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마션>은 막연하던 우주 공간과 그 탐험에 대한 과학의 성취를 가상이 아닌 실제 가능한 세계에 가깝게 세웠다. SF군에 속하는 소설이고, 아직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내진 않았지만, 우주 여행에 대한 환상을 현실 세계에 옮겨놓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왔다. SF 차원의 먼 공상적 우주에 대한 흥미를 유발했기에 우주 여행에 대한 궁금증은 커졌다. 주요 관심사는 대략 이런 것이다. 왜 인류는 우주 공간을 탐험하고 싶어하는가, 어떻게 그 텅빈 공간에서 긴 시간동안 여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어디까지 가능할까.
1~2년 전에 다큐 <코스모스>의 새로운 판이 HD 영상으로 내셔널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되었었는데, 1980년 칼 세이건이 만든 다큐의 리부트 판으로, 칼 세이건의 자리를 대신한 이 책의 저자인, 천체 물리학자 닐 타이슨이 출연했었다. 칼 세이건이 워낙 스타 과학자이고, 당시 다큐가 이제는 고전이 될 정도로 전설이 되었기 때문에 2014년도 버전의 진행은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칼 세이건과의 어린 시절의 인연을 얘기하면서 매끄럽게 진행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책이 다루는 것은 앞에서 말했던 세 가지 관점, 대체 왜 가려고 하는가 라는 정치적인 관점, 어떻게 갈 것인가라는 과학적인 관점, 세번째로 어디까지가 가능할까 라는 미래적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한 가지 알아둘 점은 이 책은 하나의 책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일관성있는 주제 하에 쓴 글이 아니라, 그동안 썼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라는 점이다. <내츄럴 히스토리> 실었던 글들이 가장 많고, 각종 우주 관련 행사때의 개폐회 연설문, CNN과 뉴욕타임지 등의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 전문 등이 있고, 아폴로로 11호 기념식 축사와 하다못해 짧은 NASA의 생일 축하 연설문, 트위터에 남긴글 까지 탈탈 털어서 엮은 듯하다. 그 중 내츄럴 히스토리에 실린 글들이 우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을 가장 흥미롭게 접근했는데, 실제 우주선의 구조와, 우주 산업의 개발 배경, 동력을 얻어 추진하는 물리적 원리들을 비롯하여, 매우 실제적인 이야기를 쉽게 풀어 설명한다. 축하연설문 같은 건 빼는게 나았을 뻔했다.
우주 산업은 전쟁의 산물이었다. 아폴로 11호가 사람을 싣고 달에 가서 성조기를 국기를 꼽고 온 것은, 달을 정복한 주체가 인류가 아닌 미국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시에 구소련이 1957년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쿠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자 위기감을 느껴 끼어든 냉전의 산물이었다. 냉전의 종식 이후 미국 내에서의 우주 산업, 특히 유인 우주 왕복선 발사는 시들해졌다가, 다시 중국의 추격으로 미국의 분발에 불을 지폈다. 중국이 2003년 유인우주선을 지구 궤도에 안착시켜 세번째 우주 여행 국가가 되자, 2004년 부시가 부랴부랴 포괄적 우주 개발 계획이란 걸 발표했는데, 중국의 맹렬한 추격에 위기감을 감지한 이러한 미국의 반응은 스푸쿠니트호 때의 악몽의 재현이 아닐 수 없다.
닐 타이슨은 우주 개발과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는 전쟁과 같은 초대형 동기가 있어야 가능하며, 전쟁 때는 큰 돈이 물처럼 흐르지만 평화시인 현재에는 NASA에 유인우주선을 보내기 위한 천문학적 예산이 집행되는 일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실제로 서양의 국가들은 두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을 겪으면서 전례없이 많은 과학적 발견을 이루어냈다. 우주와 관련된 과학은 단지 우주 추진 로켓과 같은 한두가지 핵심 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적대적인 우주환경을 여행할 수 있는 수도 없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들이 필요로 하기에, 우주산업은 현대 일상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기술이 되어버린 수많은 도구들을 탄생시켰다. 우주개발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신장투석기, 인공심장박동기, 라식수술, GPS, 부식방지코팅, 수경재배, 항공기 충돌방지장치, 휴대용적외선카메라, 무선전동공구 기능성운동화, 긁힘방지선글라스 등이 있다.
