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사물인터넷 IoT>의 두번째 편, 실천과 상상력 편이어서 그런지, 사물인터넷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나와있지 않다. 첫 책에서 사물인터넷의 개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되고 있던 모양이라서 그런지, 이 책에서는 실제 사물인터넷의 현주소와 미래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총 네 사람이 공저한 이 책은 3부러 나누어져 있는데 3부가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어 마치 네 개의 다른 책을 같이 붙여 놓은 듯 일관성이 없고, 별도의 주제를 다룬다.
1부는 사물인터넷과 함께 언급되는 미래의 IT 기술로서, 내용 자체는 흥미롭지만 사물인터넷이란 것의 실체를 확실히 모르는 단계에서 읽어보면 뭐야 이게 사물인터넷이야? 아무데나 다 갖다 붙이네 라는 생각이 들만큼, 선도하는 IT 기술 및 서비스들에 대한 개념들을 소개한다. 모바일 환경, 공유경제, 인공지능, 센서 등과 관련된 기술을 다루는데, 이런 것들이 직접적으로 오리가 굳이 '사물인터넷'이라고 따로 명명한 것과의 관계를 알 수는 없다.
2부부터 4부까지는 실제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기기, 기술, 시장전망 등을 다루는데, 기기는 스마트홈 제품군, 헬스케어 제품군, 스마트 카 제품군, 스마트 시티 서비스군의 네가지 별로 제품과 서비스들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앞에서 내가 일관성이 없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이유는 1장에서 제시한 그 팬시하고 환상적인 IoT라는 것의 드러난 실체가 1장에서 설명한 것과는 달리 매우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간단히 정리한다면 2장에서 보여주는 IoT 기기들은 센서를 부착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혹은 자잘한 기기들이 블루투스 같은 통신망을 이용해서 데이터를 스마트 폰에 보내고, 스마트폰의 앱에서 해당 데이터를 처리하여 여러가지를 보여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만보계보다는 훨씬 폭넓은 범위의 센서를 활용하여 상상하지 못한 부분에까지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IoT가 마치 신세계인양 이야기했던 1장과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갭만큼 서로 닿지 못할 공간을 갖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시장전망이라든가 뭐 그런 산업 현장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지만, 전체적으로 IoT에 대해 가장 적절한 전망을 해주고 이해를 높여준 챕터는 가장 짧은 3장의 3-1 시장 전망 부분이다. 여기서는 IoT를 바라보는 업체의 시각과, 한국의 IoT 현황을 외국과 비교해서 이슈들을 잘 정리해서 알려준다. 즉 미래의 IoT라고 하는 기술 속에서 한국 내 기업들이 가진 어려움과 기술적이고 정책적인 이슈들에 대해서 다루는데 다른 자잘한 문제들을 이리저리 통합해서 크게 분류한다면, 표준화와 센서 기술로 요약할 수 있다.
표준화 기술은 업체들끼리의 이익과 직결되고 또한, 앞으로 한국의 IoT 산업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주요 요소이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의 표준은 아직 과도기에 있고 그것은 크게 삼성이 이끄는 OIC 그룹, 구글의 Thread, 애플의 킷, 그리고 7개 국가의 전자제품표준기관이 힘을 모은 윈엠투엠, 퀼컴 등의 울신얼라이언트가 있다. 누가 먼저 플랫폼의 표준을 선도하느냐는 누가 먼저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느냐와 관련되어 있고, 그것은 누가 더 많은 동맹들을 모으고 많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파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IoT는 한 두 가지 기술이 결합된 것이 아니라, 통신망과 제품, 서비스 회사, 등 수많은 회사들의 이익이 상호 맞물려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 지 혼란스러운 상태이고 이익을 위해 뭉친 동맹들은 상호간의 이익 배분 문제 때문에 제대로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형편이다.
이런 여러 단체들의 기술적 특성을 스마트 홈의 예를 들어 살펴보면, 삼성이 주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방형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늦게나마 잘 포착한 OIC의 플랫폼 스마트씽즈는 집 안에 허브를 두고 이 허브에 연결된 다양한 기기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원격 제어된다. 스마트씽즈에 연결될 수 있는 기기는 무한하고, 센서만 부착한 기기들이 스마트씽즈에서 인증받기만 하면, 스마트폰 앱에 인증된 기기들이 보이고 제어가 가능한데, 허브, 모션센서, 습도센서, 온도와진동 그리고 움직임으로된 2개의 복합센서로 된 스타터 킷을 구성해 이를 원하는 제품에 부착할 수 있도록 판매함으로써 어떤 제품이라도 허브에 붙일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두번째 스마트홈 플랫폼으로 완벽주의자 애플의 폐홰형 플랫폼 홈킷이 있다. 이것은 협력사에게만 홈킷 API를 공개해 애플만의 제품을 생산하게 하는 방식으로 업계의 비주류 업체들과 제휴하는 전략으로 가는 중이다. 애플이 이렇게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성할 수 있는 이유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때문이며 iOS를 스마트홈의 두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세번째 스마트홈은 구글로 대표되는 쓰레드 그룹이 접근하는 physical web이라는 방식으로, 이미 자동판매기나 버스정류소 등에 웹주소를 할당해 사용자가 스마트 기기를 통해 제품을 사거나 버스운행 시간을 알 수 있도록 한다. 스마트기기 중심의 앱이 아니고, 별도의 앱 없이 어떤 기기와도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스마트 홈만 하더라도 세 개의 플랫폼이 치열한 각축전 끝에 어떤 것이 표준의 승자가 될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표준화 이슈 외에 IoT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이슈는 센서 문제이다. IoT의 특징은 사물이 감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인 센서 기술은 인간의 오감이 느끼는 모든 감각을 모두 센싱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어떤 제품이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가에 대한 문제에서 제품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는 인간이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일히 타이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감각해서 수집하는 데이터들이 될 것이다. 센서와 기기가 결합해서 IoT에 필요한 하드웨어가 나오는데 일반 IT 기술과는 달리 하드웨어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는 초기 아무리 간단한 제품이라도 1~2억이 들고 국내에는(지금은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스타트업 투자를 받기 위해 프로토타입을 먼저 만들어오라고 요구된다는 것이 발전에 지연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생태적 환경에서 우리나라의 센서 기술은 매우 낙후되어 있고 세계시장 점유율은 1% 수준이라서 중국보다도 낮다고 한다.
내나라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우리의 미래 세대가 더이상 기약없는 알바와 임시직, 비정규직의 굴레에서 빠져 나와 풍족하게 살기를 바라는 이기심일 수도 있다. 사물인터넷이 실제로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지, 그저 만보계 수준의 장난감에서 크게 발전하지 않을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IT로 세계를 평정했던 시절을 돌이켜보고 땅파고 물길을 막아 환경을 저해하는 방식으로는 아무 발전도 없다는 것을 이제서야 인식했다면 미래를 보는 눈을 가져주기를 그들에게 바래보고 싶다는... 엉뚱한 결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