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 - 강훈 지음/다산3.0 |
어릴 때는 자꾸 옛날엔 이랬는데 옛날엔 저랬는데 하면서 옛날 얘기하는 어른들 말에 관심도 안가졌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 들어둘껄 후회가 된다. 내가 젊었을 때에도 물론 커피숍이 있었고, 그 때 역시 밥값보다 커피값이 훨씬 비쌌고, 또한 싼 밥과 비싼 커피의 부조화를 누릴만한 낭만적 공간이 필요로 했다. 우리 어른들이 자꾸 커피값 비싸다는 이야기를 하는 까닭을 생각해보면, 게다다가 무슨무슨녀니 하며 스타벅스 컵을 들고 다니는 여성들에게 붙은 비하발언들을 비롯해서 커피를 허영으로 여기는 데는 어떤 문화적 이질감과 같은 세대차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세대차 중 하나는 단연 프랜차이즈 이미지다. 할리스 커피를 창업하여 매각하고, 카페베네에 합류하여 가맹점 500개라는 '성공'을 달성한 강훈 사장이 망고식스라는 내게는 다소 생소한 프랜차이즈를 내어 고군분투하는 이 책 <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에는 커피와 후식 문화라는 트랜드를 둘러싼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커피값에는 원두가 한 컵의 커피로 변화한 커피의 원가와 서비스 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어떤 트랜드 속에 있는 사람들의 문화적 코드가 함께 있다. 최고의 커피를 마시려면 프랜차이즈점 보다는 원두에서부터 한 방울의 커피가 되기까지 온 정성을 다해 최고 품질을 만들고자 하는 개인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커피숍을 찾아가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커피를 마실 때 커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함께 사고, 커피를 마실 때 들고 다니는 브랜드 이미지를 걷고 있는 자신의 이미지에 고착시키고, 어떤 트랜드를 따라간다는 느낌도 함께 사는 것이다. 이 책은 프랜차이즈 비지니스를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지만 그런 쪽에 관심이 별로 없는 내가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그 속의 문화 코드의 산업적 속성이었다.
사실 강훈 사장이 망고식스에 쓴 마케팅 전략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촘촘히 채워진 곳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건 치열한 전략이 요구된다. 커피 뿐만 아니라 다양한 후식을 판매하는 후식형커피숍 선두업체인 망고식스는 현재까지 결과로 친다면 수백개의 지점을 낸 S 빙수 등에 비교하면 60여개의 가맹점을 가진, 만일 가맹점의 수로만 프랜차이즈의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면 아직까지 성공이 완결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프랜차이즈다. 책에는 그가 망고식스의 창업과 운영에 따른 성공과 실패 과정이 꽤나 자세하게 적혀있다.
PPL광고를 통한 사업적 성공과 한류에 맞물려 성공한 중국 진출 사례, 그리고 미국 진출의 실패, 다시 또 사이판에서의 성공 이야기 속에는 실제로 사업을 하면서 신용불량 상태에까지 처하기도 하고, 수억의 수업료를 치른 실패의 이야기도 함께 있다. 저자는 예를 들어 미국의 베버리힐즈 가맹점에서의 진출 실패에 대해 현지화 실패라는 세부적인 분석을 토대로,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비지니스인들에게 충고를 전한다. 좁아터진 땅떵어리에서 프랜차이즈업이라는 것은 내 눈에는 사실 파이나누기로 보이는데, 실제로 이게 그냥 앉아서 돈놓고 돈버는 쉬운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망고식스에 한번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