그렇다면 왜 가려고 하는 걸까. NASA의 운영은 세납자들의 돈으로 운영되기에, 단순히 호기심만을 위해서 그 천문학적인 세금을 지출하는 일은 번번히 반대에 부딪힌다. 얼른 생각하자면 그 돈으로 거리의 굶는 사람을 살리고 불평등을 해소하고 뭐 우리나라라면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고 할 것이 아닌가. 이점에 대한 닐 타이슨의 주장을 내식으로 해석한다면, 인류는 발견의 동물이므로, 라고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인간의 시각은 한정되어 있지만, 적외선 감지기 등의 과학기술의 발달로, 가시영역 이외의 적외선 자외선 X선 감마선 등의 온갖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감지할 수 있으며 감각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전자기파를 볼 수 있는 특수 망원경은 우주에서 오는 보이지 않는 다양한 진동수 영역의 빛을 감지하여, 빅뱅의 순간과 그 이후의 역사, 우주 공간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게 되지 않았는가. 광학현미경, 전파망원경, 마이크로파 망원경, 자외헌 망원경, 그리고 우주궤도에 떠있는 허블우주 망원경 등을 비롯한 첨단 장비의 도움으로 우리는 알려진 우주를 더 이해하고 미래를 조망해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가는 목적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우리의 지적 감각을 확장하는 데 있다.
개인적으로 파트 2의 <어떻게 갈 것인가> 부분이 가장 흥미로왔는데, 말 그대로 우리가 우주 여행에 대해 신기해하는 것들,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한 답들이 모여있다. 우리는 얼마나 빠르게 날 수 있을까. 콩코드 여객기는 음속의 2배인 마하 2의 속도로 날 수 있다. 음속은 시속 1100~1300킬로미터로 이것 이상의 속도가 물리학적으로 한계지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1947년 처음으로 벨 X-1기에 의해 음속이 깨지기 전까지 사람들은 음속보다 빠른 비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었다. 광속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어떤 물체나 신호도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없다. 아폴로 로켓을 타고 지구 탈출 속도(지구 중력권을 탈출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소한의 속도 마하 33) 를 경험했던 우주인들조차도 그들이 경험한 속도는 광속에 비하면 2만5천분의 1의 수준이다. 그러니, 광속이라는 속도는 우리가 언젠가 기술로 넘게 될 속도인지 아닌지조차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광속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우주를 여행할 때, 가속하는 방법은 우주 여행의 핵심 기술이다. 탄도 비행을 하는 모든 물체는 자유낙하를 겪고 있는데, 인공위성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지구의 중력에 의해 추락하고 있다. 다만 지구 표면이 거기에 맞게 동그랗게 휘어져 있기 때문에 안정된 궤도를 돈다고 한다. 연료가 떨어진 후 슬링샷 효과를 이용하면 우주선을 가속할 방법이 있는데, 이것은 각 행성의 궤도와 현위치를 분석하여 거대 행성을 지나갈 때 중력 에너지를 우주선의 운동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즉 용수철이 끌려갔다 튀겨가듯, 행성의 중력의 반동을 이용해서 가속한다. 태양풍이라는 방법 또한 서서히 우주공간에서 우주선을 가속하는 하나의 방법인데, 우주선에 돛을 달아 태양에서 날아오는 미세한 광자들을 이용해 세일링을 한다는 것이다. 2010년 일본에서 발사된 이카로스는 태양궤도에 진입 후 태양돛을 펼쳐 금성을 지나갔다.
엄청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급하게 여기저기 있는 글을 끌어모아 책을 엮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닐 타이슨이 미국의 학자이면서, 오랫동안 정책 자문을 해왔기에, 미국 과학기술계의 정치적인 이슈들을 많이 논하는데, 그것들이 세계 정세 속에서의 미국의 위치에 관련된 것들이 많고, 한국인인 독자가 느끼기에 미국적 사고관과 가치관을 대변하고 논쟁하는 부분들이 많아 불필요하게 두꺼워진 부분이 아쉽다. 일부는 과거 미국의 우주 정책과 현 오바마 행정부의 우주 정책들에 관한 비판과 논쟁들이 몇 개의 글에서 중복적으로 게재되어 있고, NASA 및 우주 과학기술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실제로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과 두서없이 섞여 있던 점도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