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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밖 여운/교양

분자요리를 이해하자.

[도서]부엌의 화학자

라파엘 오몽 저/김성희 역
더숲 | 2016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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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요리라는 말은 동어반복적인 표현이다. 요리라는 것이 분자들의 결합과 해체에 의해 맛과 향이 바뀌는 것이다. 만일 분자요리라는 성립하려면,  원자요리, 전자요리, 중성자 요리, 쿼크요리, 이온요리와 같은 명칭으로 분류가 이루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비록 이런 요리 이름들이 미각을 떨어뜨릴 거라 생각하지만, 반대로 요즘 유행하고 있는 분자요리처럼 그런 종류의 요리 이름들도 잠시 한 때일지라도 요리라는 세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달걀을 삶는 일은 단걀 흰자의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과정이고, 파스타를 삶을 때 소금을 넣으면 '염화나트륨의 이온 결합이 나트륨이온 Na+과 염소이온 Cl-의 용매화 구역을 만들고 물 분자에 분극을 일으키고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의 전자구름을 변화시(p22)'킨다. 그렇다고 해서 파스타가 이온요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상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분자요리는 무엇일까.

 

저자의  연구 파트너 티에리 막스는 프랑스의 분자요리의 대가이고, 저자 라파엘 오몽은 프랑스에서 티에라 막스와 함께 2005년부터 분자요리 연구를 시작해 연구하며 대중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분자요리를 '기술로 감동을 주는 요리'라고 정의한다. 분자요리의 대가라고 하는 페란 아드리아의 정의는 '기술과 감성이 결합된 요리'이다. 식자재의 과학적 성질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모양과 식감과 맛과 상태를 변화시켜 마법과도 같은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것, 그것이 분자요리라고 할 수 있다.


