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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스 드 케랑갈]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열린책들육체와 정신은 양분될 수 없다. 육체를 움직이는 것이 정신을 관장하는 것과 같은 기관에서 이루어지므로, 정신의 모든 작용이 끝나면 육체 역시 움직일 수 없으므로.. 시몽의 심장이 뛴 이유는 시몽의 심장을 관장하는 뇌가 시몽의 다른 모든 정신적 조건들과 소통하며 심장의 박동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뇌가 정신을 처리하지 못할 때, 뇌는 육체의 기관인 심장을 처리하지 못하고, 심장이 스스로의 몸에서 내는 에너지와 호르몬과 화학작용으로 뛰지 못할 때, 그 심장은 이미 죽은 자(뇌사자)의 통제하에서 벗어났으므로, 시몽의 것이 아니라고 간주한다(누가?) 불과 몇시간 전에, 쿵쾅거리는 심장이 시키는 대로, 파도 소식을 듣고 백킬로미터를 달려 집..
[강석기] 컴패니언 사이언스 -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즌7 컴패니언 사이언스 - 강석기 지음/Mid(엠아이디)언제부턴가 매년 이 책의 정기 구독자처럼 되었다. 이제 7번째 책이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세월의 흐름을 이 책이 나올 때마다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과학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의 선봉에 서 있고, 보잘것 없는 머리속 과학 지식은 업데이트될 필요성을 느낀다. 강석기만큼 새로운 과학 기술계의 동향을 빠르고 쉽고 흥미롭게 서점가로 전달하는 과학 저자가 국내에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과학카페 시리즈의 2018년 컴패니언 사이언스에는 특별한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 몇 점이 부끄러운 듯 작은 사이즈로 실려 있다는 것이다. 그 그림들이 좋았다.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바이얼린을 켜는 소녀가 있고 그 옆에 약간 떨어져 앉은 개가 소녀를 ..
[조남주,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현남, 오빠에게 무엇이 페미니즘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일상속에서 자각하지 못했던 불합리한 울타리. 여성이라는 틀. 그것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라고 말해주는 것.먼저 태어나 부당한 세상에 저항했고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선거권을 인권을 동등한 권리를 쟁취했던 선배들이 덜부순 것들 혹은 도저히 부술 수 없어 보이는 뿌리박힌 인습들 그런걸 알아가기 하는 게 페미니즘 소설이 아닐까 싶다. 그런 사상들을 글을 통해 전달하기는 쉽지만, 삶 속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소설을 통해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소설을 통해 주제의식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면 지겨운 계몽이나 선동 문학이 되기 쉽다. 분명 우리에겐 틀에 박힌 여성의 이미지가 있는데 때로 그것아 문화적 틀 내에서 시대의 도덕이나 윤리 같은 걸로 몇겹씩 곱게..
[신왕국] 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 전설에 의하면, 오래 전 공부를 잘 해 명문대에 간 학생들은 영어 사전을 한 장 한 장 찢어먹었다고 한다. 예전엔 사전이 미농지라고 아주 얇은 종이로 되어 있었는데, 거기에 깨알만한 글씨로 빼곡히 영단어의 목록이 한글로 된 뜻풀이와 함께 알파벳 순으로 수백 수천 페이지 이루어진 사전을 들고 다녔었는데, 우리가 학교 다닐 때에는 사전을 자주 찾아라 라고 하는 어른들의 잔소리가 인이 배도록 들은 말 중의 하나였다. 어쩌다 한번 찾아보곤 대충 외우거나 어디 적어두곤 했던 그 사전을 전설 속의 선배(들)는 a 부터 깨알같이 꼼꼼히 외우며 몽땅 외운 쪽은 필요 없으니 찢어서 꼭꼭 씹어 먹었다는 것이다. 물과 함께 먹으면 먹을만 하댄다. 머리속으로 들어와 있는 지식을 배속으로 소화한다는 말이 퍽이나 인상깊었을 뿐만..
