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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밖 여운/교양

[권용철] 우리 몸은 아직 원시 시대

텔로머라이제
염색체 끝에 붙어 있는 긴 텔로미어는 생명의 열쇠를 쥐고 있다. 체세포 분열시마다 텔로미어가 짧아져서 한계에 이르면 분열을 멈춘다. 텔로미어를 짧아지게 하는 것은 효소 텔로머라이제의 분비가 줄어들어서이다. 텔로머라이제의 분비가 왕성하면 텔로미어가 긴 상태로 유지되지만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노화가 일어나고 사망에 이른다. 그렇다면 텔로머라이제를 투입하면 영원한 삶을 보장받지 않을까. 하지만 텔로머라이제가 나이가 들으면 활동을 줄이는 것은 암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다. 암세포는 스스로 텔로머라이제를 분비하여 세포가 죽지 않고 점점 커져간다. 텔로머라이제 생산 유전자 스위치를 켜면 텔로미어가 길게 유지되어 젊음을 유지하는 대신 암의 위험이 있고 끄면 노화가 진행된다.

시트루인
유전자는 독성물질과 세포 복제 과정에서 손상을 받는다. 시트루인은 분열중 생긴 실수로 잘못된 유전자를 교정해주는 효소다. 시트루인은 잠을 잘 때 왕성해진다. 인간이 쓸데 없어 보이는 잠을 자는 데 인생의 1/3응 쓰도록 적응헤온 이유다. 세포 분열이 왕성한 어린 아기들이 잠을 많이 자는 이유는 그만큼 유전자가 손상될 가능성이 많아 스트루인의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고릿적 광고 카피도 시트루인으로 설명된다. 스트루인은 배고플 때도 생성된다. 저녁을 적게 먹고 배고픈 상태애서 오래오래 자면 노화가 늦어진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당장 실천.

체온
감기에 걸려 열이 오르면 더워야 할텐데 오히려 반대로 한기가 들고 춥게 느껴진다.땀구멍을 열어 열을 배출해서 삭혀야 되는 판국에 오히려 근육은 수축되고 더욱 열을 올리려는 몸의 이러한 기능은 체온과 면역계의 상관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체온을 0.1도에서 0.3도 정도만 끌어올려도 모든 병의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리만큼 체온은 면역 기능에 중요하다. 병균이 침입하여 몸에 비상 사태에 있다는 것은 몸이 자체적으로 체온을 올려 면역계를 강화시키려는 현상이라도 한다. 체온의 기준점은 신체가 적당하다고 정한 기준 온도인데 추위를 잘타는 사람은 실제로 체온이 낮기 때문일 경우도 있지만 신체의 기준점이 높은 경우도 있다. 반대로 온도조절장치 의 시준점이 낮은 사람의 경우 정상 체온보다도 낮은 상태에서도 높다고 판단하여 땀을 흘리고 달아오르는 증상을 가질 수 있다. 전쟁과 긴장 같은 스트레스 상황이 오몀 기준점이 낮아진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따뜻한 물을 자주 조금씩 마시는 것이 체온늘 올리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혹독한 추위에 , 몸속의 소변을 배출하고 혈액의 농도를 높여 체액이 얼어 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도록 적응한 숲개구리의 사례를 보면 왜 추운 겨웅 노ㅔ졸중 환자가 늘어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인간 역시 추위에 견디기 위한 방법으로 소변의 배출을 늘리고 혈액응고 물질과 고농도의 당을 고농도로 분비해 혈액의 농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진화해왔다. 충분한 낭방과 먹거리로 과거 혹독한 겨울과 는 다른 환경에 처해 있음에도 과거의 유전자를 가진 우리는 이제 혹한의 추위에 대항했던 원시적 생존 전략 유전자로 인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있다 그러므로 춥고 배고팠던 조상들처럼 덜 먹어야 한다. 특히나 겨울에는 더 덜 먹어야 한다.


비피더스
장내 세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요구르트나 유산균 보조 식품이 유행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베네수엘라의 한 원주민은 돼지에게서나 발견되는 트레포네마라는 미생물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들은 섬유질을 분해한다. 이건 내 생각인데 이들은 아마도 소나 염소처럼 풀만 먹어도 충분한 당응 섭취할 수 있으므로 먹을 걱정이 필요없겠다 문명사회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원시 세균이 거의 없고 장내 미생물은 비피더스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항생제를 먹으면 T 면역세포의 이동을 막는 물질(IL33)을 활성화시켜 면역세포가 침입자의 공격하는 걸 방해한다 . 피루미쿠데스라는 세균은 식욕을 떨어뜨리는 '렙틴의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반대로 식욕을 촉진하는 크렘린의 분비를 촉진한다(141).' 비피더스가 좋다고 무턱대고 열심히 먹으면 장에 공급되는 한정된 자원으로 한두개의 미생물만 너무 많아짐으로써 전체 미생물총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다 유전자가 살아남으려고 하는 일
저자의 전공은 진화의학이다. 이 책은 알기 쉽게 풀어쓴 건강 상식 정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상식에 대한 근거가 진화론, 다시 말해 인간의 몸이 생존을 위해 택한 유전적 전략들을 근거로 한다. 깊이 있게 들어가면 얼마든지 복잡한 세부 원리로 설명가능하겠지만, 골치아픈 디테일을 모두 덜어내고 핵심적 원리만 단순화시켜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납득 가능한 논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신뢰할만한 건상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다윈적 진화론은 생명과 우주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어제 읽은 <행복의 기원>에서도 행복이라는 철학적 개념 역시 진화적 산물로 접근을 하고, 인간의 수명과 짝짓기 방법과 시기 등도 생존방식과 적응이라는 틀 내에서 설명되면 흥미로운데, 적대적 환경에 대항하는 인간의 몸의 가장 기본적인 반응인 선강의 문제야말로 진화적 설명이 더 들어맞지 않을 없다.

이걸 먹어라 저걸 먹어라 하는 수도 없이 많은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서 모든 음식은 독이될 수도 있고 득이 될 수도 있다. 건강에 그렇게나 좋다는 브로콜리의 예만 해도 그렇다. 선천적으로 갑상선 기눙에 문제가 있던 종족에게, 브로콜리의 쓴맛을 인지하는 유전자가 있었던 인구는 브로콜리의 섭취를 제한하는 식이로 이어져 브로콜리를 못먹는 인구 집단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아이들이 콩밥을 싫어하고 야채를 싫어하는 것 역시 비숫한 맥락으로 이해가능하다. 아직 충분히 소화 기관과 해독 기관이 발달하지 않았고, 다양한 장내 미생물총의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은 아이들이 충분한 해독 능력과 장내 미생물의 분에 의해서만 사라지는 독성을 품은 채소들을 싫어하는 것은 몸이 그렇게 시키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키는 몸이란 유전자와 유전자의 발현에서 기인하고, 그 유전자들은 현생 인류로 진화하면서 멸종하지 않고 생존에 성공한 도킨스가 말하는 '이기적' 유전자들의 집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