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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밖 여운/실용

[장유경] 장유경의 아이놀이 백과 0~2세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기가 태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아기를 즐겁게 해주어야 하는 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아기를 즐겁게 하기 위해, 아기가 보고 깔깔 거리고 웃거나 좋아하는 반응을 하면 그 행동을 반복했다. 0-2세의 영유아는 너무 빨리 자라기 때문에, 뭔가를 해줄 기회가 금방 사라지고 만다. 토끼처럼 작은 몸이 움찔 움찔하다가 눈 한 번 깜짝거리고 나면 엉금엉금 기고, 그다음엔 걷고 말하고.. 그래서 아기가 매일매일 성장하는 것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일매일 작은 아기는 눈에 띄게 커져 버리기 때문에, 오늘도 소중한 아기지만 어제의 모습이 그립기도 했다. 1달 전과 비슷한 아기를 오늘 다시 볼 수 없는 정말로 간절한 시간들이 휘리릭 하고 지나가 버린다. 


아기가 맨 처음 태어났을 때,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을 때, 엄마는 온 몸으로 생명의 신비를 경험하고 그 작고 무능한 아기는 이세상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생명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된다. 그러나 아기들은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아기를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하고 싶다. 좋은 경험을 만들어주고, 두고두고 평생 살아가야 할 사랑의 에너지를 풍부하게 심어주고 싶다. 대가족 시대의 아기들은 조모들의 경험과, 엄마들의 이전 경험으로 지금보다는 더 풍부한 교감을 경험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한명, 두명밖에 낳지 않는 핵가족 사회의 초보 엄마들에게 아기와 놀아주는 방법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까꿍까꿍 하거나 뭔말인지 알아먹지도 못할 말들을 아기가 마치 이해하는 것처럼 떠들고 웃고 얘기하는 것, 안고서 흔들고 하는 것들처럼 말이다. 


아기가 0~2세 동안 겪는 변화는 엄청나다. 몸무게는 3~4배 늘고, 키도 30cm 이상 자라고, 가만히 누워 목도 못가누던 아기들은 만2세때가 되면 걷고 뛰고 말하고 똥오줌도 가릴 줄 알게 되고 음식도 멋게 된다. 거의 완전 무능의 상태에서 조금은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가장 큰 변화는 뇌에서 일어난다. 아기들의 변화는 뇌 시냅스의 개수는 20배가 되고, 경험에 기반하여 시냅스의 부분별 강화와 폐기가 이루어진다. 이 책은 이렇게 뇌의 발달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아이의 뇌 발달 뿐 아니라 전인적인 심신의 발달을 돕는 엄마와의 놀이 방법을 아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놀이 책이다. 


아기의 연령에 따라 크게 아기의 성장과정 0에서 24개월을 총 5 개의 챕터로 나누어서 각 단계별 놀이 방법을 담는다. 각 단계별로 약 20가지 정도의 놀이 방법을 소개하고, 각 놀이별로 놀이 제목과 해당 놀이가 뇌의 어떤 기능과 관련이 있는지가 나타난다. 그리고 바로 놀이에 대한 개요를 간단하게 설명한 후, 준비물과 놀이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데, 재미있는게  아기와 놀이를 하면서 엄마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대화 내용까지 나와있다. 간혹 말귀도 못알아먹는 아기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하는 입이 무거운 엄마들을 위해서 저자가 예시로 제시했다는데, (일방적)대화 내용은 튼튼이 오늘은 마사지 해볼까? 따위의 엄마들의 닭살 멘트다. 놀이 방법은 단계별로 매우 자세하게 적어놓았으며, 놀이의 효과와 팁,응용방법이 뒤따른다. 각 챕터별로, 개월수에 해당하는 체크리스트가 있는데, 날짜별로 아이의 활동과 관찰 내용을 기록할 수 있는 목록이 제시되어 간략한 육아일기 혹은 기록으로도 사용가능하다. 


들고 흔드는 거 말고는 할 게 별로 없는 0~4개월 아이에게도 놀이가 20가지가 된다니 신기하다. 아기마사자지, 아기 체조, 눈 근육과 시각 추적 능력, 그리고다양한 촉각 자극을 제공하는 손수건 흔들기, 듣고 말하는 순서가 있다는 규칙을 알려주고 언어 발달과 정서적 유대강화를 위한 아기와의 대화, 대상영속성 개념의 발달과 작업 기억력을 돕는 까꿍놀이, 학습의 기본이 되는 모방과 사회성 집중능력, 듣기 능력의 발달을 돕는 메롱~ 따라하기 놀이, 목 어깨 등의 근육을 돕고 오른쪽 왼쪽 등의 위치를 나타내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엎드려 목가누기 놀이, 흥미로운 시각자극과 신체 부위에 대한 인식을 돕고, 자기 개념의 발달, 근거리 시력의 발달을 돕는 거울 놀이 외에도 탑 무너뜨리기, 손가락으로 잡았다 펴기, 움직이는 장난감 잡기, 짜짜꿍, 옆드려 데굴데굴 공잡기, 엎드리기 연습,  발차기로 모빌 움직이기, 포대기에서 데굴데굴 구르기,  뒤집기 연습,비행기 태우기 놀이, 자전거 놀이,그네 태우기, 책 읽어주기, 등이 있다. 일부는 많은 엄마들이 자동으로 아기를 키우는 과정에서 터득하게 되는 기술들이지만, 해당 행동들이 어떻게 아이의 발달과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설명되어 있으므로, 내가 이거 애랑 뭐하는 짓인가 이게 도움이 되기나 할까 라는 부모들의 생각을 불식시킨다. 


아이가 조금 더 연령대가 높아질 수록 엄마와 아이가 할 수 있는 놀이는 우리가 자동으로 터득하고 경험적으로 알아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아져서, 아기가 불쑥 커버리기 전의 소중한 시간들을 매우 유익하게 보낼 수 있다. 평생을 좌우하는 뇌의 스냅스의 강화가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니만큼, 이렇게 아이와 풍부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드는 똑똑한 엄마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