[신미남] 여자의 미래 성공이라는 단어는 집안에서 애를 키우고 집안을 광채가 나도록 쓸고 닦아 눈부시게 만들어 놓고 가족을 위해 건강하고 값진 식단을 제공하고, 아이를 잘 키워 스카이와 저 멀리 아이비리그에 보내는 사람에게는 인색하다. 성공이라는 단어는 돈, 명예, 사회적 위치, 사회적 존경에 너그럽다. 하지만 누군가는 아이를 돌보아 사랑받고 상처없이 성장시켜야 하고, 누군가는 건강한 밥상을 차려야 하고, 먹고 난 음식을 모아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린 후 요리를 한 냄비며 음식을 담았던 통이며 접시 그릇들을 닦고, 주방을 청소하고 정리해야 하며, 또 누군가는 더러운 옷들을 거두어 세탁기에 돌려 꺼집어 내어 일일히 털어 말렸다가 걷어 접어 정리하는 일을 해야 하고, 집안 바닥이나 소파에서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이 뒹굴뒹굴 거릴 때..
[마일리스 드 케랑갈]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육체와 정신은 양분될 수 없다. 육체를 움직이는 것이 정신을 관장하는 것과 같은 기관에서 이루어지므로, 정신의 모든 작용이 끝나면 육체 역시 움직일 수 없으므로.. 시몽의 심장이 뛴 이유는 시몽의 심장을 관장하는 뇌가 시몽의 다른 모든 정신적 조건들과 소통하며 심장의 박동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뇌가 정신을 처리하지 못할 때, 뇌는 육체의 기관인 심장을 처리하지 못하고, 심장이 스스로의 몸에서 내는 에너지와 호르몬과 화학작용으로 뛰지 못할 때, 그 심장은 이미 죽은 자(뇌사자)의 통제하에서 벗어났으므로, 시몽의 것이 아니라고 간주한다(누가?) 불과 몇시간 전에, 쿵쾅거리는 심장이 시키는 대로, 파도 소식을 듣고 백킬로미터를 달려 집채만한 파도를 넘나들던 활력 넘치는 시몽이 돌아오던 길 교통 사고로 죽어가고..
[크리스토프 리바트] 레스토랑에서 럽 레스토랑의 역사는 사람들이 배를 곯지 않게 되면서, 또는 배고프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면서 시작되었다. (p9) 책에서는 대략 18세기 전후에 서구 유럽의 레스토랑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는 듯한데, 대조적으로 13세기 경 이미 활발하게 미식가와 맛평가글이 남겨진 송나라 때의 시식기가 함께 인용되어 있다. 시장의 달콤한 콩수프와 에서 파는 생선스프와 양고기 볶음밥, 수자궁 앞의 돼지고기 요리 등의 다채로운 요리와 맛집들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서구 유럽의 이야기인지라, 동양의 이야기는 짧게 한 페이지로 끝나지만, 우리나라의 맛집 문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레스토랑과 식당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제까지는 식당을 지칭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레스토랑은 조금 개념이 다..
[김진애] 여자의 독서 독서를 취미로 하다 보면 책이 책을 부르는 경우가 많아진다. 책 속에서 등장 인물이 읽고 있거나 저자가 특별히 좋아하는 칭찬하는 책들은 당연히 관심이 생기고 같은 책이 여러 책에서 언급되거나 하면 더욱 읽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 때문인지 독서에 관련된 책도 많이 출간되고 있고 때로 이런 책들은 책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독서 가이드 책들도 그 가짓수가 많아지면 또다시 선택의 어려움에 직면하는 딜레마가 생긴다. 나에게 맞는 책을 선택하기 위한 책을 선택하는 수고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독서가 너무 어려워지는 거 아닐까. 최근 읽은 몇몇 독서 관련 책들을 돌이켜보면 이현우의 가 20세기 격동의 러시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작가와 작품 세계를 쉽고도 체계적으로 전..