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감정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베네 리얼리가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가볍게 일어나는 감정도 의사결정의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력은 감정이 소멸된 뒤에도 오랫동안 남는다. 사소한 감정적 사건이 그 이후에 내릴 어떤 결정이 근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은 우리 개인이 어떤 옳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크라우드의 지혜란 개인의 극단적 경험이 감정의 앙금으로 남아 그릇된 선택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걸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 레오르 조레프가 말하는 주제는 결국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의 합은 진리에 가까와진다는 것. 그 예로, 저자가 TED에 톡에 황소 한 마리를 데리고 나갔던 경험은 흥미롭다. 그 커다란 황소가 강연장에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웃었을까. 조레프가 TED 조직위에 황소 얘기를 꺼냈을 때 아마도 쇼맨쉽을 가장 큰 미덕으로 여기는 TED인들은 이 아이디어를 기발하다고 여겼겠지만, 소는 무슨죄. 어쨌든 조레프는 강연장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이 황소의 몸무게를 맞춰보라고 했다. 100kg에서 1톤에 이르기까지 상상 가능한 숫자들이 제시되었으나,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합쳐서 낸 평균 무게는 정확하게 황소의 몸무게와 일치했다. 삐딱한 나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사실도 염두해 두어야 할 것 같은 생각도 했다.
집단지성과 집단적 문제해결의 등장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의 가장 큰 변화중 하나다. 함께 앉아서도 따로따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세상에서 스마트폰이 개인을 고립시키고 소외시켰지만 그 고립과 소외는 다시 집단 지성의 형태로 사람들을 연결해준다. 함께 있는 사람과는 소통하지 않는 많은 것들을 익명의 수십 수백명과 소통하는 일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심지어 오프에서 함께 있으면서도 온라인으로 대화한다. SNS가 인간을 더욱 친밀하게 하거나 아니면 반대이거나 어쨌든 집단의 의견은 개인의 견해보다 더 똑똑하다. 집단은 더 많이 알고 더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더 객관적이다.
그룹 씽크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것은 크라우드에 기반한 생각 공유하는 다른 것이다. 진실을 추구하기 보다는 불일치를 제거하고 합의을 이끌어가는데 더 의미를 두는 그룹 사고는 '어떤 집단에 대한 잘못된 충성도에 기초해서 소그룹 구성원이 그릇된 결정을 내리는 양상으로 나타'나기 쉬운데 반해 옳은 결정이나 기준이 미리 주어지지 않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개인들의 총합으로 이루어진 그룹은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 관심사, 전문성이 다양한 상호 충돌적인 관점을 통해 궁극적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이끈다.
약한유대는 온라인 SNS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네트웍 상의 많은 개체들과 엄청나게 많은 교감을 하고 지식을 얻고 정보를 전달하지만, 상호간의 사생활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 그라노베터에 따르면 이러한 약한 유대를 많이 가진 개인 역시 유용한 자원을 더욱 빠르고 많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강한 유대는 나 자신과 가장 닮은 것 동질적인 것이기 싶지만 약한 유대는 그렇지 않아 반드시 필요한 어떤이 이질성에 나를 연결시켜 준다는 것이다.
크라우드라는 개념은 널렸다. 크라우드소싱 크라우드 펀딩 크라우드 컴퓨팅 크라우드 서비스. 크라우드소싱 응 아웃소싱의 대한으로 만들어낸 개념으로 위키와같이 전문가나 단독 조직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커다란 집단으로 아웃소싱하는 프로세스다. 맘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누구라도 편집하기를 클릭하여 표제어 하나를 완전히 망쳐 놓는 것이 가능한 위키피디아에 자료의 정확도는 최고의 전문가가 만들어낸 대영 백과사전과 비슷하다.
저자가 소개하는 개인의 에피소드 중 재미있던 것 중 하나는 차를 사기 위해 페북 친구들에게 구한 조언의 결과다. 가족이 쓸만한 안전하고 효율적이고 유지가 간편한 차를 골라달라고, 페북에 올렸는데 100개의 응답을 검토한 결과 현대 i30cw가 가장 많은 추천이 들어온 집단 대답으로 뽑혔다는 것이다. 이후 저자는 전문가를 만나 차량 선택 기준을 말하고 어떤 차를 추천할 지 물었는데 그의 조언 역시 현대 i30cw였다는 것이다. 장하다 현대차.
크라우드가 병을 진단하는 에피소드 역시 흥미롭다. 기침이 심해져서, 여러 병원을 전전긍긍했으나 낫지를 않자 페북에구구절절 자신의 증상을 써서 병명을 호소했고, 수십건의 답변을 받아 분류한 결과 백일해 11, 위 식도 역류 8, 알레르기 6, 스트레스 3, 천식 2, 바이러스 1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다음날 주치의를 찾아가 백일해의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고, 그래도 고집을 부려 검사를 요청해서 해봤더니 백일해로 나왔다는 것이다. 자랑질로 일관하는 나의 SNS 친구들은 쓸모가 없다. 페북 친구들이 많지 않아도 의료 관련 특화된 사이트들이 크라우드의 집단 지성을 이용하여 의학과 약학적 발견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트리토(treato)는 블로그, 포럼, SNS 등으로부터 수십억건의 건강 관련 대화와 텍스트들을 특정 알고리즘과 결합하여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들과 처방받은 약들간의 연관성을 밝혀낸다. 실제로 많은 여성사용자가 기침약인 뮤시넥스와 로비투신을 복용하여 임신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내 제약회사에서 임신과의 연관성 연구에 착수하였다. 이런 방법으로 현존하는 약의 새로운 용도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를 1만 5천건이나 찾아냈다고 한다.
재미있는 가십거리를 공유하는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에는 한 때, 어떤 남자가 임신진단기를 장난삼아 테스트했더니 임신 양성 반응이 나와, 최초로 임신한 남성이라는 조롱거리이자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댓글 중, 이 경우 고환암일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있었고, 남자는 우연히도 고환암을 일찍 발견할 수가 있었다는 훈훈한 스토리도 있다.
* 자기 자신을 지칭할 때 '나' 말고 '필자', 혹은 '저자'라고 쓰는 책들을 종종 보는데, 일관되지 않게 저자와 나를 섞어 쓴다. 섞어쓰는게 문제가 아니라, 주로 저자라는 지칭을 사용하는데 이런 표현은 독자를 헷갈리게 한다. 다른 사람의 글과 말을 많이 인용하는 책에서 저자가 누굴 말하는 건지 모르겠고, 널리 쓰이는 편이 아닌 것 같아서 꺼끌꺼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