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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밖 여운/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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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이승우,임원기] 대한민국 사생활의 비밀. 자 이제 비밀을 보여주시지요. 영화 타인의 방은 슈타지(Stasi)라고 알려진 동독의 국가보안부 비밀경찰의 감시를 소재로한 2006년도  독일 영화였다. 슈타지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수십만명의 직원을 고용해, 거의 40년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염탐했다. 내친 김에 영화 얘기를 조금만 더 하자면, 비밀경찰 비즐러는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이자 인기 여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는 중대 임무를 맡고,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 영화 트루만쇼가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쇼 안에 자기의 모든 것을 노출해야 했다면, 두 정보 기관에 의해 두 사람만의 은밀한 대화까지 모두 노출된다. 국가만을 위해 존재하는 냉혈 인간 비즐리는 차츰 그들의 삶에 동화되어 가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그 해 내가 보았던 영화 ..
[케이채] 마음의 렌즈로 세상을 찍다 DSLR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대한민국은 온국민이 사진작가가 됐다.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최근에야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워낙 좋아지고 사진의 목적이 SNS를 통한 공유와 교감에 있다보니 몇년 전보다는 그 열기가 식은 것도 같지만 아직도 매년 새기종의 바디와 렌즈들이 새로 나오고, 미러리스라는 새로운 종이 등장한 걸 보면 사진찍기 취미에 대한 열기는 여전한 것 같다.작가 케이채(한국 사람임, 성이 채이고 이름이 K로 시작되는 듯)는 사진을 찍으려면 몸이 고달파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걷는다. 걷고 또 걷고 세상의 끝까지 걷는다. 그리고 그는 기다린다. 하루 종일, 어느 한 순간 포착해야 할 찰라를 위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영원히 사라질 한 순간의 빛과, 색감과, 실루엣이 주는 분위기와, 그 곳의 모습,..
[몰리 와이젠버그]홈메이드 라이프 어릴 때 먹던 음식 중에는 어른이 되었을 때 전혀 먹을 기회가 없는 음식들이 꽤 있다. 내가 몰리였다면 어떻게든 레시피를 주어 모으던지 스스로 수십번의 티라이얼 에러를 거쳐 고향의 맛을 완성하는 레시피를 재현해 냈을 텐데. 몰리의 이야기 덕에 나에게도 어느새 추억 속의 맛이 오래된 사진처럼 먹던 장면으로 기억되고 재생된다. 음식은 삶 자체에 가깝다.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거나 손질하고 만들고 먹고 얘기하고.. 음식을 가릭느 매운 것 가시달린 생선을 못먹는 음식이라 여겼던 초등시절 도시락엔 계란지단과 김과 소세지부침과 두부조림이 빠지지 않았다. 요들송을 잘 부르던 참 예쁘게도 생겼던 6남매중 막내인, 개구장이 친구 하나가 늘 함께 밥을 먹었는데 함께 조잘대며 먹던 점심시간의 풍경은 빛바랜 예쁜 사진처럼 곱..
[박유찬] 세계일주 염장질이다. 맹목적인 무모함마저도 용서되고 수용되는, 일년을 놀아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진 빛나는 청춘이 아니라면 꿈조차 꾸기 어려운 세계 여행. 학업, 경력, 스펙, 육아, 수도 없이 많은 종류 의무와 책임이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하게 짜여진 일상에 매몰된 일반인들에겐, 단 7박 8일 짜리 단체 관광 마저 사치인 평범한 직장인들과 주부들에겐 이 책 염장질이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오고 청춘은 간다. 오롯이 나만 생각하고 나만 잘 살면 되고, 내 미래를 누구의 희생이나 헌신을 담보로 하지 않아도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찰라처럼 지나가는 청춘의 한 가운데 어느 지점을 누구나 통과한다. 거기 서서 이처럼 나만의 브레이크를 갖는다는 것은 이미 저만치 떠나 버린 청춘의 그림자만을 붙들고는 부러워하는 일 밖에는 ..
초저열량 다이어트 1년간의 기록 의학적 이론상으로, 인간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하루에 필요한 총 칼로리는 기초 대사량과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합쳐 2000Kcal~2500Kcal 정도 된다. 동물 생태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현미 채식을 지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는 저자 시바타 도시히코는 우연한 기회로 대사 증후군의 경계선에 있는 자신의 허리 사이즈를 줄이기 위해 자신만의 저열량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매일 매일 일어나는 몸의 변화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분석했다. 기록된 정보는, 매일의 아침 점심 저녁 상세한 식단과 레서피, 하루 총 칼로리 섭취량, 그리고 만보계를 사용한 운동량, 체중과 체지방률을 그래프로 기입하고 몸으로 느끼는 변화, 피곤함을 느끼는 정도, 수면의 질과 양, 심리 상태 등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다. 덧붙여 매달..
[손미나]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 파리에선 그대가 이방인이다. 파리와 낭만을 연결시키는 고리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각인된 어떤 상징화된 사건이나 강렬한 스토리가 있는 걸까? 아니면 전세계 모두에게 파리는 낭만의 도시라는 의도된 도시 이미지 마케팅이 쌓이고 쌓여 어느순간 하나의 대명사처럼 낭만의 도시 파리가 되어 버린 걸까? 파리 위드 러브 니 로마 위드 러브 같은 제목의 영화들까지 나와 있는 걸 보면 딱히 우리나라에서만 보편화된 인식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어딜 가나 낭만을 결정하는 것은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다. 세느 강변을 걷는다고 푸른눈의 백마 왕자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몽마르트 언덕에서 차를 마신다고 해서 서늘한 외모의 지적인 예술가와 사랑을 속삭일 것도 아니고, 에펠탑이 코앞에 있다고 해서, 르브루 박물관 앞에서 바게트를 들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