치와 스마트 앱 등장 등이 이를 반증한다.
Ultimate omni-channel wars 옴니채널 전쟁 - 다양한 유통경로간의 통합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옴니 채널 확대될 것을 예상한다, 오프라인 매장에 모바일 앱 기술 접목, 클릭앤 드라이브 서비스 등장. 숍비콘 서비스 등장(블루토스 통신망을 이용해 방문자가 오래 머무른 매장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구매 성향을 파악, 맞춤형 상품 추천), 지불 결제 수단의 결합 등의 예를 들고 있다.
Now show me the evidence 증거중독 - 파워블로거를 비롯한 파워스피커들의 상업성에 질린 개인들이 호모 도큐멘티쿠스(설명서 읽는 사람들)화 하여 브랜드나 디자인보다는 유해성분의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 제품 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 예로 화장품 성분 분석 앱 화해는 각종 화장
품에 들어 있는 성분을 일목요연 정리해준다.
Tail, Wagging the dog 꼬리, 몸통을 흔들다 - 본품이 사은품을 갖기 위한 수단이 되고 밑반찬이 주메뉴 요리보다 식당 선택 기준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2014년 슈퍼마리오 피규어를 얻기 위해 맥도널드 해피밀이 넥타이 부대들에 의해 품절되었고, 카카오빵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빵을 사는 모으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던 일 등을 대표적인 2014의 현상으로 꼽았고, 사례들 발렛파킹해주는 아파트, 식전빵이 더 유명한 아파트, 딤채 김치냉장고를 사면 사은품으로 주는 김치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해당 업체는 김치 브랜드를 론칭한 사실 등을 통해 이 현상을 설명한다.
Showing off everyday, in a classy way 일상을 자랑질 하다 - 리트윗과 좋아요가 자기 존재감의 근거가 되는 현세대 설명한다.
"SNS 시대에 현대인들에게 삶은 캡쳐된 순간의 연속이며, 불연속성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식의 서사다. 320 " "낯선 타인들에게는 보다 완벽한 혹은 자신이 원하던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남에 의해 취하는 타아도취의 세상에서 셀피족들은 더이상 아름다운 대상에 매료되지 않는다. 그 대상에 매료된 타인의 반응에 매료된다(324).Hit and run 치고 빠지기 - 연예는 설렘만 쏙 빼서 즐기고, 지속적 인간관계를 부담스러워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일회성 사교 모임이 늘어날 것, 상품과 브렌드는 써보고 결정하고 짧고 강한 콘텐츠가 살아남는다(329)
End of luxury ; just normal 럭셔리의 끝, 평범 - 차별화된 평범화를 추구하는 패션 놈코어의 유행, 트랜드한 것을 따르지 않는 트랜드를 말한다.
Elegant urban-granny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 한국형 신세대 올드 래스(멋쟁이 할머니)를 어번 그래니라고 한다. 인생은 60부터를 즐기는 할머니들은 가족이 아니라 자신을 위하여 투자한다.
Playing in hidden alley 숨은 골목 찾기 - 골목길이 새로운 각광을 받는다.
말은 거창해보이지만 또 다르게 보면, 실은 사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들처럼 개념적으로는 크게 새로워보이지 않는 것들도 많다. 어번 그래니는 돈많은 여유로운 사모님들이 언제나 존재했으며, 평범함을 추구하는 진짜 멋쟁이들도 그리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내눈에 사은품 경쟁은 조금 고급스러워지고 미끼화되어 가는 것처럼 보이며 럭키백이 각종 서점으로 확대된 것만 해도, 이미 있던 트랜드가 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을 찍어 올리며 일상을 자랑질하던 것의 기원은 페북이 디지털 세상을 덮치기 전, 옛날 옛적 싸이월드의 시대부터 거슬러올라가지 않는가. 어쨌든 새로운 용어들을 차용하여 옷을 갈아입으면 진부하게 보이는 현상도 전혀 새로운 것이 된다.
김난도 교수님은 힘겨운 대학생들의 감성팔이 책보다, 이런 류의 책을 훨씬 잘 기획하고 잘 만들어낸다. 이 책의 제작에 참여한 집필진만 해도 깨알만한 글씨로 한페이지 가득할 뿐만 아니라 공저자로서 이름을 올린 실제 저자들도 소비자학과 디자인학, 소비자주거학과 등에서 연구하는 학자와 교수 5명이 더 있다. 온갖 재료들을 맛갈스럽게 고명으로 올려놓고 정성들여 차린 비빔밥을 고급스런 용기에 잘 담아 맛있게 비벼낸 비빔밥같은 책이다.
*한우리 서평단 도서입니다. 미래의 창에서 서평용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