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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밖 여운/교양

[강석기] 컴패니언 사이언스 -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즌7

컴패니언 사이언스 - 10점
강석기 지음/Mid(엠아이디)

언제부턴가 매년 이 책의 정기 구독자처럼 되었다. 이제 7번째 책이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세월의 흐름을 이 책이 나올 때마다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과학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의 선봉에 서 있고, 보잘것 없는 머리속 과학 지식은 업데이트될 필요성을 느낀다. 강석기만큼 새로운 과학 기술계의 동향을 빠르고 쉽고 흥미롭게 서점가로 전달하는 과학 저자가 국내에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과학카페 시리즈의 2018년 컴패니언 사이언스에는 특별한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 몇 점이 부끄러운 듯 작은 사이즈로 실려 있다는 것이다. 그 그림들이 좋았다.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바이얼린을 켜는 소녀가 있고 그 옆에 약간 떨어져 앉은 개가 소녀를 쳐다보는 장면이었다. 참으로 따뜻한 장면이다. 아예 반려동물의 과학이라는 파트가 개별적인 첫번째 장을 구성했다. 이번 해 책 제목도 컴패니언 사이언스다. 이번 해가 개 띠이고 반려과학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오해를 살 소지가 있어 동반자라는 의미로 컴패니언 사이언스로 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첫번째 챕터가 반려동물의 과학 편이고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가장 먼저 읽어볼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로운 연구로 늑대가 선택육종을 통해 개가 되는 과정을 밝힌 것과 같은 방법으로 여우를 개로 만드는 실험이 한때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서 실험되었다고 한다. 1950년대에 한 공격성이 낮은 여우를 선별해 교배하는 것을 매년 반복하여 계속 선별 교배하고 있었는데 4세대 만에 새끼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었고, 8세대에는 개처럼 꼬리가 말리는 개체가 나타났고, 10세대 새끼 중에는 귀가 펄럭거리고 얼룩무늬 털을 지닌 것이 나타났다. 성격적 변화에 외형적 변화가 동반된 것이다.  이 연구를 맡은  벨라예프는 여우에게서 일어나는 성격과 행동 신체적 특징의 변화가 호르몬 분비와 관련된 유전적 변이의 결과일 것이라 추정했는데, 이후 사나운 여우들만 선택교배한 대조 실험을 통해 온순한 여우는 세로토닌 수치가 높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낮은 반면 사나운 여우들은 반대인 것을 발견했다.이후 소련의 몰락과 함께 50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던 여우 가축화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 등의 우여곡절 끝에 58번째 세대로 이어졌는데, 이렇게 온순한 것들로 선택교배된 여우들은 개처럼 두개골이 작아지고, 주둥이와 다리가 짧아졌다.


