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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읽은 책 29일 밖에 없어 짧은데다가 구정과 졸업식 등등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 책을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여행중에는 내내 이북을 끼고 다녔지만, 막상 쪼가리 시간이라도 내어 책을 읽을만한 여유가 없었구요. 겨우겨우 파블 미션을 채웠습니다. 파블이 분야가 나뉘어지다 보니 문학 만으로 7개 리뷰/블로그를 채워야 하고, 그러다보니 최근 제 독서 경향이 문학 쪽으로 치우치는 겁니다. 제가 에세이와 시를 잘 안읽는 편이라 문학이라고 하면 주로 소설인데 소설을 많이 읽는 것은 제 독서 패턴에 약간의 우려를 낳습니다. 몇일 전 후안님이랑 그런 얘기를 했는데, 소설은 읽고 나서 얼마간 숙성 기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소설을 읽을 때 그 스토리와 문체 등 그것 자체만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데 급급한 나머지, 그 소..
삼성가가 수집한 보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들 [도서]리 컬렉션 이종선 저 김영사 | 2016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몇 해 전 국내에서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이 연일 매스콤에 오르내리는 유명세를 치렀다. 삼성가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서 100억 넘는 고가의 작품이 지급된 문서가 추문을 둘러싼 것이었다. 덕분에 리히텐슈타인의 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모르면 간첩이 되는 그림이 되었다. 재벌의 기업윤리와 도덕관과는 별개의 문제로, 책은 국보급 문화재의 수집과 보존이라는 측면만 다룬다. 그 값비싼 미술품을 비자금으로 사들였건 아니건, 삼성의 고 이병철 전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국보급 예술품을 수집하고 박물관과 미술관을 지어 개방하는 등의 예술품 수집 활동은 국내 문화유산의 수집과 보존 그리고 개방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부분들이 존재한다. 일제 강..
금을 쫓는 사람들 [도서]루미너리스 1 앨리너 캐턴 저/김지원 역 다산책방 | 2016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1편의 내용을 약간 정리해둔다. 배경은 1860년대, 뉴질랜드의 금광 호키티카 마을이다. 세 개의 사건이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 1. 크로스비 웰스가 마을에서 떨어진 골짜기의 외딴 오두막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다. 2. 같은 날 마을의 잘나가는 창녀 안나 웨더렐이 거리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어 자살 미수로 감옥에 갇혔다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다. 3. 동일한 시간 크게 성공한 에머리 스테인스가 행방불명된다. 이런 일이 일어난느 동안 소설의 화자 무디는 갓스피드호를 타고 금을 찾아 이 마을에 들어오던 중 배는 폭풍을 만나고 흔들리는 배 안의 화물칸에서 기괴한 사건을 목격한다. 크라운 호텔에 숙소를 정한 그는 호..
지금 읽고 있는 책, 다 읽은 책 1. 루미너리스 루미너리스 1앨리너 캐턴 저/김지원 역 다산책방 | 2016년 02월 맨부커상 최연소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스물 여섯살(?)에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가 있는지, 어떻게 다양한 인간 군상의 성격을 통찰하고, 그토록 치밀하고, 그토록 세밀하게, 1860년대 뉴질랜드 금광 풍경을 묘사할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하다. 줄리안반스가 로 받은 상도 맨부커상이고, 책으로는 안읽어봤지만 영화로 너무나 인상적이던 도 그렇고 보면 맨부커상은 노벨상과는 달리 작품성 뿐만 아니라 대중성이 보장되는 모양이다. 처음 100쪽 가량의 도입부는 배경도 그렇고, 살인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의 소개가 장황하게 느껴져서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껴지지만 200쪽이 넘어가면서 흥미진진해진다. 이 소설을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1..
분자요리를 이해하자. [도서]부엌의 화학자 라파엘 오몽 저/김성희 역 더숲 | 2016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분자요리라는 말은 동어반복적인 표현이다. 요리라는 것이 분자들의 결합과 해체에 의해 맛과 향이 바뀌는 것이다. 만일 분자요리라는 성립하려면, 원자요리, 전자요리, 중성자 요리, 쿼크요리, 이온요리와 같은 명칭으로 분류가 이루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비록 이런 요리 이름들이 미각을 떨어뜨릴 거라 생각하지만, 반대로 요즘 유행하고 있는 분자요리처럼 그런 종류의 요리 이름들도 잠시 한 때일지라도 요리라는 세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달걀을 삶는 일은 단걀 흰자의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과정이고, 파스타를 삶을 때 소금을 넣으면 '염화나트륨의 이온 결합이 나트륨이온 Na+과 염소이온 C..
양다리의 최후 [도서]쾌락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저/이현경 역 을유문화사 | 2016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우리, 그리고 둘 중 하나 [도서]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저/용경식 역 까치(까치글방) | 2014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왜'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에는 수없이 많은 가능성이 있다. 이유가 명백한 것에는 왜라는 물음을 묻지 않는다. 왜 그 어린 아이들은 자신에게 그토록 친절했던 하녀를 죽이고 싶었을까. 아직 뭘 모르는 아이들이 목욕을 빙자한 '성추행' 혹은 '성적놀이'에 대해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이유가 아닌 것 같다. 쌍둥이들은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계속 어른들의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노출되어 있었고,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의 변태적인 성적 일탈을 그저 전쟁통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삶의 조건으로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 아이들은 그 성적인 관..
슬픈 대륙에 남겨진 전설 [도서]불안한 낙원 헤닝 만켈 저/김재성 역 뮤진트리 | 2015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스웨덴의 어느 시골 뼛속까지 스미는 강추위 속에서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한나 렌스트룀은 낯선 남자 포르스만의 썰매에 몸을 싣고 도시로 나간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동생들과 하루하루를 버텨오던 엄마가 한 입이라도 줄여볼까 큰 딸을 대기근이 닥쳐오기 전에 타지 친척집으로 보낸 것이다. 친척을 찾지 못한 한나는 포르스만의 보호아래 그 집의 하녀가 되지만, 그것도 잠시 포르스만의 도움으로 요리사가 되어 배에 오른다. 겨우 열여덟살때부터 스무살 남짓까지 그 혹독한 스웨덴의 시골마을에서부터 시작해서 포르스만의 하녀, 거친 뱃사람이 되기까지 결코 순탄하다고는 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지만, 이것은 그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