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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밖 여운/교양

[요시모토 바나나] 인생을 말하다

이제껏 요시모토 바나나의 명성만 들었는데, 책을 읽을 기회가 왔다. 펼쳐보니 소설이 아니라 서간집이다. 윌리엄 레이넌과 주고받은 편지로 이루어진 책인데, 얇고 몇장 간격으로 그림이 들어있는 잔잔한 힐링 에세이류의 책이다. 딱히 어떤 주제를 놓고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느낌은 안들었고, 두 사람이 영성이라는 부분에서 서로 통하는 게 있는 듯한데 그런, 평범한 일반인들은 듣지도 이해하지 못할 다른 세계와 통하고 있음에 대해 서로 교감하며 애틋해하는 마음을 적고 있다. 주고받은 편지이므로 저자는 요시모토 바나나와 윌리엄 레이넌 두 사람인 셈인데, 윌리엄 레이넌이 보낸 편지는 영문으로 작성되었는데 이토가 번역한 듯하다. 그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다보니, 두 사람의 문체가 너무 비슷하고 생각도 많이 비슷해서 마치 한 사람이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알고보니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많은 상도 받았고, 일본과 국내에서 팬층이 두터운 현대문학가라고 소개되어 있는 있고 대략 한국에도 많은 책이 출판되어 있고 전집까지 나와있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알겠으나, 윌리엄 레이넌이라는 저자는 한편으로 생소했다. 책 내용에는 일본에서 미국까지 찾아갈 정도로 명성이 나 있는 사람이고, 또 일본 팬들을 위해 일본에도 자주오는 것 같아 찾아보니, 국내 인터넷에는 주로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에 대한 작가소개 글이 대부분인데 역시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 영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출간한 <드림타임에서 만나요>라는 책과 명상 관련 그림 및 오디오로 구성된 CD를 포함한 <듣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마음의 소리>라는 저작들이 나오고, 국내에서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책 내용 자체보다 윌리엄 레이넨에게 관심이 간 것은, 대화중에 자신이 '영혼 치료'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흘리는데, 그게 무엇인지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그 방면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것 같고, 또한 많은 자원 단체를 리드할 만큼 어떤 그쪽 세계Dp서는 대중성이 있는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구글 서치 결과는 위키 영문 페이지에서도 그에대해 아무 자료를 찾을 수 없었고, 가장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 곳은 예스24 작가 페이지였다. 세계적인 영혼 치유 전문가이자 전생 전문가.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언론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높은 차원의 각성과 치유를 행하고 있는데, 자신의 직관을 중시하고 저마다의 시간, 공간, 방법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물병자리라는 다소 생소한 우주관을 내세우며 ‘균형,조화,깨달음,만족’을 키워드로 하는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한다.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윌리엄 레이넨을 적극 추천하고 교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요시모토 바나나 역시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서 기인하는 것 같다.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그런 면에서 잘 맞았고, 요시모토 바나나의 세계적인 명성과 윌리엄 레이넨의 영혼 치유라는 신비로운 요법이 불안전한 시대를 살아가고 치유를 열망하는 대중의 요구와 만난 것 같다.  


기억나는 내용은, 타인의 불행에 대해 감정이입에 빠지지 말고, 개별적인 존엄을 침입해서는 안되며 객관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견해에 대해, 감정 이입 없이 객관적으로 배려하는 일은 인간에게 무척 어려운 과제이며 바나나는 이제껏 만난 사람들 중 객관적으로 관찰하며 살아가는 몇 안되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부모나 사회가 심어준 가치관을 쫓아 살아가면 정작 자신의 경험은 무시되므로 각자 자신의 영혼이 창조한 인생을 살아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앞에서 레이넨이 전생전문가라는 말도 나왔는데, 바나나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자신의 개였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말을 하고 바나나 역시 그런 상황(레이넨이 개였던 전생)이 매우 즐거웠던 한 때로서 상상할 수 있다는 말도 있는데, 나로서는 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매우 진지하게 쓰여져 있어서 정말로 그들이 한 사람은 전생이 개였다는 사실을 믿고 있고 그것을 잘 기억하고 있으며, 또 한사람은 그 사람의 개였던 전생을 정말 행복하게 상상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사이코패스라 이런 상황을 이해못하는 것인지 이 글을 통해 전하려고 하는 게 따로 있는데 뭔가를 놓쳤는지 알 도리가 없다.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게 결코 즐겁지만은 않다고 말하는 바나나와, 지인들을 만나 자신에게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데 영적인 조언을 구하면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 곤란하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잡아달라고 말해야 한다는 레이넨의 말을 들으면 그들의 특별한 재능이 때로 삶에 작은 균열을 만들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바나나가 보내는 글 중에는 ‘함께 있을 때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내가 무언가를 말하기만을 기다릴 뿐 자신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스스럼없이 자신의 기분을 내뱉고 도가 지나치게 친숙함을 내비침으로써 자신의 용기를 시험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고 투덜대는데, 두 경우 모두 ‘지금’이라는 곳에 발을 딛지 않은 상태라고 말한다. 이 부분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라고 나도 생각한다. 두 사람 사이에 완강한 침묵이 흐를 때, 내 경우 대부분 항복하는 쪽은 자주 내 쪽이다. 먼저 허를 보이고 대치 국면을 끝내고 편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불편한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러다보면 후자처럼 비칠 우려도 있다. 늘 인간관계는 어려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