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경력을 끝까지 완성하려면 선택의 순간에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거기에는 대가가 따른다. 어리숙한 신입직을 지나 경력을 쌓고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맡고 가장 일이 재미있어질 나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나이에 육아와 가사 부담으로 생기는 경력 단절은 회복이 어렵다. 기업은행장 권선주는 남편이 중국 지사 근무 7년반이라는 기간 동안의 결별을 선택함으로서 직장과 경력을 지켰다.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정말이지 한 여성의 직장 생활은 온 우주가 나서야 가능한 것"이라고 토로한다. 반면 손병욱 푸르덴셜생명 CEO는 둘째딸이 마음고생했던 걸 알았다면 3년만의 경력 단절을 깨고 들어온 스카웃 제의를 거절했을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이금형 전 부산경찰청장(현재 경찰대 교수)은 경찰의 가장 말단직인 순경으로 출발해, 지방경찰청장까지 오른 최초의 여성이었다. 간부부터 시작하는 경찰대 졸업생보다 뒤늦은 출발이었고, 여성이었다. 바늘구멍인 승진시험이라는 제도가 있었던 덕분이었다. 대졸자와 경쟁해야 했지만, 공정했기에 가능했다. 경위부터 남성경찰관의 보조 정도로 생각했던 여성 경찰의 위상을 대학..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겨보지 못해.. 이금형 교수 역시 육아문제로 개인적 갈등을 겪었고 집안 대소사를 챙기지 못하는 것에 마음이 무거웠다.
성폭행을 당하면, 병원에서 진료 거부를 당한다. 치료비는 적고 법정 증언을 하러 다녀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다. 초등학교 5학년생이 출소한지 6개월되는 범인들에게 성폭행당한 후 장기 파열로 하혈을 심하게 하는데도 세 군데서 진료거부를 당했는데, 이금형 교수는 범인을 잡고도, 피해자를 외면한 병원과 의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그 후 이 의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언급되지 않는다. 광주지방경찰청장 직무대리로 근무하면서 5.18 집회 관리 사례는 다른 곳에서 본받을만 하다. 다른 지역에서 경찰 인력을 지원받아 35개 중대가 투입되어야 한다는 보고를 듣고 광주청 자체 내의 7개 중대로 집회 관리를 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 때 경찰은 집회 관리가 아닌 집회 안내 요원이 되어 집회자들과 한마음으로 같이 했다. 도가니 사건의 재수사도 이교수에게 맡겨졌다.
조윤선전장관은 오히려 변호사라는 직업에 있어서 여성의 희소성으로 인해 큰 혜택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때는 그랬으나 지금은 다르다. 여성 변호사의 비율은 2014년 현재 20퍼센트를 넘어선다. 여성의 적은 여성일 때가 많다. 조전장관이 회사의 유일한 여성 변호사일때 대부분의 여성이 비서였다. 여직원 산행이 있었는데 비서가 조전장관에게 과일을 갖다 주라고 선배의 말을 싫다고 거절하는 모습을 목격했던 장면을 회상한다.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는, 가난이 오늘날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머리카락은 계속 자라니까.. 선택한 직업이었다. 연이율 60퍼센트의 일수를 얻어 돈암동에 헤어점을 차리고, 10년후 이대점으로 확장했지만, 집을 팔아 영국 유학길에 올랐고, 직원 10여명과 함께 영국 유학길에 오른다. 다 같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한 달 동안 뭘 배우나 싶지만, 어쨌든 비델사순 아카데미에서 한 달 연수 후 돌아와 준오 아카데미를 설립한다. 준오 헤어는 매장을 가맹점 형태가 아닌 2년 6개월 동안 준오 아카데미에서 5단계의 교육을 통해 뽑은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직영으로 운영한다. 총직원 2500명,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헤어디자이너 1200명 가운데 200여명이 1억원 넘는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이 밖에도 이 책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김행, KB국민은행 부행장 박정림, 엠슨 회장 이민재, 삼성증권상무 이재경, 포스코경영연구원 오인경, 우암코포레이션 회장 송혜자, 삼흥테크 대표 권지혜, 보건복지부 과정 이스란, 서호주관광청 이사 김연경, 자유통일문화원장 이애란 등 전현직 여성 리더들의 삶을 소개한다. 읽다보니 조윤선전장관까지는 그런가부다 했는데 보수적 성향의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 인사들이 많아서 조금 언잖았다. 보수여서 언잖은 것이 아니라. 이제 여성의 지휘를 운운할 때 개인의 선택과 개인의 능력과 개인의 운과 같은 것이 좌우하는 현재의 어떤 위치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아니 어떤 여성들이 어떻게 이 답답한 사회를 변화시키는지에 더욱 포커스를 맞출 것인가를 고민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