다른 해에 나온 책에 비해 챕터 분류가 더 세분화되었다. 물리, 화학, 생명과학 이라는 고정적인 분류에서 벗어나 주제를 막론하고 현재 온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핫이슈 파트도 주제도 추가되었다. 요즘의 가장 큰 이슈는 남북 관계가 되겠지만, 정치적 이슈를 떠나 일상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게 바로 미세먼지다. 핫이슈의 첫번째 기사로 미세먼지를 다루고, 살충제 내성, 과학재현성의 위기, 섹스와 젠더의 과학, 그리고 오이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한 기사로 이어진다. 미세먼지에 이어 초미세먼지 그리고 극미세먼지가 있는데, 극미세먼지는 크기가 200나노미터 이사로 초미세먼지중에서도 아주 작은 것들이다. 이것들이 얼마나 작은지는 이것들이 인간의 몸을 어떤 형태로 침투하는지를 보면 나노입자와 작은 것에 대한 공포가 몰려올 정도다. 미세먼지 하면 코로 들어와 폐까지 침투해 호흡기 건강을 유발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입자가 작아지니 기침하고 콧물나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우선 이런 초미세입자가 폐에 들어가면 다른 세포에게 확산돼 사이토카인 분비하여 온몸에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사이토카인이 혈관을 타고 뇌에 작용해 젊은 사람의 뇌에도 과도한 염증과 단백질 침착등을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세입자의 공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극미세입자는 코에서 냄새 분자를 감지하는 수용체가 있는 세포로 뒤덮인 후각망울을 거쳐 신경을 타고 뇌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작디 작은 미세먼지 입자는 냄새 분자가 뇌에 전달되는 경로로 뇌에까지 침투하는데, 책에는 사람의 뇌세포 내 자철석 나노입자가 발견된 것을 찍은 미국립과학회보에서 나온 사진이 함께 실려있다. 한 역학자는 치매발명률의 21%가 대기오염이라는 주장을 했다는데,  그러면 운동을 해야하는 건가 말아야되는건가. 같은 책의 다른 주제의 칼럼에는 운동을 할 때 수렵채집생활을 했던 시기처럼 머리를 써가며 운동을 해야 인지기능이 향상된다고 말하면서 정지된 워킹머신 위에서 걷거나 자전거타기같은 것은 뇌의 신경세포 연결을 향상시키지 않으므로 효과가 없기 때문에 여러 뇌 활동이 동반되는 운동을 권하는데, 그러면 미세먼지가 또 머리속에 침투할 것이 아닌가. 어쩌면 현대인이 치매와 같은 뇌혈관질환이 급증하는 데는 어쩔 수 없이 그런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챕터는 건강 의학이다. TV 상에서는 어떤 실험이 성공해서 난치병의 새로운 치료 시대를 열게 되었다는 뉴스가 연일 전해지는데, 실제로 임상 실험에서 성공으로 나타났다거나 혹은 치료법으로 적용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듣기 어렵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건강 의학 파트 전 2장 핫이슈 파트, <과학재현성 위기, 답이 없다?>에서 다룬다. 과학 재현성의 위기를 실감나게 그린 책 <사후경직(Rigor Mortis - Richard Harris)>를 소개하며 그 책에서 소개한 세 가지 원인을, 과학자의 게으름과 무식함 데이터 조작 같은 도덕적 타락을 들고 있다. 먼저 임상 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거치는 동물 실험 단계에서 엄청난 문제점이 드러났는데, 실험동물의 숫자가 너무 적거나 편견의 개입, 구조적 문제 등이다. 예를 들어 아스피린이 현재의 신약 개발 방식을 사용한다면 결코 시장에 나오지 못했을 거라는 거다. 당시에는 동물실험 없이 바로 임상시험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세포 오염과 장비, 데이터 분석 방법에 있어서 과학자들의 통계학적 무지도 한몫 한다. 특히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임팩트 있는 논문에 실어야 대학과 학계에서의 입지, 연구비 수주가 공고해지는 현실에서 연구자들이 겪는 스트레스도 큰 문제로 제시한다. 


이러한 문제점이 있음을 먼저 다룸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치료 방식이 속속 쏟아지는 건강 의학 파트는 비교적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파트였다. 구충제 NTZ이 항바이러스와 항암효과까지 나타낸다는 내용과 구충제 이버멕틴이 난소암에 대한 항암 효과가 있다는 내용 등이 실려있다. 자세한 약리 작용도 적혀 있는데, 읽을 때는 흥미롭지만, 다 읽고 나면 싹~ 잊어버린다. 아무튼 암이나 기생충이나, 인간의 몸에 기생하며 자기 증식으로 생명을 빼앗아가는 공통점이 있기에 같은 약에게 공동의 적이 될 수 있는 것이리라.


인류학, 심리학과 신경과학, 생태환경, 천문학과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등 6개의 파트가 더 있어 총 9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생명과학 파트에서 다룬, <유전자 편집, 임상시대 오나> 라는 칼럼과 화학 파트에서 다룬 빛 쬐지 않아도 태닝할 수 있다. 생태환경 파트에서 다룬 <플라스틱을 먹는 애벌레가 있다고>,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사람이 개보다 잘맡는 냄새도 있다>가 선호하는 분야였고, 인류학의 네 칼럼 모두가 다 흥미로웠다.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권장한다. 전문용어를 쉽게 풀어쓰거나 설명을 덧붙이기에, 과학을 골치아픈 분야라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도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가장 높이 평가할 부분은 뜨끈뜨끈한 바로 몇 달 전에 발표된 과학계의 최신 소식들을 발빠르게 전해주기 때문에, 매달 과학잡지를 사보지 않더라도 이 책 한권으로도 뭔가 지식이 업데이트되고 있다는 뿌듯한 느낌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