분자라는 말의 특성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할 때 화학적이고도 인공적인 합성 첨가물을 이용하는 요리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데, 그보다는 재료의 성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숙련된 기술과 연구를 통해 멋진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에 의하면 오히려 천연의 재료를 이용하고 그 식자재의 본연의 맛과 특성을 충실히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며, 따라서 분자요리는 친환경적이고 인체에도 더욱 유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어떤 온도에서 재료가 지닌 향과 맛과 영양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지를 알면 풍부한 요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리는 맛과 향 뿐만 아니라, 요리의 모양과 색이라는 시각적 요소와 질감이라는 촉각적 요소 역시 감각에 관여한다. 질감은 식재료의 구조적 특성에 좌우된다. 우리는 어린 시절 물질의 세가지 상태 액체, 기체, 고체의 특성에 대해서만 주로 대해왔지만, 이 세가지 상태의 물질들이 어떤 형태로 서로 결합되어 있느냐에 따라 다채로운 질감을 제공한다. 즉, 요리에 있어서 물질의 상태는 맛과 함께 음식을 먹음으로서 지각되는 감각의 한 형태로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콜릿은 '결정화된 지방성 물질 속에 수분이 분산된 상태로 섞여 있는 유중수형(water-in-oil) 에멀젼'에 해당된다. 이러한 질감은 바삭한 질감과 녹는 질감을 모두 낼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요리의 기본적 구조를 무스, 에멀젼 젤의 세가지 형태로 나눈다. 1. 무스는 기포가 액체에 분산되어 있는 것, 2. 에멀션은 지발질의 작은 액체방울이 다른 액체에 분산되어 있는 것, 3. 젤은 액체가 고체에 분산되어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분자요리를 이해하기 위해 달걀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가장 흔한 식품이면서 다양한 형태의 변신이 가능하고, 또한 단백질의 응고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완벽한 식품이어서다. 먼저 달걀의 구성을 보면 석회질로 된 껍질은 다공질 구조로 되어 있어 대부분의 방향족 분자를 통과시킨다. 따라서 향이 좋은 식품과 함께 보관하면 달걀의 향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달걀 흰자는 90%가 수분이고 나머지 10%는 오브알부민을 비롯한 단백질인데, 노른자 부위의 점성이 높은 부분과 그 주위에 퍼져있는 부분으로 나뉘는데 각각 응고 온도가 다르다. 전자는 62도, 후자는 65도이다. 달걀 노른자는 미세한 고체입자 50%와 액체성분 50%로 이루어졌는데 액체성분은 수분 50%와 단백질 및 지질(레시틴과 콜레스테롤)로 이루어져있고, 68도에서 응고하지만 물이나 우유에 풀어진 상태에서는 80~85도에서 응고한다. 그러므로 커스터드 소스를 만들때 고체 알갱이가 생기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82도 이상 가열하지 않는다. 달걀 흰자의 10%에 해당하는 단백질은 접힌 형태의 병풍 구조를 이루는 크기가 큰 분자들이어서, 서로 구속된 상태에 있는데, 여기에 열을 가하면 털실 뭉치가 풀어지기 시작하는 변성이 일어나고, 충분히 열을 가하면 풀어진 털실들이 서로 얽히면서 결합하는 응고가 일어나는데, 이 때 풀어진 실을 뭉치게 해주는 것이 황의 역할이다. 응고가 일어나면 수분은 고체 그늘 안에 갇혀 젤 상태가 된다. 그러나 달걀의 젤화는 온도 뿐만 아니라 에탄올과 결합해도 마찬가지 응고 작용이 일어난다. 달걀의 밀도를 물과 비교해보면 물이 1일때 흰자는 1.1 노른자는 1.05이다. 따라서 노른자는 흰자에는 뜨지만 물에는 가라앉는다. 알끈이 효소에 의해 끊어지면 달걀 내부에서 위로 떠오른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달걀에 공기주머니가 커져 밀도가 낮아져 물에 뜬다. 달걀의 신선도를 물에 뜨는지로 알아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고기굽는 과정의 화학작용을 이해하는 것도 맛있는 분자요리를 직접 요리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고기의 결합조직은 알부민, 수분, 콜라겐으로 되어 있는데, 근육을 지탱하고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콜라겐은 질감을 결정한다. 저급육은 콜라겐과 긴섬유질이 풍부하고, 고급육은 짧은 섬유질이 풍부하다.  가수분해는 오래끓여 고기의 콜라겐 3중구조가 끊어지는 현상이다. 콜라겐이 풀어지면 젤라틴이 된다. 고기를 익히는 과정은 응고와 해체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 작용을 거친다. 응고는 알부민을 응고시켜 단백질 그물을 만드는 것이고 해체는 콜라겐 그물을 해체하여 고기가 부드럽게 변하게 하는 것이다. 이 때 알아둘 온도는 달걀을 삶을 때 알았던 온도 두 가지다. 62도는 알부민이 그물 구조를 이루며 수분을 가둔다. 68도 에서는 근원섬유의 단백질이 응고하면서 수분을 잡아두는 힘을 잃는다. 이 때 살이 수축하며 육즙이 빠진다. 이러한 구조와 요리 과정 상 내부의 화학 작용을 알아두면 스테이크 요리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즉 센불로 앞뒤를 익힌 후, 70도의 낮은 온도로 더 익히는 것이 여기서 제안하는 방법이다.

 

셀룰로오스는 수만개의 당 분자로 이루어진 다당류 계열의 천연 중합체다. 헤미헬룰로오스는 섬유질과 섬유질을 결합하고 리그닌은 세포벽을 기계적으로 견고하게 결합한다. 셀룰로오스는 반데르빌스의 힘에 의한 수소 결합으로 서로 결합해 미세섬유를 형성하고 미세섬유끼리 결합해 거대섬유, 섬유질, 세포벽 순으로 구조를 이룬다. 염기성 용액은 음전하(수산화이온 OH-)가 헤미셀룰로오스 일부를 녹여 셀룰로오스 사슬의 수소 결합을 끊어지게 하는 원리를 이용하면 채소를 효율적으로 익힌다. 이것이 야채를 삶을 때 베이킹 파우도 한꼬집의 비밀이다. 

 

일반인도 충분히 알아먹을 수 있도록 재료의 화학적 특성을 알기 쉽게 설명한 것이 특징이다. 조금 더 어렵고 환상적인 분자요리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달걀요리, 고기굽기, 빵 굽기 등과 같은 기초요리의 특성을 기반으로 설명한다. 달걀을 삶고 고기를 굽고 하는 늘상 하는 요리에서 내부의 화학작용들을 이해하는 데 촛점을 맞추고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이런 저런 요리를 응용해갈 수 있다는 면에서는 유익한 책이나  TV에서 보이는 마법같은 요리쇼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들었다면 조금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완두콩 캡슐이나 큐라소 캐비어니 하는 어려운 요리의 예도 나와 있기는 한데 상세한 설명도 없고 기구를 이용하는 실제적인 방법도 없기 때문에 따라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