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어? - 고이즈미 다케오 지음, 박현석 옮김/사과나무 |
맛없는 음식을 탐구하면, 최소한 무엇이 만족스런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지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세상의 맛없는 것들에 대한 푸념'이라고 적힌 표지의 서브타이틀은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 그렇다. 대개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고, 그것에 대해 쓰지만, 이 책은 맛없는 음식에 대해 말한다. 참고로, 저자 고이즈미 다케오는 양조장에서 태어나 대학에서도 가르치는 발효학자인데, 세계를 누비며 음식을 맛보며 기행하는 음식 탐험가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의 구조는 1부 세상의 모든 맛없는 음식, 2부 여행자를 위한 식사, 3부 날아라 미각인 비행물체, 4부 요리하는 마음의 네 부로 되어 있고, 각 개별 챕터는 맛없는 것에 대한 원인 혹은 종류를 말한다. 1부 세상의 모든 맛없는 음식은 맛없다기 보다는 고약하고 엽기적이고 냄새나는 매우 이질적인 음식에 대한 내용으로 저자가 일부러 그 맛없음을 맛보기 위해 세계(주로 아시아) 여러 곳을 다니며 맛보고 후기를 적었다. 물론 세계적으로도 그 냄새의 고약함으로 익히 알려진 목포의 홍어회도 빠지지 않았다. 저자가 고른 세고 최고의 악취 음식 1위는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이라 불리우는 생선 통조림으로, 앨러배스터라는 정밀 기계로 수치를 확인해보면 낫토 352, 한국의 홍어회 6230에 비해 8070으로 세계 제일의 고약한 냄새 1위 음식이라는 것이다.
뱀은 맛이 진하고 감미로와 훌륭한 식재료로 저자가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라고 하는데, 저자가 뱀을 식재료로 많이 먹는 중국을 여행하던 중 식당에서 일부러 뱀요리 있냐고 물어 시켜먹은 음식으로, 껍질을 벗기지 않고 MSG를 듬뿍 넣어 뱀비린내와 닝닝한 맛에 구역질이 날뻔한 했던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미식가인 저자는 '맛있는' 곤충들과 그 유충들을 즐겨먹는데, '방귀벌레'라는 이름이 붙은 노랜재의 유충이 먹고 싶어, 통해 통해 구해 볶아 먹고는 냄새와 흐물흐물한 번데기 육즙에 고생하고, 도후쿠 지방에 여행에서 까마귀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한 온천장에서 여관 주인이 맛없고 끔찍한 냄새 때문에 참을 수 없다고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시켜먹고는 그 고생담을 적었다. 주인이 지키고 서 있어서 뱉지도 못하고.. 계속 먹어야 했던. 그 밖에도 최루성 암모니아 때문에 기절직전까지 간 한국의 홍어회, 바로 잡은 양의 피로 요리한 순대비슷한 것을 즉석에서 먹고는 피냄새 때문에 질겁을 한 몽고의 피순대 등이 저자가 찾아 먹은 냄새나는 엽기 음식들이다.
2장부터 4장까지는 각 장별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조금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떻게 요리를 하면 맛없나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담은, 일본에서 식당이나, 편의점, 도시락집, 호텔 등 각종 루트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음식점에서 먹은 맛없는 음식에 대한 내용이다. 맛없는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불량한 식재료의 사용 또 하나는 잘못된 요리 방법이다.
식재료로 인해 맛없는 음식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선하지 않은 오래된 재료에서 나는 냄새, 냉동 고기 같은 식재료가 엉겨붙어 제대로 떨어지지도 않은채 요리되어 붙어 나온 것, MSG를 과하게 사용하여 매우 불쾌한 맛을 사용하는 것, 양식 장어와 마구잡이로 키운 퍼석퍼석하고 맛없는 닭, 쩔은 기름으로 조리한 튀김음식 등을 소개한다. 새우튀김이라고 먹었더니 밀가루튀김에 이쑤시개만큼의 새우가 들어있는 것처럼 극도로 재료를 아낀 음식들, 공장에서 만든 레디메이드 재료를 대충 데워 내와 어딜가나 개성이 없이 똑같은 맛을 내는 음식들, 온갖 싸구려 생선에 종이장처럼 얇게 포를 떠서 회초밥이라고 나온 호텔식 식사, 실이 없는 낫토 같은 음식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산란기를 끝낸 수컷 연어를 생선구이로 올라온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는데, 영양소가 모두 빠져 맛도 없고 먹지도 않아 사료로나 쓰는데 먹어보니 그것이라고 했다. 또한 일본 전통 반찬이 점점 사라지고 대신 양배추를 썰어 내어 가짓수만 하나 채우고, 인공첨가물이 잔뜩 들어있는 소세지나 햄류의 가공식품을 기름범벅을 해서 성의없이 두어개 반찬이랍시고 내놓는 집들에 분개했다.
조리법을 잘못 선택한 음식들로는 주로 너무 익히거나, 불의 온도를 잘못 조절하거나, 대량 조리를 목적으로 구이 대신 찜으로 바꾼 생선구이 같은 불만들이다. 특히 야채는 아삭아삭하게 살짝만 데쳐야 식감과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데, 물컹물컹한 당근과 흐물흐물한 야채들이 대세인 사실에 대해 아이들이 씹는 행위를 안해 얼굴은 갸름해지고 두뇌발달에도 좋지 않은 점을 우려한다. 병원이나 학교 급식, 호텔의 조식 부페 등에서 나오는 생선구이는 이름만 구이이지, 생선을 대량으로 조리할 목적으로 찌는 방법으로 요리를 해서 맛있는 향과 기름기가 모두 빠져나가 푸석푸석한 것을 먹는다 일본에는 도시락집들이 많아 유명세를 타는 도시락집들도 많은 모양인데, 그 중 빠지지 않는 것들이 튀김인데, 너무 낮은 온도에서 튀겨 흐물후물한 것, 밀가루만 가득하고 내용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 딱딱할 정도로 너무 바삭하게 튀겨 씹기가 곤란한 것, (역시 식재료에 해당하지만) 쩔어 빠진 기름을 써서 냄새나는 튀김 등 맛없는 이유도 가지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