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 - ![]() 이은희 지음/살림Friends |
음식은 과학이다. 재료와 재료가 섞이고 발효되고 열이 가해지고 분해되고 잘리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화학적 변화들을 인간은 인류의 전역사를 통해 오래전부터 조금씩 발견해 왔다. 이를 인간의 미각적 감각을 충족시켜주는 데 이용했다.
생물학, 천체물리학 등을 비롯한 과학의 전분야에 걸쳐 원자와 그 분자 구조에까지 각 분야의 과학이 환원적 방식으로 세부적 메카니즘을 파헤쳐지고 통합되는 것이 하나의 트랜드처럼 보이는데, 그것도 모자라 요즘 TV 요리프로에서는 분자요리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음식을 먹는 것은 음식의 맛과 음식의 영양분 등을 통해 즐거움과 건강을 동시에 만족시키고자 하는 원초적 인간의 활동이다. 그리고 맛과 영양분을 결정짓는 것은 그 음식의 원재료들이 가지고 있는 핵심 성분들의 분자 구조와 음식과 음식들이 섞이고 가열되고 혹은 발효되어 만들어지는 분자구조의 변형과, 즉 화학작용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의 구성이 흥미롭다. 1년 12달 우리의 고유 명절과 그 유래, 풍습 등을 소개하고 이 날 조상들이 먹었던 음식들을 탐구해 가면서 그 속에 담긴 음식의 과학에 대해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소개되는 음식들은 서구의 식단보다는 고유 식단과 고유 음식에 관련된 내용이 많다.
설날에 먹는 떡국은 쌀과 포도당의 끈적한 관계를 설명하는 동기가 된다. 같은 포도당이지만 분자 구조의 결합 구조식이 달라, 인체 내 소화 여부가 달라지는 녹말과 셀룰로우스의 차이에서부터 찹쌀과 쌀에 함유된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의 구성 성분으로 인해 물의 침투와 호화 시간이 달라져 쉽게 굳어지거나 혹은 흐물흐물해지는 차이점을 갖는 찹쌀과 멥쌀의 차이점을 그림과 함께 매우 상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정월 대보름과 부럼 풍습을 소개하고, 견과류에 들어있는 핵심 영양소인 지방을 살핀다. 지방산을 구성하는 모든 탄소들이 각각 2개의 수소와 결합한 구조를 갖는 포화지방산과 분자 구조 내의 일부 탄소들이 이중결합을 함으로써 수소 1개밖에 붙지 못하는 불포화지방산의 차이를 분자 구조를 통해 설명하고 이들이 왜 하나는 고체 상태를 띄고 하나는 액체 상태를 띄며 또한 왜 하나는 물고기와 식물에 들어있고, 왜 하나는 동물에 더 많이 들어있는지를 해석한다. 더 나아가 혈액 내 존재하는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옮겨주는 LDL과 반대로 간에서 생성한 콜레스테롤을 혈액으로 옮겨주는 HDL의 관계와 필요성에 대해서도 생물학적 원리를 통해 설명한다.
음력 초하루 머슴날에 먹는 가난한 자의 고기로 불린 콩을 통해 콩과 식물의 뿌리혹 박테리아가 척박한 토지를 비옥하게 하는 원리를 설명한다. 더 나아가서 질소비료를 생산하게 된 역사와 그 의의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잘 짚어준다. 식물이 뿌리를 통해 토양 속의 질소를 모두 빨아들여 소비해버리면 단백질 합성 시스템에 꼭 필요한 질소를 구할 수 없어 제대로 생장할 수 없게 되는데, 이 때 콩과 식물에 기생하는 뿌리혹 박테리아가 쓰고 남은 질소를 공급해준다는 사실과, 값싼 이제는 질소 비료의 생산이 비약적 식량 증산에 거의 기여하게 된 점, 그리고 끝내 그것이 질산염 과잉 상태로 인해 (아기들에게)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내용이 흥미롭게 잘 기술되어 있다.
4월의 한식에는 차가운 음식 속에 숨은 보존의 법칙에 대하여 적었고, 5월의 단오에는 수리취떡과 식물의 화학 무기 알칼로이드를 소개하고, 6월 유두절에는 글루텐 성분으로 밀가루 반죽과 밀당하기라는 주제로 밀에 대한 민속 음식 탐구 및 현재 유통되고 있는 밀가루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7월 삼복더위와 보양식에서는 개고기의 유래와 단백질 식품에 대한 내용이 8월 백중과 감자전 편에서는 감자가 구황식물의 대명사가 된 이유와 감자의 역사적 의의를 이야기하고 9월 한가위와 햇가일 편에서는 과일의 색깔, 익음, 상함 등에 대한 비밀을 에틸렌이라는 성분과 함게 소개한다. 10월 중양절에서는 술의 비밀을 11월 입동편에서는 김치의 과학을, 12월 동지편에서는 우유와 타락죽에 대한 주제로 과학 이야기가 계속된다. 처음 세개의 챕터가 가장 흥미로왔지만, 나머지도 괜찮았다.
책은 그림도 많고, 글자 크기도 크고 행간도 멀어서 아동용 도서같은 인상을 주며 쉽게 읽히지만, 그 내용은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게 유용하다. 12개의 장 마다 음식 레서피가 두 개씩 제공되는데, 크게 관심이 가거나 레서피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