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을 향한 눈 - ![]() 장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 조홍식 옮김/문학동네 |
1989년 베이징의 6월은 한국의 1980년 5월의 광주가 중국 재현된 해의 달이었다. 3천여명이 부상당하고 300여명이 사망했다는 텐안먼 광장의 학살은 5.18 광주 민주화 항쟁과 ‘공식적’ 학살 규모가 비슷하다. 이 때부터 최근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을 우리는 거의 매일 뉴스를 통해 앵무새가 말하는 것처럼 비슷비슷한 학살과 전쟁과 난민과 죽음의 소식들을 날마다 전해 듣고 있지만, 사실상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저 멀고 먼 나라에서의 끔찍한 소식들은 그저 때가 되면 주어와 서술어만 바뀐 채 공허하게 매일 집안 공기를 떠돌다 사라질 뿐이다.
2015년 1월, 비판과 풍자로 뛰어난 만평 작품을 게재해온 <<샤를리 에브도>> 회의실은 중무장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아, 프랑스의 대표적 만평가들을 포함한 언론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비겁한 테러리스트들은 왜 만평을 죽이려하는가’ 책날개에 소개된 내용이다. 이 책은 베이징 학살이 있었던 1989년부터 시작해서 2012년 5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이후 30년만에 사회당의 프랑수와 올랑드가 프랑스 제5공화국의 일곱 번째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건까지의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세계 각지의 만평을 통해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진실을 전달했는지를 기록한 책이다.
국내의 경우,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아 만평을 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비교적 쉽지만, 해외 만평을 통해 세상을 읽는 일이 일반인에게는 그리 쉽지는 않다. 한 장의 그림으로 어떤 큰 사건 이면의 복잡한 내막을 표현해야 하는 만큼 상징성과 은유를 이해할 수 있을만큼 다른 나라의 문화와 사회 정치 역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세계사의 획을 그어왔던 커다란 사건들의 역사적 의미, 숨겨진 내막이 표현된 한 장의 그림과 그것을 설명한 해설들이 20년간 쌓이면 근 현대 세계사 책이 된다. 만평으로 보는 근현대 세계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89년의 텐안먼 광장과 베이징의 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역사적 밤, 1990년 미국의 쿠웨이트 침공과 독일의 통일, 1991 유고슬라비아 전쟁 시작과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사임, 그리고 소련 제국의 멸망, 1992년 알제리 폭력사태의 시작으로 촉발된 이슬람주의 위기, 우리도 잘 기억하고 있는, 백인 경찰관의 흑인 ‘로드니 킹’의 폭력과 가해 폭력자들의 무혐의 처리로 촉발된 미국 로스앤젤러스의 인종 전쟁, 199년 프랑스의 핵실험,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과 교토의정서와 세계 제1 경제대국 미국의 비준 거부,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충격적 파고, 1998 클린턴 행정부의 대망신 모니카 게이트, 인도 vs 파키스탄의 핵무장, 2001년의 911 테러, 테러와의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2년 유로 유통 시작, 2003년 ‘대량 살상 무기 제거’라는 만들어진 구실을 이용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 2004년 EU25 구동구권의 유럽연합 가입, 쓰나미 대참사, 2006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 승리의 충격, 2007년 2008년 쿠바의 피델에서 동생 라울로로의 정권 이양, 이태리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권력 복귀, 세계 경제 위기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오바마의 약시작 딩선, 중국의 올림픽 최초 개최, 2009년 마이클 잭슨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스캔들, 2011의 아랍 혁명, 후쿠시마 방사능 누출, 2011년 유로존의 3/4가 GDP 대비 60%의 공공부채를 기록한 국채 위기, 2012년 프랑스 공화국의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당선 등의 굵직한 사건에 대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견해를 반영한 만평과 그에 대한 설명은 그동안 그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한쪽 귀로 들으면서 흘려버렸던 소식들에 대해 최소한 어떤 역사적 배경과 의의를 가지는지를 알려준다.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처했던 부시 행정부의 만행은 여기 저기서 주워 들은 바가 있었지만, 이렇게 세계적인 무대에서 더욱 객관적으로 그 행태들을 조목조목 확인해보니 이런 깡패가 없는 것 같다. 미테랑 이후 근 30년간 극우파가 주도했던 프랑스도 마찬가지.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끝도 없는 종교 전쟁의 내막에는 집권다들의 추악한 권력욕만 있을 뿐이다.
2011년 1월 14일 아랍혁명
2011년 1월 14일, 튀니지를 23년간 통치한 대통령 제인 엘아비다네 벤 알 리가 마치 도둑처럼 도주했다. 실제로 그는 도둑이었다. 그리고 2월 11일에는 30년 가까이 나라를 통치했던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가 체포, 수감되었다. 2월 20일에는 예멘을 33년간 통치했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강제로 대통령직을 공식 이양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10월 20일에는 리비아 국민들의 항거를 중무기로 탄압하려 했던 무아마르 카다피가 42년의 독재 끝에 무자비하게 처형되었다. 이 모든 혁명은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하면서 수월해졌지만, 그보다 중요한 장기적 요인으로는 젊은층 인구 증가, 교육 수준의 향상, 높은 실업률, 그리고 수십 년간 당한 모역에 대한 반감 등이 작용했다. (p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