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비수학적 앎의 근간에는 수학적 사고가, 혹은 수학적 사고로부터 기초된 사실들이 기둥처럼 대들보처럼 기반을 이루고 있다. 내가 얼만큼 살 수 있을까 하는 것, 나와 같은 동류의 사람들을 인식하는 방법, 평균과 그 이상 이하의 수많은 통계치에서 자신을 자각하는 것 역시 통계학적 기반의 어떤 앎들이 직관적인 방법으로 앎과 앎사이의 틈바구니 사이를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 통계학적 표현이, 우리의 앎을 더 혼란스럽게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분명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 불경기이고 누구나 소득이 줄고 있음에도 어떤 신문에는 모든 계층에서 소득이 올랐다고 주장할 때가 있다. 길 가는 사람 100명을 붙잡고 물어봐도 80명은 소득이 줄고 못살고 있다고 느끼는데, 모든 계층에서 소득이 올랐다는 것에는 무슨 트릭이 있는 걸까.
불경기에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20%씩 소득이 감소하면, 고소득자 중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었던 사람이 저소득자 계층으로 이동하고, 그리하여 고소득자, 저소득자 모두 소득이 증가했다는 교묘한 평균치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은 무능한 정치를 선전하기 위한 계략에 동원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모두 다 바보여서 그러면 고소득자가 줄고 저소득자가 늘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을 때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바보가 되어가고 있으므로 때로 통계가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를 알아두는 일이 필요하다.
이렇게 직관을 배반하는 데이터들을 잘 들여다보면, 뭔가 구멍이 있다. 미국인과 유학생 평균 영어 성적이 모두 올랐지만 전체 평균은 내려가는 경우의 예도 나와있는데, 마찬가지로 성적이 좋지 않은 집단인 유학생 수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간과할때 이러한 모순적 데이터는 마술처럼 사람들을 어리둥절한하게 만들 수 있다. 정치적 목적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미국의 플로리다 주에서 실제 있었던 데이터를 보자. 2002년 살인 사건 재판에서 흑인의 사형판결은 백인의 사형 판결보다 낮았다. 이것은 명백한 역차별로 흑인보다 백인이 사형판결을 받는 비율이 높다는 뜻일까? 그럴리가. 때로 견고한 직관은 의심을 확인하게 만들므로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피해자의 인종도 함께 비교해봤을 때 백인이 피고이고 흑인이 피해자인 경우 사형판결을 받은 케이스는 없고, 반대로 피고가 흑인이고 피해자가 백인일 경우에는 사형 판결 비율이 22.9%로 최고치로 달했다. 그렇다, 이럴 때의 직관은 데이터만큼 사람을 배반하지 않는다. 백인이 흑인을 살해하면 사형 판결을 받지 않지만, 흑인이 백인을 살해하면 매우 높은 비율로 사형판결을 받는다는 역시나 하는 현실을 발견할 수 있다.
역함수 그래프를 이중로그 그래프로 변환하여 이메일매거진 발행부스와 시장순위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쉽게 말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설명하는 지프의 법칙이 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되는지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지프의 법칙은 우리 주변에 널리고 널렸다. 도시의 인구 순위와 상품의 점유율 등이 이중 로그 그래프로 표현가능하다. 벤포드 법칙은 가장 큰 자리에 있는 수가 1일 때 매우 많은 현상을 말하는데, 이 원리에 의하면 분식 회계를 적발해낼 수 있다. 이처럼 탈세를 알아내는 데도 쓰이는 통계학은 사주역학에서도 통계를 이용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를 위해 나와 같은 날에 태어날 확률을 계산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오늘날은 생일 뿐만 아니라 생체 인식 시스템이 널리 쓰인다. 이 때 정밀도를 너무 높이면 본인 거부 오류가 늘어난다. 그러므로 기술적인 문제보다도 통계적인 부분에서 나와 다른 사람과 같을 확률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0,000명의 생체인식 자료가 등록된 데이터베이스에서 서로 다른 두 사람을 같다고 인식할 위험률이 100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체에서 다른 사람을 같은 사람이라고 판정활 확률이 50%를 넘게 되는 것은 몇명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될 때부터인가를 계산하여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다. 문제는 DNA 감정과 같이 예민한 데이터인데, 범죄자 DNA를 조사할 때 모든 염기서열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기에 같은 사람이라고 판정되는 쌍이 생길 확률이 50%를 넘게 되는 사람의 수를 계산하면 몇 명 선에서 그 조사가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2010년 일본 경찰 백서에 따르면 STR 형이라는 검사법에 의하면 동일한 DNA 형이 출현하는 빈도가 4.7조분의 1이다. 한 논문에 의하면 지구 전체 또는 일본 전체에서 같은 쌍이 존재하지 않을 확률은 아주 작아 거의 0으로 여겨질 수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여기서 계산한 결과 다른 사람을 같은 사람이라고 판정되는 확률이 생길 확률이 50%가 넘게 되는 사람의 수는 256만명으로 거의 오사카 시의 인구와 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수학 사고력을 키우는 20가지 이야기>는 일상에서 접하는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수학적 원리들을 설명해준다. 매우 쉽게 이야기를 풀어서 제시하지만, 공식과 수학적인 원리를 생략하지 않고 직접 부딪힌다. 물론 수학적 원리 부분을 생략해서 이야기만 읽어도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본질적 개념은 이해할 수 있다. 백그라운드의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문장 한 문장 공들여 읽으면서 이해해서 납득해야 하는데, 머리가 굳어져서 쉽지만은 않다. 머리가 굳어진 성인을 위해서, 제시된 결론만으로도 받아들이는 습관이 있는 성인에게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성찰적인 대안이라고나 할까. 옳고 그른가를 말로 하는 속임수가 아닌 진실을 혹은 그 속의 숨은 뜻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교육이 끝났다고 해서, 오랫동안 수학시험을 보지 않는 일상을 살아가는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수학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