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나 과학에 대해 일반인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 세계를 이해하겠다고 덤비는 건 무리수일까. 복잡한 수학 공식이 없이도, 난해한 과학적 수식 없이도 세상이 돌아가는 근본 원리를 훤히 눈앞에 그릴 수 있을만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며 과학 책을 읽는다. 그러나 그런 일이 가능할까. 수학과 과학 없이 세상의 근본 원리인 과학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까. 정확하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문장에 쓰인 단어의 표현이 정치적으로 옳다고 보지 않지만, 본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우리가 지적인 논증을 통해 아무리 노력한다 할지라도, 음악이 무엇인지를 귀머거리에게 알려줄 길은 없다.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꽃의 색깔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학이건 수학이건 아무리 쉽게 써 놓았다 한들, 아무리 기가막힌 비유를 통해 추상적 자연을 가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근접하게 설명을 해놓았다고 한들 수학과 물리학적 이해가 없이는 그것이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상력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세상이 된다는 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리처드 파인만은 일반인을 위한 강의를 하고, 이공계생 학부생들을 위한 교양으로서의 기초 물리 강의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책을 썼고, 일반인을 위한 물리 이론을 전파하고 확산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여겨진다. 그의 지식이 일반인들을 가르치는 수준이어서가 아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로 불리는 물리학계의 전설', 원폭 제조를 위한 맨하튼 계획에도 참여, 양자전기역학 이론을 정립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 수상. 대략 이 정도로 간략하게 정리할 수 있는 저자의 저서가 일반인을 위한 물리학 강의라는 데 의의가 있다.
들리지 않는 자에게 음악을 설명할 수 없기에 음악을 이해하려면 들을 수 있어야 하듯, 자연에 대하여 깊이 알기를 원한다면, '자연이 이야기하는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언어는 보이지 않는 자연의 규칙을 하나의 완결되고 간단한 기호로 표시할 수학적 언어라 풀이된다.
파인만은 물리의 개념을 수학과 정교하게 구분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수학은 추론을 일반화하여 단일한 규칙을 발견할 뿐 그것을 실제 사건에 정확하게 대입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데 비해 물리는 실제 세계의 어떤 사건과 현상을 다루며, 실험실에서 대응되는 유리토막과 나무막대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떤 거대한 법칙 내에 포함된 사소한 법칙들이 존재하며, 그것은 수학이라는 하나의 단일한 틀을 통해 다양한 물리적 현상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수학적 추론에서는 무한한 일반화가 가능한 개념을 다루기에 단어들의 뜻을 알 필요가 없고, 얘기하는 대상에 대해서 염려할 필요가 없다. 즉 이러이러하면 저러저러하다라는 것들에 기호를 쓰기로 약속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도 관심가질 필요도 없지만, 물리는 한 가지 사건에 대해 가능한 해석의 틀이 다양하다.
오래전 일이지만 학창 시절의 기억을 소환해보면, 물리가 어려웠던 까닭은 그 자체로서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이런 저런 규칙들이 많은데 어디에 어떤 규칙이 적용되는지를 매치하기가 어려웠던 일이다. 중력, 전기학, 자기학, 핵 상호작용 등 복잡하고 상세한 법칙들의 다양성에는 일반적인 원리가 꿰뚫고 있는데 예를 들어 보존원리들, 특정 대칭성들, 양자역학 원리들의 일반 형식들이 그것이다. 우리가 배운 모든 보존원리들, 전하량 보존 법칙, 에너지 보존 법칙, 운동량 보존 법칙, 대칭성 보존 법칙 등의 작은 보존 법칙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근사적으로 옳을 뿐이지만 때로 유용하다며 몇 가지 예를 통해 그러한 보존 법칙들이 결국은 보존이라는 하나의 큰 공통 특성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인다.
물리 법칙의 대칭성은 물체의 대칭성과 비슷한 특성을 갖는 법칙을 말한다. 중력법칙의 물체들 사이의 힘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데, 만일 태양과 한 행성 사이의 힘은 두 쌍이 똑같이 이동했을 때 동일하다는 이동 대칭성을 갖는다. 시간 대칭성은 그 행성이 똑같은 운동상태에서 2년뒤에 출발시켜도 똑같은 방식으로 운동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우주의 기원을 따지고 든다면 이러한 대칭성은 성립하지 않겠지만, 그것을 무시한다. 회전 대칭성은 내가 돌려놓은 재 장치에서 물체의 움직임을 보는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다른 사람도 그 물체의 움직임을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밖에도 매우 다른 종류의 대칭성들을 소개하는데, 파인만이 흥미롭다고 얘기하는 것은 공간에서의 되비침 문제로, 거울 이미지의 대칭을 말한다. 자연에서 나온 사탕무의 설탕은 오른쪽 분자만 존재하는데, 설탕과 똑같이 원자들을 배열한 대칭 설탕(왼쪽 설텅) 분자를 만든다면 박테리아는 오른쪽 회전 설탕만 먹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생명체가 지닌 단백질 분자가 이런 대칭성에 맞도록 같은 방향의 분자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리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언어가 수학이다. 그러나 수학을 개념적 언어로 풀어쓸 수는 있다. 파인만은 수학적 규칙에 물리학적 특성들을 적용하여 그것을 말로 풀어쓰는 방식으로 일반 물리법칙들을 이해시키고자 한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물리학은 어렵다. 마지막으로 읽은 동일 출판사(해나무)의 <백미러속의 우주>와 <빛의 물리학>를 읽을 때에 비해 집중하기 힘들었다. 감기 탓도 있고, 여행 후유증 때문도 있지만, 강의 형식이라 이전의 두 책에 비해 체계적이지 못하거나 혹은 연식이 좀 되다보니 요즘 책들이 너무 잘 나와서 그런지.. 파인만이라는 명성이 그닥 인상깊지 않았다는 총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