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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밖 여운/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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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 나사의 회전 - 유령은 존재하는가 [도서]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저/이승은 역 열린책들 | 2011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블루님의 추천으로 헨리 제임스의 를 재미있게 읽어서, 큰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달랐다기 보다는, 문장적으로나 전체 스토리 구조적으로나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개별 문장의 불가해적인 부분은 아마도 번역투의 거친 문장 때문에 문맥을 알아차리가 어려운 부분이었을 것 같은데, 원문 자체가 애초에 쉽게 번역하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을테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내용적으로 뭐가 뭔지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가장 먼저 의문이 드는 것은 주인공인 가정교사의 정신이 온전한가 하는 것이다.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고, 액자 바깥의 이야기 도입에서는 더글라스라는 사내가 난로 앞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자..
[편혜영] 홀 - 그 홀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것 [도서]홀 The Hole 편혜영 저 문학과지성사 | 2016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고속도로를 달리던 자동차는 가드레일을 박고 시커먼 언덕 밑으로 굴러떨어진다. 한 사람은 살았고 한 사람은 죽었다. 남겨진 사람의 육중한 몸둥이는 턱관절까지 모조리 마비되었지만 보고 듣는 감각은 남겨졌다. 무능한 육체에서 분리되지 못한 정신은 그대로 그 무력 속에 갇혀 버렸다. 만일 이원론적인 생각을 받아들여 육체 없는 영적 생명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마비된 채라도 육체라는 물질 속에 영을 의탁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연기처럼 혹은 파동처럼 자유로이 떠도는 것이 나을까 오기는 살아남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으나 눈 깜빡임으로 최소한의 수동적 의사 표현이 가능하다. 그 깜박거림의 지독한 수동성이 끔찍하다고 느껴졌다. 생각을..
행운의 모자 [도서]프랑스 대통령의 모자 앙투안 로랭 저/양영란 역 열린책들 | 2016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미테랑 대통령의 모자가 가는 곳에 함께 따라다니는 것은 무엇일까. 결과적으로는 행운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첫번째 남자에게는 자신감이었고, 두번째 여자에게는 결단이었고, 세번째 남자에게는 용기였고 네번째 남자에게 모자는 혁신의 또다른 이름이었다. 말을 고르느라 헛수고를 했지만, 사실은 그게 그거다. 어쨌든 미테랑 대통령이 식당에서 두고 간 모자가 우연히 누군가에게로 오면 그 모자를 가진 사람의 인생에는 행운이 뒤따랐다. 다니엘이 그 모자를 처음으로 경험(?)하고 기차에 두고 내렸을 때는 저런 이걸 어째 싶어, 내 일처럼 안타까왔으나, 그런 식으로 모자가 돌고 돌아 다른 사람에게도 다른 종류의 행운을 가져..
이 자를 갖는 자가 천하를 갖는다 [도서]랑야방 1 하이옌 저/전정은 역 마시멜로 | 2016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무협지를 읽어본 적이 없는데, 가제본을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읽을 책도 많고, 너무 두꺼운데다가 무협지에 관심이 없어서 어쩔까 고민하다가 먼저 조금 맛보기로 읽어보게 되었는데, 먼저 읽던 다른 책들을 팽개치고 이 책부터 읽게 되었다. 저자가 인터넷에 연재했던 소설이라든데, 수없이 쏟아지는 인터넷 연재소설이 인기를 끌고 드라마로 제작되고 판권이 다른 나라로 수출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다른 종류의 무협지를 읽어보지 않아서 비교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 소설은 황당한 액션이 마치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시각적인 장면으로 떠오르는 묘사가 일품이고, 장르 소설의 천편일률적이고 진부적이었을 캐릭터에 재치있는 입담과 상상을 ..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 문학은 시대를 읽는 거울 [도서]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저/박용수 역 문예출판사 | 2008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고전문학은 역설적이다. 오래된 것이라는 의미가 단어에 이미 들어 있지만, 막상 읽고 나면 새롭고 신선한 충격을 준다. 김영하는 에서 "지금 읽어도 새로운 것은 쓰인 당시에도 새로웠을 것입니다. 그들 역시 당대의 진부함과 싸워야만 했습니다. 고전은 당대의 뭇 책들과 놀랍도록 달랐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그렇기에 진부함과는 정반대에 서 있습니다"라고 썼다. 당대에는 새로왔다 할지라도, 이후 생겨난 작품들이 그 새로움에 영향을 받으며 변화해왔으므로 지금 다시 보면 그 새로움운 진부해졌을 수밖에 없을 터인데 지금 읽어도 새로운 건 무얼까. 내가 생각해낸 이유는 이렇다. 귀에 닳도록 어릴 때부터 접해왔던 고전들이 가진..
땀과 노력이 어떤 배반으로 인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더라도 [도서]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모신 하미드 저/안종설 역 문학수첩 | 2016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대개의 경우 자기계발서라는 이름의 자기는 저자 자기를 향한다. 독자는 저자의 계발을 도와주기 위해 책을 사고 읽는다. 저자는 자기를 계발하기 위해 책을 쓴다. 이것이 책의 작가 모신 하미드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생각에 대해 깊은 논쟁을 벌이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아니 많이 수긍할 뿐이다. 대개의 자기계발서들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책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로는 이렇다. 책을 쓴다. 출간한다. 안팔린다. 신경 안쓴다. 또 쓴다. 출간한다. 또 신경 안쓴다. 계속 출간한다. 출간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에 다다르면, 이 사람은 OO계의 권위자가 된다. 그 이름은 스스로 붙..
한 가장의 죽음 앞에서 [도서]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니꼴라예비치 똘스또이 저/이강은 역 창비 | 2012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죽어가는 사람에게 단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발생할 타인의 상실감일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게 엄청난 슬픔이다. 분명 죽음 근처에서는 엄청난 양의 애통과 비애로 영원한 떠남을 배웅하지만, 그 배후에는 이미 떠난 사람이 두고 가게될 모든 것들과 그 소멸로 인해 발생하게 될 유형 무형의 가치들에 대한 실리적 계산들이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 판사 이반 일리치의 부음을 듣자, 그와 함께 자주 모이던 친구들은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렸을까. 유능한 고위 판사 자리가 비게 되면 그 자리에는 새로운 사람이 채워지게 된다. 그 자리를 채울 새로운 사람이 앉..
하퍼 리와 투루만 카포티의 어린 시절 [도서]트루와 넬 G. 네리 저/차승은 역 미래인 | 2016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우연 치고는 대단한 우연이다. 앨리바마의 시골 아주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지낸 두 사람 중 한 명은 퓰리처 상을 받고, 또 한 명은 퓰리처상의 강력 후보가 되는 일은 그 힘들다는 로또 여러번 맞기나, 번개 여러번 맞기보다도 확률적으로 어려울 거다. 책을 졸아하던 꼬마가 주변에서도 자기처럼 책을 좋아하고 상상력이 뛰어난 아이를 친구로 가지는 건 대단한 행운이다. 친구를 잘 사귀면 팔자가 바뀔 수도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허풍쟁이 꼬마 카포티는 작은 일도 자기 고유의 시각으로 볼 줄 알았고, 거기에 살을 붙이고 부풀려서 큰웃음을 선사할 줄 아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우리의 꼬마 여장부는 카포티의 모험을 더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